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 유럽 지도자 참석 등 "역대 최대 행사" 예고
트럼프 취임·평화협상 진전 등 방러 시기 변수
지난 5월 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열병식 |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내년 방러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내년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전승절 행사에 북한군 부대를 초대해 눈길을 끈다.
30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방북 중인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김 위원장과 만나 내년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북한군 부대 파견을 초청했다며 "긍정적 결정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소련이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에 승리한 날을 기념해 매년 5월 9일 붉은광장에서 전승절 행사를 연다. 다양한 러시아 군부대와 무기를 선보이며 군사력을 과시하는 대규모 열병식이 하이라이트다.
특히 내년은 전승절 80주년이어서 러시아는 성대한 행사를 치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AFP 통신에 따르면 올가 류비모바 러시아 문화부 장관은 지난 19일 내년 전승절 행사에 대해 "역대 최대 행사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개시 이후 러시아의 전승절 행사는 다소 위축된 형태로 진행됐다. 러시아는 자국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우호국 귀빈들만 초청했고, 열병식에 동원된 무기 규모도 예년과 비교해 작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계속 진격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이지 않고 빠른 종전을 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 재입성을 앞둔 만큼 내년 전승절 분위기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전승절에는 유럽 정상도 참석할 예정이다.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인 세르비아의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과 친러시아 성향인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가 내년 5월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다른 친러 유럽 지도자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불참할 전망이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헝가리 총리실은 헝가리 국민에게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의 의미가 다른 참전국과 다르기 때문에 오르반 총리의 러시아 전승절 참석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헝가리는 제2차대전에서 나치 독일을 지지하며 소련군과 싸웠다.
또 럼 베트남 국가주석,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등도 내년 러시아 전승절 참석 초대장을 받았다.
2024년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28일 옛 소련권 군사안보협의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지도자들을 내년 전승절에 초대했다. 그는 CSTO 회원국들의 군대도 붉은광장 열병식에 초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북한군도 열병식에 초대한 만큼 김 위원장이 북한군을 이끌고 전승절에 모스크바를 찾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6월 평양 북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모스크바 답방을 기다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북한과 지난 6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했다. 러시아에 무기와 병력을 제공한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은 열병식까지 참가하면 러시아의 확실한 동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내년은 러시아의 전승절 80주년이면서 북한의 광복(조국해방) 80주년이기도 하다. 벨로우소프 장관은 평양에서 1945년 해방과 1950∼1953년 한국전쟁을 통해 양측 우정과 협력이 강화됐다고 강조했다.
그간 전승절은 김 위원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할 수 있는 계기 중 하나로 꼽혀왔다. 북한군의 열병식 초대도 수락하면 김 위원장이 군대를 이끌고 오는 모양새가 된다. 하지만 여러 국가 정상이 모이는 전승절 행사에서는 집중적인 북러 정상의 양자 회담을 기대하기 어려워 김 위원장이 선호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6월 평양에서 만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최근 우크라이나 전황 격화, 트럼프 당선인의 내년 1월 취임과 평화 협상 가능성 등 변수들이 등장하면서 방문 시기에 대한 전망도 분분해졌다.
트럼프 당선인의 미 대통령 취임으로 우크라이나 전황이 급변하기 전에 김 위원장이 서둘러 러시아를 찾아 견고한 북러관계를 재확인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 경우 내년 1월 미 대통령 취임식 전이나 특별군사작전 3주년을 맞는 2월 등이 방러 가능 시기로 거론된다.
반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상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때까지 기다린 후에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 특별군사작전 지원에 대한 대가를 최대한 많이 요구하는 청구서를 제시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러시아로서는 종전이 선언되면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만나려는 의지도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24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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