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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영상] 우주 탐사한다면서 뜬금없는 무인 잠수정 개발…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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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파 보낼 로봇 ‘스윔’ 시제품 작동 성공

물고기 형상 이용해 얼음 아래 바다 헤엄

센서 장착해 바닷물 온도·산성도 등 측정

해양 생명체 서식 여부 집중 탐구 예정

표면 뚫고 바다 들어갈 굴착기도 고안 중

경향신문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 물고기인 ‘스윔’ 시제품이 수영장 안에서 작동하고 있다. 스윔은 목성 위성 유로파의 지하 바다에 투입돼 생명체 존재 여부를 탐사하는 데 이용될 예정이다. NAS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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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 용지보다 조금 길어 보이는 무인 잠수정을 한 과학자가 두 손으로 들어 수영장 안에 살며시 풀어놓는다. 무인 잠수정은 수면 아래로 잠기자마자 동체 꽁무니에 달린 스크루 2개를 힘차게 돌린다. 그러고는 대략 사람이 빠르게 걷는 속도로 물속에서 전진한다. 잠수정은 유선형이다. 동체 주변의 물을 부드럽게 헤치고 항해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해 인터넷에 공개한 이 무인 잠수정의 임무는 매우 특별하다. 태양계 5번째 행성인 목성의 위성 ‘유로파’에서 생명체 존재 여부를 탐색하기 위한 핵심 장비다.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우주를 탐사하겠다는 사람들이 왜 뜬금없이 물속을 돌아다니는 잠수정을 만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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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 물고기 ‘스윔’이 수영장 안에서 이동하고 있다. 내부에 각종 센서가 장착된다. NAS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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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파 바다서 물고기처럼 이동


NASA 연구진은 지난주 공식 자료를 통해 “유로파 지하 바닷속을 탐사하도록 설계된 로봇인 ‘스윔’ 시제품을 캘리포니아주 연구시설 내부의 수영장 안에서 작동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길이 42㎝의 스윔은 누가 봐도 물고기 형상이다. 지느러미가 아니라 스크루를 이용하기는 하지만 물속을 돌아다닌다는 점에서 행동 역시 물고기를 닮았다. 재질은 플라스틱이다.

사실 스윔은 외계 천체 탐사와는 어울리지 않는 장비다. 지구인이 지난 반세기 동안 가장 적극적으로 훑어온 화성이나 금성, 달 어디에도 액체 상태의 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로파는 다르다. 유로파 표면은 영하 171도의 초저온 때문에 10~30㎞에 이르는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 있지만, 얼음 아래에는 60~150㎞ 수심의 액체 지하 바다가 자리 잡고 있다. 지구 바다의 최대 수심이 11㎞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로파 지하 바다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심해인 셈이다.

수심이 깊은 만큼 부피도 크다. 유로파 지름은 3100㎞로 지구의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바다 수량은 오히려 지구의 2배다. 유로파는 거대한 ‘물주머니’인 셈이다. 우주 과학자들이 물속을 헤엄치는 로봇을 만든 이유다.

온도·압력 감지해 ‘생명 가능성’ 파악


연구진이 스윔으로 확인하려는 것은 유로파 지하 바다의 온도와 압력, 산성도다. 특정 수역에서 전기가 얼마나 잘 통하는지, 무슨 화학 물질이 녹아있는지도 함께 살필 예정이다.

연구진은 이런 다양한 센서를 새끼손가락 손톱보다 작은 칩 안에 통합해 담아 스윔의 덩치를 소형화했다. 스윔은 임무만 부여하면 알아서 움직이는 자율운항 기능과 유로파 지하 바다에서 나타날 대략 1000기압 이상의 수압을 견딜 내구성도 갖출 예정이다.

이 같은 다양한 기술로 무장한 스윔을 통해 연구진이 궁극적으로 알아내려는 것은 생명체 존재 여부다. 생명체가 살 만한 조건을 잘 갖춘 곳을 지하 바다에서 찾으면 해당 수역을 대상으로 생명체가 실제 있는지 집중 수색할 수 있다.

사실 유로파에는 이미 지난달 NASA가 ‘유로파 클리퍼’라는 탐사선을 쏜 적이 있다. 도착 예정 시점은 2030년이다. 그런데도 스윔을 또 만드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유로파 클리퍼는 유로파 상공을 뱅글뱅글 돌기만 하는 일종의 인공위성이어서다. 수십㎞ 고도에서 유로파 얼음 표면을 투시해 지하 바다 성분을 들여다보는 데 특화됐다. 현대 관측 장비 성능이 좋기는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바닷속에 생명체가 사는지를 확실히 알기는 어렵다. 연구진이 바닷속을 헤집고 다닐 스윔을 굳이 개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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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윔’을 유로파 지하 바다에 투입하기 위한 굴착 장비의 개념도. 최대 30㎞에 이르는 표면 얼음을 원자력으로 발생시킨 고열로 뚫은 뒤 스윔을 바다에 방출한다. 사진 하단의 지하 바다에 흩어진 작은 삼각형이 스윔이다. NAS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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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굴착 장비 개발 중


연구진은 스윔 한두 대가 아니라 수십 대를 한꺼번에 지하 바다에 투입할 예정이다. 동시다발적으로 떼 지어 다녀야 지하 바다 환경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윔 동력은 전기 배터리에서 얻는데, 최대 2시간 운영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스윔이 있다고 유로파 지하 바다 탐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난관이 있다. 유로파 표면을 덮은 최대 30㎞의 두꺼운 얼음을 뚫고 지하 바닷속으로 스윔을 집어넣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인간은 이런 두꺼운 얼음을 지구에서든 다른 천체에서든 한 번도 뚫어본 적이 없다. 신형 자동차는 개발 중인데, 달릴 포장도로가 없는 격이다.

이 때문에 NASA 연구진은 원자력으로 뜨거운 열을 발생시키는 뱀 형태의 기다란 굴착 장비를 함께 개발 중이다. 이 굴착 장비 안에는 스윔을 탑재할 공간을 만들 예정이다. 유로파 표면 얼음을 수직 방향으로 녹이며 뚫어나가다가 마침내 지하 바다와 접촉하는 순간, 스윔을 굴착 장비 안에서 방출시켜 바다에 투입하는 것이 NASA 계획이다. 굴착 장비는 버스, 스윔은 승객인 셈이다.

스윔을 정확히 언제 유로파 지하 바다에 투입할지는 미정이다. 다만 스윔을 지금보다 더 소형화해 굴착 장비를 통한 바다 투입을 더 용이하게 할 예정이다. 연구진은 “스윔 동체 길이를 (지금의 30% 수준인) 12㎝로 줄일 것”이라며 “개발에 수년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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