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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탄핵 이후’에 답해야 할 민주당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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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정의당과 경실련 등이 지난달 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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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식 |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복지국가재구조화센터장



윤석열 대통령의 시대는 끝났다. 총선 패배에 이어 국민의 신뢰마저 잃은 대통령이 무엇을 더 할 수 있겠나. 윤 대통령이 4대 개혁의 완수를 외칠 때마다, 그 모습이 처량해 보이기까지 한다. 어디 이뿐인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해 보라. 공천 개입, 당무 개입, 채 상병 사건, 배우자 관련 의혹 등 탄핵의 사유는 이미 차고 넘친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이 사실을 윤 대통령만 모른다면, 윤 대통령이야말로 이 시대의 ‘벌거벗은 임금님’이다.



국민은 알고 있다. 정치평론가와 야당이 큰 소리로 외치지 않아도 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품격도, 역량도, 도덕성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지금과 같은 상태로 2년 반을 보낸다는 것이 이 나라에 얼마나 치명적인 해를 끼칠 것인지를. 그런데도 국민은 주저하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윤석열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다고 해서 이 나라가 평범한 사람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은 2016~17년 촛불을 들어 불의한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렸다. 그러나 탄핵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지는 못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난 대선에서 손바닥에 왕(王) 자를 그려 넣고 대선후보 토론회에 참석한 기괴한 정치 초년생 윤석열 검사가 대통령이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왜 국민이 부패에 코를 막고, 기괴함에 눈을 감고, 무능력과 불공정에 귀를 닫고 주저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국민은 묻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안이 될 수 있냐고. 죄가 있다면, 대통령과 배우자를 단죄하는 것은 당연하다.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대통령과 배우자를 단죄한다고 국민의 삶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반윤석열 바람이 지속된다면, 민주당이 집권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하지만 반윤석열 바람에만 기대어, 민주당이 만들어갈 세상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민주당의 승리는 또 다른 윤석열의 집권으로 이어질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이 윤 대통령의 퇴진이 대통령과 배우자에 대한 개인적 처벌에 그치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길을 열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 먼저 민주당이 꿈꾸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이 꿈꾸는 세상은 “국가 책임을 강화해서 누구나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든든한 토대를 구축”하는 기본사회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의 대규모 감세정책에 동조해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고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며, 상속세와 고소득 계층을 위한 소득세 감세까지 검토하는 것이 과연 그 세상을 만드는 길인지도 답해야 한다. 국민 모두에게 보편적 소득과 양질의 사회서비스를 보장하는 ‘기본사회’가 ‘감세 기조’와 양립할 수 있는 것인가?



정당과 정치인은 유권자가 원하는 길을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현실 정치를 고려하면,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개별 시민이 세금을 덜 내고 부자가 되기를 꿈꾸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평범한 사람들의 이런 욕망을 도덕적으로 훈계하고 비난하는 것은 오만한 행동이다. 하지만 그게 정치라면, 정당이 왜 필요한지 의문이다. 국민의 욕망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당이 할 일은 국민이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 행동이 아니라 공동체의 안위를 위해 행동할 때 개인의 이익이 더 잘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개별 국민의 선호를 이유로 윤석열 정부의 감세 기조에 동조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감세를 추진하면서 민주당이 이야기하는 기본사회를 만들 순 없다. 내가 모르는 그 길이 있다면 알려주길 바란다.



정치적으로 민주당은 윤 대통령 퇴진 이후 ‘합리적 보수’는 단죄의 대상이 아니라 민주당과 함께 국정을 운영할 동반자이자 경쟁자라는 것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보수 정당의 대통령을 연이어 퇴진시키는 것이 보수의 죽음이 아니라, 보수가 권위주의의 잔재를 끊어내고 유력한 집권 세력으로 다시 태어나는 길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당시 민주당이 20~30년 집권 운운했을 때처럼, 윤 대통령의 퇴진이 보수 전체의 괴멸로 이어질 것이라는 공포가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국민이 꿈꾸는 살 만한 세상은 보수와 진보 두 날개가 필요하다.



이제, 민주당이 답할 차례다. 주저하는 국민이 결단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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