시간이 지나면 독특함은 사라진다. 시작 때의 ‘스타벅스만의’라는 수식어는 이제 보편적이 되고 그저 사람들은 익숙함, 편리함으로 이곳을 찾는다. ‘커피가 아니라 문화를 판다’는 하워드 슐츠 전 회장의 철학을 담은 스타벅스는 그 특별함으로 성장했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스타벅스는 1,893개에 달했다. 진동벨을 대신하는 바리스타의 목소리, 넓은 공간, 충전 프리의 콘센트 비치로 지금도 스타벅스는 뭇 세대를 비롯, ‘카공족’이 가장 애정하는 곳이 되었다. 스타벅스는 10년 전 프리미엄 원두와 바 그리고 조금 더 다양한 메뉴를 갖춘 스페셜티 전문브랜드 ‘리저브’를 도입했다. 아직 이 스타벅스 리저브가 스타벅스만의 새로움을 정립하지는 못했지만 ‘특함별과 차별화’에서는 성공의 기운이 보인다.
(내부 사진 SCK컴퍼니) (메뉴 사진 조현호) |
지난 9월, 스타벅스 리저브 10주년을 기념한 10번째 매장이 문을 열었다. 보통 도심 랜드마크 지역, 외곽 뷰가 특징인 곳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장충동 주택가 한복판, 조용한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장충라운지R점이 나온다. 이곳은 1960년대 지어진 모기업 회장의 저택이라 한다. 나무로 된 넓은 대문, 벽돌에 기와를 얻은 담장, 푸른 가지를 뻗은 소나무 등에선 한 눈에도 소위 ‘부잣집’을 떠올린다. 지하 1층은 갤러리다. 원래 차고였던 이곳에는 목재 테이블, 그래픽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눈길을 잡는다. 2층, 거실과 응접실이었던 공간에는 대형 바 테이블이 놓여있다. 빈티지 가구 컬렉션 브랜드 무제움과 이탈리아 디자이너 엔니오 카지오의 조명이 독특하다. 그리고 넓은 정원, 분수대 야외 공간은 탁 트인 시야를 자랑한다.
2층은 몇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리딩룸, 뮤직룸 등 각 공간마다 조명, 가구,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곳곳에 벽난로, 좁은 계단 등을 보노라면 ‘1960년대로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전체적인 콘셉트는 1960년대 ‘미드 센추리 모던mid-century modern’으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유럽과는 다른 문화를 추구하기 시작한 미국의 현대 디자인 문화이다.
이곳을 다른 스타벅스 매장보다 베어커리, 초콜릿 종류도 다양하다. ‘믹솔로지’(‘섞다Mix’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 역시 이곳의 특별함이다. 믹솔로지는 주류에 다른 음료, 과일 등을 칵테일해 새로운 맛을 만들어낸다. 장충라운지R점에서는 버번 위스키 크림 콜드 브루, 시트러스 콜드 브루 마티니, 에스프레소 마티니 등 커피 종류를 칵테일로 풀어낸 11종 메뉴와 무알코올 음료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만 선보이는 ‘에스프레소 플라이트’가 인기 메뉴. 초콜릿 파우더를 찻잔에 묻힌 △에스프레소 위드 초콜릿 파우더, △에스프레소 위드 프렌치 바닐라, △제주팔삭 셔벗 등 3종이 같이 나오는 샘플러 형태의 메뉴다.
한적한 주택가, 넓은 저택, 빈티지한 감성, 넓은 잔디 정원, 커피와 관련된 다양한 전시품·굿즈 등에서 지난 60년간의 시간을 동시에 품고 있는 곳으로 ‘장소에 정체성을 더한다’는 스타벅스의 설명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글 조현호(칼럼니스트) 사진 조현호, SCK컴퍼니]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7호(24.12.0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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