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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다시 ‘친환경과의 전쟁’? 더 강해져 돌아온 트럼프의 ‘반환경’ 구상[돌아온 트럼프와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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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미국 환경정책 얼마나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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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승리가 확정된 지난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열린 승리 연설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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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상 최악의 환경파괴 대통령이 돌아왔다. 2기는 더욱 잔혹할 것이다.”

미국 역사학자 더글러스 브링클리 라이스대학 교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을 두고 내놓은 평가다. ‘기후위기 부정’ 대표주자인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를 앞두고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파리기후협정이 탄생한 바로 다음 해에 처음 대통령직에 올랐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중국이 지어낸 사기”라며 대놓고 부정하던 트럼프 당선인은 첫 임기 동안 미국의 환경보호정책을 줄줄이 뒤집으며 ‘환경과의 전쟁’을 치렀다. 파리기후협정도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탈퇴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기후위기 불신은 여전하다. 이번 선거에서도 그는 “해수면은 올라갈 때도 있고 내려갈 때도 있다” “온난화는 다 괜찮아질 것”이라며 심각성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 파리기후협정에서 정한 임계점(2030년)을 5년 남겨둔 2025년, 지독한 ‘기후 빌런’이 다시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

‘친환경 지우기’ 했던 트럼프, 이번에도?


기후전문매체 그리스트가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로스쿨에 의뢰해 분석한 자료를 보면,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폐지되거나 후퇴한 환경보호 조치는 무려 208건에 이른다.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흔적을 지우는 수준을 넘어선 ‘친환경 지우기’였다. 오바마 정부 때 만들어진 환경 규제는 물론 공화당 소속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1969년 제정한 이후 반세기 이상 미국 환경 정책의 기틀이 되어 온 ‘국가환경정책법(NEPA)’까지 개정해 미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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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기 시절 폐지 또는 후퇴한 환경보호 관련 정책 208건 복원 현황 (2022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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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취임 직후 파리기후협정에 재가입했고, 트럼프 당선인이 뒤집은 환경 정책을 하나둘 되살렸다. 행정명령 등은 서명만으로 복원이 가능했지만 수 년간 법정 다툼을 벌여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일부(37%)만 다시 복원됐고, 나머지 73%는 완전히 폐지됐거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번에도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정부의 각종 환경 규제 정책을 뒤집을 계획이다. 바이든 정부의 대표 정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신종 녹색 사기”라고 부르며 백지화를 예고한 게 대표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적극적으로 친환경 정책을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빈자리를 채울 ‘트럼프표 환경정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집에는 ‘기후’나 ‘기후위기’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에너지 패권’을 강조한다. 재생에너지 사용은 줄이고, 화석연료에 대한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게 핵심이다. 대선 공약집인 ‘의제 47’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에너지를 보유한 국가로 만들겠다”며 셰일가스 시추 등 화석연료 산업와 관련한 규제를 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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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7월19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퀵큰 론즈 아레나에서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가운데 지지자들이 “트럼프는 석탄을 판다”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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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임기 때보다 극단적인 ‘친환경 지우기’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과 트럼프 측근 인사들이 작성한 공화당 집권 계획 문건인 ‘프로젝트 2025’는 “기후 변화 연구는 대부분 해체돼야 한다”며 기후변화와 관련한 주요 연구와 보고서 작성을 축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무원이나 과학자 출신 대신 “충성스러운 정치 활동가”를 내세워 화석연료 확대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보고서는 환경보호청(EPA) 예산 삭감, 해양대기청(NOAA) 민영화 등으로 환경정책에 관련 기관 역할을 축소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또 풍력과 태양광 시설 등 재생에너지를 연구하는 기관들도 없애야 한다고 제안했다.

‘화석연료 전도사’로 채운 2기 행정부


트럼프 당선인의 ‘환경정책 파괴’ 구상은 2기 행정부 인선에서도 드러난다. 환경과 에너지 부문 요직은 모두 기후위기를 부정해왔거나 화석연료 부흥을 강하게 옹호해 온 인물들로 채워졌다. 바이든 정부의 환경규제 정책을 도루묵으로 만들기 위한 밑작업을 마무리한 셈이다.

환경정책 수장인 환경보호청(EPA) 청장에는 연방 하원의원(뉴욕) 출신 리 젤딘이 발탁됐다. EPA는 트럼프 1기 시절 ‘환경정책 뒤집기’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은 검찰총장을 지낸 스콧 프루잇을 자신의 첫 EPA 청장으로 지명해 환경 법안 폐기와 관련한 각종 소송을 이끌게 했고, 결국 EPA는 ‘환경과의 전쟁’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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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 환경·에너지 부문 지명자들의 과거 발언과 이력


젤딘 역시 이런 역할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하원의원 시절에는 2022년 바이든 대통령의 IRA법안을 포함해 최소 18개의 환경 관련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2015~2023년 하원의원으로 활동했으며, 이전에는 4년간 미 육군에서 복무해 환경정책 수장을 맡기엔 기후, 에너지와 관련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그는 ‘트럼프 충성파’로 꼽힌다. 트럼프 당선인이 2020년 대선에서 패했을 때는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인증을 거부하기도 했다. EPA 청장에 발탁된 이후 젤딘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좌파적’ 규제를 폐기하고 “에너지 패권을 통해 경제 번영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부 장관에는 석유 산업 부흥에 앞장서 온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에너지 최고경영자(CEO)가 지명됐다. 라이트는 1992년 셰일 가스를 추출하는 공법인 ‘프래킹(수압파쇄법)’ 기술을 활용하는 기업 피너클 테크놀로지스를 창업해 셰일 가스 생산을 주도했다. 이어 2011년에는 또 다른 프래킹 전문 기업 리버티에너지를 창업했다. 그는 매체 인터뷰 등에서 “기후위기는 없다”고 부정해왔으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노력을 “소련 공산주의”에 비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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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9일 유타주 캐슬데일에 있는 석탄 화력발전소 앞에 석탄이 쌓여 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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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는 라이트 지명자를 “화석연료의 전도사”라고 평가하며 “석유와 가스가 사람들을 빈곤에서 구할 수 있는 메시지를 퍼뜨리는 한편 기후 과학을 폄하한다”는 점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정확히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짚었다.

내무부 장관에는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주 주지사가 지명됐다. 노스다코타는 미국의 3대 석유 생산 지역이자 최대 셰일 가스 보유지로, 버검은 주지사로 일하는 동안 지역 내 굴지의 석유 기업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6월에는 공화당 소속 주지사 18명과 함께 바이든표 청정에너지 정책에 반대한다는 서한을 발표하기도 했다.

버검은 지난 15일 신설된 국가에너지회의(NEC)의 의장인 ‘에너지 차르’에도 지명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버검을 이 자리에 발탁하면서 “그가 미국의 에너지를 다시 지배적이고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버검이 ‘에너지 차르’로서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화석연료 확대를 이끌고, 바이든 정부의 청정에너지 정책을 완전히 뒤집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경정책 뒤집기’ 2차전, 어디까지 되돌릴까


만반의 준비를 마친 트럼프 당선인의 ‘환경정책 파괴’ 구상이 어디까지 실현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1기 때보다는 정책을 뒤집기 쉬운 환경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우선 ‘환경과의 전쟁’에 제동을 걸 만한 인물이 부족하다. 해양대기청장을 지냈던 앤드루 로젠버그는 “1기 때는 트럼프의 비논리적이고 파괴적인 계획에 맞설 수 있는 합리적인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사람들이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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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국가환경정책법(NEPA) 개정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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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트럼프 당선인은 빠르게 정책 폐기를 밀어붙인 탓에 정부 안팎에서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이는 각종 소송으로 이어졌고, 이때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책이 다시 복원된 경우도 여럿이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했던 토머스 암스트롱은 “트럼프가 정치 경험이 부족했던 게 다행이었다”며 “이번에는 트럼프가 4년 동안 정치 경력을 쌓았다는 점이 달라졌다. 그는 더 치밀하게 준비돼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1기 때와 같이 ‘정책 뒤집기’가 소송까지 이어진다고 해도 전보다 부담이 적다. 대법원이 보수 절대 우위 구조로 재편된 만큼 트럼프 당선인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NYT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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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4일 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를 앞두고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유세를 하는 동안 기후 활동가가 ‘트럼프는 기후 범죄자’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기습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도 트럼프 당선인은 “드릴, 베이비, 드릴”이라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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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바이든 정부의 대표 정책인 IRA는 백지화하기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를 폐지하려면 의회 동의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협조를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상원과 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가 되긴 했지만, 보조금 등 혜택의 70~80%가량이 공화당 강세 지역에 쏠렸다는 분석이 여러 번 나왔다.

이 법으로 혜택을 입은 지역에서 일하는 의원들이 단지 트럼프 당선인이 폐지를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IRA를 폐기하지는 못할 것으로 미 언론들은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오클라호마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 공화당 강세인 지역에서도 IRA법이 새로운 투자와 일자리를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트럼프 당선인도 법안을 아예 폐지하기보다 ‘브랜드’만 바꾸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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