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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하면 교통사고 과실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않지만, 사고 원인이 된 위반행위에 관한 범칙금을 내지 않은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공소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최근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 사건 공소제기 절차는 법령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서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A씨는 2022년 4월 서울 서초구에서 운전 중 차선을 변경하다가 뒤따라 오던 차량과 충돌했다. '12대 중과실이 아닌 한 보험이 있으면 기소할 수 없다'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입건되진 않았지만, 위법한 진로변경을 이유로 도로교통법상 범칙금 3만 원과 벌점 20점을 받았다.
A씨는 범칙금을 냈지만 얼마 뒤 "벌점이 너무 과하다"며 돈을 회수해 갔다. 경찰은 그가 기간 내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고, 검찰은 A씨를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는 가벼운 혐의에 대해 정식재판 대신 벌금 등을 부과하도록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다.
1심은 무리한 차선 변경에도 범칙금을 내지 않은 A씨에게 잘못이 있다고 보고 벌금 1,0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2심은 그러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기소되지 않은 A씨에게, 진로변경방법 위반 부분만 분리해 처벌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공소 기각 판결했다. 법원은 검찰의 기소가 법률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일 경우 공소 기각을 판결로 선고한다.
엇갈린 1·2심 판단을 두고, 대법원은 항소심 논리가 법 체계에 맞지 않는다고 보아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애초 도로교통법은 '안전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돼 사고 발생 여부와 무관하게 위반행위를 제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실로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대한 '형사처벌 특혜'를 규정하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과는 그 영역이 구분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통고처분에 따라 범칙금을 납부하면 처벌받지 않는데도, 피고인이 벌점 부과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이미 납부한 범칙금을 회수하고 다시 내지 않아 공소제기에 이른 사건"이라면서 "그런데도 공소제기 절차가 법령에 위반돼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엔 잘못이 있다"고 짚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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