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나 사모펀드 측은 이면계약이 아니라 사적 계약일 뿐이며, 경영권에 변동을 미칠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법률 검토를 거쳐 공개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주관사들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투자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었는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법조계 전문가들 또한 문제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2023년 3월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관훈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9일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문제가 있다 없다를 단정적으로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정말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계약인지, 공시할 필요가 없는 사안인지,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칠 내용인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주주 간 사적 계약이어서 어떤 면에선 다른 투자자에게 영향이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다른 한 편으론 도덕적인 문제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며 “우선은 내부적으로 법적·도덕적 이상 유무를 좀 더 검토해 보려고 한다”고 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방 의장은 하이브가 상장하기 전인 2018년 스틱인베스트먼트·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뉴메인에쿼티 등 사모펀드 운용사들과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의 골자는 “투자원금대비 몇배 이상의 이익이 났을 때 그 초과 수익의 일정 부분을 방 의장에게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일정 부분’은 약 30%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후 2020년 10월 하이브가 상장하자 사모펀드들은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1039억원의 투자 원금을 9611억원으로 불려 회수했으며, 다른 운용사들도 비슷한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방 의장은 계약에 따라 4000억원을 개인 명의로 챙겼다. 이는 배당소득으로 잡히며, 방 의장은 4000억원을 받은 이듬해 세금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틱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방 의장과 사모펀드들은 일종의 ‘기브앤테이크’로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2018년 주주 간 계약을 맺을 때까지만 해도 상장은 ‘먼 미래’의 일로 생각했기에 “향후 상장에 실패한다면 풋옵션을 행사하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방 의장이 “회사가 그런 부담을 짓도록 할 수는 없다”며 개인적으로 풋옵션을 받아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 당시엔 방탄소년단(BTS)이 아직 세계적인 인기를 얻기 전이었기 때문에, 사모펀드들은 최소 5~6년 간 지분을 장기 보유할 것을 각오하고 있었다고 한다.
사모펀드들이 방 의장에게 투자 수익을 나눠준 건 풋옵션에 따른 반대급부였다. 방 의장이 개인적으로 지분을 되사는 리스크를 떠안기로 한 만큼, 반대로 초과수익이 나면 그 일부를 방 의장에게 제공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상세한 계약 내용은 서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으며, 상장 예비심사 신청이나 증권신고서 제출 때도 법무법인 여러 곳에 자문을 받아 절차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이 같은 계약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그런 식으로 계약하는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라며 “사모펀드 입장에선 대주주가 다운사이드(하방)를 막아주는 만큼, 업사이드가 있으면 나에게 나눠달라고 요구할 만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해당 계약 내용을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가 미리 인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 변호사는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아니라면 당국이나 거래소가 주주끼리의 약정을 미리 알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M&A 전문 변호사는 “이번 경우는 상장 전에 맺은 계약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공시 의무가 없지만, ‘계약 이행 시점’이 상장 직후이기 때문에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최대주주와 관련한 내용이기 때문에 공시하는 게 옳다는 입장을 밝히는 증권가 관계자도 있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방시혁 의장 입장에서는 (수천억원의 초과수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에) 상장 초반에 주가를 급등시키는 것이 유리하지 않았겠느냐”면서 “하지만 다른 투자자들은 방 의장 지분이 모두 보호예수가 걸려 있기 때문에 상장 직후 주가는 중요하지 않다고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것은 맞는다”고 말했다.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