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드론 웅웅거리는 소리…교민 철수 軍수송기 내릴 때도 폭격"
"이번 계기로 자국민 철수 노하우 공유하는 협의체 NEOCG 참여"
"레바논, 한국전쟁 때 도와준 인연…재건 참여로 중동기회 키워야"
박일 주레바논 한국대사 |
(베이루트=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박일 주레바논 한국대사는 29일(현지시간) "레바논은 한국전쟁 때 한국에 5만달러를 지원했던 인연이 있는 나라"라며 "우리도 앞으로 레바논 전후 복구사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사는 베이루트에 있는 주레바논 한국대사관에서 진행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한국은 레바논에 파병된 동명부대를 통해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외교를 벌이고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이기도 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2021년 부임한 박 대사는 작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전쟁이 확대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이후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간의 확전으로 이어지고, 이스라엘이 지상전 등 대대적인 군사작전에 돌입하고서부터는 박 대사에게도 전쟁이 정말 발등의 불이 됐다.
박 대사는 지난 9월 27일 이스라엘군이 베이루트 남부 외곽 다히예 지역을 표적공습해 헤즈볼라 수장이던 하산 나스랄라가 숨진 날을 또렷이 기억했다.
박 대사는 "이스라엘군이 다량의 벙커버스터 폭탄을 투하했다는데, 다히예가 대사관에서 직선거리로 2∼3㎞밖에 떨어지지 않다보니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화염이 치솟는 것을 목도할 수 있었다"며 "지진이 난 것처럼 건물이 흔들렸다"고 돌이켰다.
그는 "폭격이 한창일 때 근처 공항으로 비행기가 착륙하는 모습도 봤다"며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장면이 계속 눈앞에 펼쳐졌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10월 5일 정부가 급파한 군수송기로 레바논 교민 97명을 긴급 철수시킬 때에는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박 대사는 "수송기 KC-330 '시그너스'를 몰고 온 공군 파일럿이 레바논에 다 와서는 곳곳에 연기가 치솟는 것을 보고 아찔했다고 하더라"며 "교민 피해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대사관이 철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프랑스 등 선진국 중심 10여개국이 자국민 철수 노하우와 자산을 공유하는 비공식 협의체 비전투원후송작전협력그룹(NEOCJ)에 한국 정부가 옵서버(참관인) 자격으로 참여하게 된 것도 뜻밖의 수확이다.
지난 27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이 시작된 후 박 대사는 대사관 직원들과 동명부대원들의 안위를 살피고 있다. 동명부대는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의 일원으로 레바논 남부에 주둔 중이다.
그는 "표적 식별용 이스라엘군 무인기(드론)가 24시간 날아다녔는데, 70㏈(데시벨)을 넘나드는 웅웅거리는 소음으로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가 컸다"며 이번 경험을 통해 해외 파견 인력에 대한 심리상담 지원이 강화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대사는 휴전이 발효한지 며칠 안 돼 파기 우려가 제기되는 것을 가리켜 "지금부터가 진짜 시험대이고, 합의가 얼마나 확실히 이행되느냐가 관건"이라며 "레바논 남부를 헤즈볼라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국제사회의 많은 공여가 필요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동명부대는 분쟁 상황에서 갈등을 관리하고 평화를 구축하는 과정에 대한 소중한 경험을 쌓고 있다"며 "도로 보수와 급조폭발물·지뢰 제거 작업 수요가 커질텐데 현재 전투병 중심인 동명부대에 앞으로 공병 전력이 필요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대사는 "레바논 안보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역내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전후 복구 참여로 한국 기업들의 중동 진출 확대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계기가 모색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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