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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러워 못 살겠어요" 뇌종양 아내 부탁에 '농약' 먹인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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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극단적 선택 시도…남편만 생존

촉탁살인 혐의…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뇌종양에 걸린 아내의 부탁으로 농약을 마시게 하고 같이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 살아난 남편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데일리

한 노인의 손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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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법조계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춘천지법 형사2부는 지난 28일 촉탁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73)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5월 8일 “죽게 해달라”는 아내 B(72)씨의 요청에 따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하고, B씨에게 살충제를 먹여 살해한 혐의(촉탁살인)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2017년 B씨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주 넘어져 다리가 부러지고 시력이 지속해서 떨어졌다. 그러나 B씨가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하면서 정확한 병명도 알 수 없었다. 2022년쯤에는 넘어지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2023년 12월부터는 스스로 움직이는 일조차 힘들어지면서 A씨의 도움 없이는 도저히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2024년 5월 7일 B씨가 뇌종양 판정을 받게 되자 부부는 삶을 비관했다. 결국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결심한 부부는 자녀에게 이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이튿날 건강 악화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느낀 B씨는 A씨에게 “여보, 나 있잖아. 이대로는 못 살아. 농약 좀 갖고 와. 먹고 죽게. 죽게 해줘”라고 부탁했다.

함께 세상을 떠나기로 결심했던 A씨는 B씨의 요청에 따라 농업용 살충제를 들고 와 먼저 일부를 마신 뒤 남은 일부를 B씨에게 먹였으나 B씨만이 약독물 중독으로 숨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부탁받고 범행했다고 하더라도 귀중한 생명을 빼앗은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책이 절대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이 44년간 결혼생활을 해온 피해자가 뇌종양 등으로 신체적 고통이 극심한 상태에서 살해해달라고 요청하자 피고인도 극단적 선택을 할 생각으로 범행에 이른 점, 자녀가 선처를 탄원하는 점, 피고인이 고령인 데다 살충제를 마신 후유증 등으로 현재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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