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신유열 부사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시장 개척이란 중책을 부여받으면서다.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화학과 쇼핑 사업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신 부사장의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비상 경영이 이어지고 있는 위기 속에서 제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 [사진=롯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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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롯데에 따르면 롯데가(家) 3세인 신유열 롯데지주 전무는 이날부로 부사장으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신 부사장은 2022년 5월 롯데케미칼 상무보가 된 지 7개월 만인 같은 해 12월 '2023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이후 이듬해 12월 인사 때는 전무로 승진한 데 이어 올해 연말 인사에서는 1년이 채 안 된 부사장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년 6개월 만에 상무보에서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한 것이다. 이번 승진으로 그룹 내에서 후계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한 모습이다.
신 부사장은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번 승진으로 신 부사장은 본격적으로 신사업과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바이오 위탁생산개발(CDMO) 등 신사업의 성공적 안착과 핵심 사업의 글로벌 시장 개척을 본격적으로 주도하면서 그룹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헤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현재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도맡아 했던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의 본원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롯데그룹은 전체 매출의 약 60%가 화학과 유통 부문에서 나온다. 두 사업이 경기 침체, 업황 부진으로 휘청이자 그룹도 함께 흔들리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롯데케미칼은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주요 원인으로는 수익성 악화가 꼽힌다. 올해 3분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66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적자 규모가 7000억원 이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많다. 롯데 유동성 위기설의 진원지도 롯데케미칼이다. 과거 회사가 발행한 약 2조4000억원 규모의 사채와 관련해 지난 3분기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한 것이다.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줄어드는 반면, 부채는 빠른 속도로 불어난 영향이다.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외관 전경. [사진=롯데쇼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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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사업의 롯데쇼핑 위상도 예전만 못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롯데쇼핑의 연결 기준 연간 매출은 17조6220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14조5559억원으로 3조원 이상(17.4%) 감소했다. 올해도 15조원 벽은 깨지 못할 것이란 것이 업계 추정이다. 롯데그룹의 통합 이커머스 업체인 롯데온은 아픈 손가락이다. 롯데온의 누적 적자는 50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1~3분기 누적 적자는 615억원을 기록, 손실폭이 오히려 커졌다.
상황이 이렇자 그룹의 실적을 떠받칠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 신유열 부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신 부사장은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지난해 롯데지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아무런 검증 없이 그룹의 소방수 역할을 맡기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임원 인사에서 실적 부진을 이유로 롯데지주 및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21명(36%)을 대거 교체한 것과 상반된 행보인 만큼 그룹 안팎에서는 뒷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신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섰던 신사업 중 하나인 롯데헬스케어는 사실상 사업 철수 수순에 돌입했다. 롯데헬스케어가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 서비스 전체를 출시 1년여 만인 내달 26일 종료한다. 같은 달 31일에는 캐즐 고객센터도 문을 닫는다.
캐즐은 롯데헬스케어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본격 진출하며 내놓은 플랫폼이다. 롯데헬스케어는 롯데그룹이 건강관리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지난 2022년 4월 설립한 회사다. 캐즐이 롯데헬스케어의 핵심 사업이자 사실상 유일한 사업이었다. 이달 1일부터 자체 브랜드 상품(PB) 판매 사업도 접기로 했다.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롯데헬스케어 캐즐 기업건강검진 서비스 화면 [자료=롯데헬스케어] 2024.03.04 sykim@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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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사실상 사업 철수 수순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적도 부진하다. 올해 말까지 캐즐 가입자 100만명 확보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상반기까지 20만명 확보에 그쳤다. 지난해 연간 매출 역시 8억원에 불과했으며, 229억원의 영업손실도 냈다.
신 부사장이 맡고 있는 롯데바이오로직스 역시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지난 3분기 200억원가량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그룹 유동성 위기로 투자 여력이 떨어지면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롯데그룹은 바이오 사업에 4조원대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나 현금 창출력에 문제가 생기면서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재계는 이번 롯데 3세의 빠른 승진을 본격적인 경영 승계의 시작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다만 경영 승계가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신 부사장의 병역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신동빈 회장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경영 승계를 위해선 한국 국적 취득이 필수다. 신 회장은 한국과 일본 이중 국적을 유지하다가 병역이 면제되는 만 41세이던 1996년에 일본 국적을 포기했다.
신 부사장은 1986년생(38세)으로 올해로 38세다. 국내 병역법상 38세가 되는 해에 병역 의무가 면제되는 만큼 향후 한국 국적 취득과 함께 한국 롯데를 통한 경영권 승계작업이 본격화 할 것으로 점쳐진다.
지분 문제도 아직 남아있다. '한일 통합 리더체제'를 이어받기 위해선 충분한 지분 확보가 필요하다. 신 부사장은 올 하반기 들어 롯데지주 주식을 매입했으나 지분율은 0.01%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 롯데홀딩스 지배를 위한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10.65%를 가진 롯데스트래티직인베스트먼트(LSI) 대표도 맡고 있다.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 지배구조 정점인 호텔롯데의 최대주주(19.07%)다.
재계 관계자는 "신유열을 전무에서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올린 것은 총수일가의 승진은 실적과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했다. 그는 이어 "유동성 위기란 엄중한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승진 명분이 없으나 더 기다린다고 롯데의 경영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반영됐다고 본다"라며 "차기 후계구도를 명확하게 해 조직 기강을 다잡고 쇄신의 고삐도 죄겠다는 의지"라고 해석했다.
nrd@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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