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인슐린 치료 바로 알기
진행성 질환인 2형 당뇨병은 유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 기능이 약해진다. 당뇨병 진단 6년 후 남아 있는 췌장 기능이 25%에 불과하다는 보고도 있다. 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박정환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일반인보다 췌장의 인슐린 분비 능력이 더 빨리 떨어진다”고 말했다. 체내 필요량보다 생산량이 적어지면서 부족한 인슐린을 직접 보충하는 인슐린 치료는 그래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슐린 치료의 필요성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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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치료의 핵심은 혈당 관리다. 고(高)혈당인 상태로 지내면 인체의 크고 작은 혈관에 생긴 만성적 염증으로 합병증이 생긴다. 뇌·심장과 연결된 대혈관이 막히면 뇌졸중·심근경색으로 생명이 위중해지고, 눈·신장(콩팥)을 이루는 미세혈관에 문제가 생기면 시력이 나빠지고 투석 등으로 삶의 질이 떨어진다. 2형 당뇨병은 진행될수록 인슐린 저항성이 커지면서 DPP4·SGLT-2 등 여러 기전의 경구 혈당강하제 병용치료에도 혈당을 조절하는 것에 한계가 생긴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권혁상 교수는 “2형 당뇨병 유병 기간이 길어지면 인슐린 치료가 필요해지는 순간이 온다”고 말했다.
스스로 주사하는 인슐린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큰 한국인이 인슐린 치료를 받는 비율은 6%에 불과하다.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먹는 약으로만 혈당을 관리하려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당뇨병 팩트시트 2024에 따르면 당뇨병 유병자 중 한국인 34.2%만 적정 수준으로 혈당을 관리한다. 당뇨병 환자 10명 중 6~7명은 대한당뇨병학회에서 제시한 당뇨병 혈당 조절 목표 수준인 당화혈색소 6.5%미만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내과 김병준 교수는 “혈당이 잘 조절되고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2~3개월마다 당화혈색소를 검사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2~3개월마다 당화혈색소 검사해야
먹는 약 등으로 3개월 이상 혈당 조절이 어렵다면 인슐린 치료 등으로 적극 혈당 조절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에서도 혈당 조절 목표인 당화혈색소 6.5% 미만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 조속히 다른 기전의 약을 병용할 것을 권고한다. 특히 강력한 혈당 강하 효과를 중점적으로 고려할 경우 GLP-1, 인슐린 등 주사제 기반 병용 요법을 시도할 것을 강조한다.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이병완 교수는 “주사제로 혈당 조절을 고려한다면 포도당 의존적으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저혈당 위험이 낮으면서 주 1회 주사로 치료 편의성이 높은 GLP-1 기전의 약을 우선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인슐린 치료로 췌장 기능 회복 가능
인슐린 치료를 우선 고려해야 할 때도 있다. 당뇨병으로 당화혈색소 9.0%를 초과하는 심각한 고혈당이면서 다음·다뇨·체중감소 등 고혈당으로 인한 증상을 동반한 경우다. 김병준 교수는 “목이 말라 물을 많이 마시는 다음(多飮), 소변을 많이 보는 다뇨(多尿), 체중이 빠지는 체중 감소 증상이 며칠 동안 계속되면 급성 합병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고삼투압성 고혈당 증후군(HHS)으로 체내 수분·전해질 손실이 커 무기력증이 심해지면서 의식 소실 단계까지 진행할 수 있다. 체내 인슐린 부족 현상이 심각한 상태로 빠르게 인슐린을 보충해 혈당을 안정시켜야 한다. 권혁상 교수는 “고혈당이 심할 때 외에도 급성 감염증이나 전신 마취 등 수술 전후, 콩팥·간 기능 장애가 있을 때도 인슐린 치료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뇨병으로 처음 진단받았을 당시 고혈당이 심할 상태일 때도 인슐린 치료는 긍정적이다. 최소 2주 이상의 인슐린 치료는 당독성(Glucotixicity) 노출 기간을 줄여줘 췌장의 자기 인슐린 생산 능력을 보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김성래 교수는 “인슐린을 직접 공급하는 인슐린 치료로 번아웃 상태처럼 지친 췌장을 쉬도록 해 회복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인슐린 치료는 빠르고 강력한 혈당강하 효과가 특징이다. 평균 당화혈색소 10.1% 이상으로 중증 고혈당인 상태에서 2형 당뇨병으로 처음 진단된 환자에게 2주 동안 인슐린 치료를 했더니 먹는 혈당강하제로 치료한 그룹보다 목표 혈당에 도달하는 비율이 높았다는 연구도 있다. 박정환 교수는 “인슐린 치료로 췌장의 기능을 회복하면 다시 혈당이 잘 조절되면서 혈당·지질에 의한 췌장의 부정적 영향을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인슐린 치료를 시작할 때 연속혈당측정(CGM·Continuous Glucose Monitoring)을 활용하면 혈당 조절에 더 긍정적이다. 김성래 교수는 “실시간 혈당 변동 상황을 확인하는 CGM으로 목표 혈당 범위 내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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