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30 (토)

우주청 생긴지 6개월인데 … 아직도 정원 40%가 '빈 자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우주개발 삐걱 ◆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 우주개발사업이 14개월 이상 지연된 것은 정부의 허술한 관리체계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약 4조원이 투입되는 대형사업임에도 사업 전반을 관리해야 할 우주항공청 담당자조차 공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우주항공청으로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업무가 이관된 기간까지 감안하면 1년 가까이 공백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KPS뿐 아니라 차세대 발사체, 달 탐사선 개발 등 국내 주요 우주개발 사업들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며 우주 개발 컨트롤타워인 우주항공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개청 반년이 되도록 기관 운영의 기본인 인력 구성도 마치지 못했다.

2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우주항공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주항공청은 정원 총 293명 중 181명이 근무 중이다. 정원의 60% 정도만 채운 것이다.

행정직 등을 제외하면 충원율은 더 떨어진다. 우주항공 분야 연구개발(R&D) 사업을 이끄는 우주항공임무본부는 정원 107명 대비 절반 수준인 55명만 업무 중이다.

우주항공정책국이나 우주항공산업국 등도 정원의 절반 정도만 채웠다. 우주항공청의 반쪽 운영이 반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앞서 우주항공청은 올 연말까지 정원을 충족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를 이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우주항공청에 입사했다가 퇴사한 인력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항공청은 "'임용 예정자'를 포함해 연말까지 인원을 90% 수준으로 채우겠다"고 밝혔다.

우주항공청이 인력 구성을 마치지 못한 이유는 인재 영입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 사천이라는 근무지와 계약직 신분 등 현실적인 조건들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주항공청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등 해외 인재를 영입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직접 NASA 등을 돌며 영입에 나섰으나 큰 성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항공청에서 실제로 제의를 받았던 NASA의 한 연구자는 "근무 환경이나 연봉 등이 크게 떨어진다"며 "애국심 하나만 보고 NASA를 떠나 우주항공청으로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발사 연기 기간을 최대한 감축하고 시범 서비스 개시 시기를 늦추지 않기 위해서라도 '빠른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KPS 개발사업본부가 내부적으로 1호기 발사 연기를 결정한 만큼 이를 확정할 수 있는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 산하 위성항법 소위원회를 열어 사업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소위원회 개최는 예정된 것이 없다. KPS 사업 관계자는 "우주항공청 내에서 타 프로그램장이 대리 역할을 하고 있으나 담당 과장이 부재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빈자리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 인사를 검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항공청 관계자는 "언제 자리가 채워질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주항공청은 지난 5월 27일 개청했다. 문을 연 지 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왕좌왕이다. 여러 자리도 공석이다. 대표적으로 우주탐사 관련 프로젝트 기획·설계를 진두지휘할 우주탐사부문장 자리가 장기간 비어 있다. 이에 따라 한국형 달 착륙선 개발도 제 속도를 내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를 잇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사업도 한화와 항우연 간 갈등을 풀어내지 못하면서 답보 상태다. 차세대 발사체를 활용한 달 탐사선을 2032년 발사할 예정이었지만 일정 연기가 이미 확정적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미국·유럽·일본 등 우주 선진국들이 따라올 수 없는 격차를 벌리고 중국과 인도 등 우주 신흥 강국들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한국만 뒤처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전 항우연 원장)는 "우주항공청은 지금 차세대 발사체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벅차 보인다"면서 "KPS·달 탐사 사업 문제까지 해결할 여력이 없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용할 수 있는 예산도 경쟁국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다. 우주항공청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약 9649억원이다.

NASA의 35분의 1, 유럽우주국(ESA) 9분의 1, 중국 국가항천국(CNSA)·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인도 우주연구기구(ISR) 대비 절반 수준이다.

우주항공청 산하 항우연과 한국천문연구원 원장 선임도 진척이 없다. 지난달 초 두 기관의 차기 원장을 선임하기 위한 3배수 후보자를 선정했으나 여전히 인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지난 3월, 박영득 천문연 원장은 지난 4월 임기가 끝나 반년 넘게 차기 원장을 선임하지 못했다. 항우연 노조는 연일 이상률 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고재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