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 급증, 강력 대책 필요”
쪼개진 수사대응력 한곳으로 모아
수사 컨트롤타워 역할… 檢총장 직속
본부장에 박영빈 청주지검장 거론
검-경-관세청 ‘마약 합수본’ 이달 출범… “사실상 한국판 DEA”
정부가 마약범죄 합동수사본부(합수본)를 이달 중 출범시킬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합수본은 검찰, 경찰, 관세청 등의 마약 단속·수사 전문가들을 한데 모으고 각 수사기관의 컨트롤타워 역할도 맡을 예정이다.
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조만간 범정부 회의체를 열고 합수본 출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합수본부장에는 검사장급인 박영빈 청주지검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박 지검장은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등을 역임한 대표적인 ‘강력통’이다. 부본부장에는 신준호 대검 마약·조직범죄기획관(차장검사)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정부는 올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마약 범죄 근절 특별지시 등을 계기로 전담 수사 조직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됐던 ‘마약수사청’도 검토했지만 정부조직법 개정 등 입법이 필요한 데다 마약수사청이 설립될 경우 검찰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이 유기적으로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 등을 고려해 합수본 조직을 출범하기로 했다.
합수본은 미국 마약단속국(DEA)과 같이 예산·인사 권한 등을 갖는 독립수사청은 아니다. 하지만 검찰총장 직속으로 운영하면서 총장에게 직속으로 보고하는 체계를 갖추고, 수사 자율권도 대폭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법조계에서 사실상 ‘한국판 DEA’가 출범하는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합수본은 기관별로 쪼개진 마약 수사 대응력을 한데 모으는 역할도 맡게 된다. 대검은 지난해 2월 서울중앙·인천·부산·광주 등 지방검찰청 4곳에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설치했지만 컨트롤타워 부재 등으로 전국에 흩어져 얽혀 있는 마약 조직을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국제 공조가 중요한 마약 수사에서 소통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커져 왔다. 대검 마약과장 등을 지낸 천기홍 법무법인YK 대표변호사는 “전국 단위 조직적인 수사, 국제 공조 등을 위해 (합수본처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특별 조직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커진 마약 수사 공백을 회복하려는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2021년 1월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는 마약 범죄는 ‘500만 원 이상의 마약·향정 수출입 등 범죄’로 축소됐고, 마약 수사 전문성 약화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대검 통계에 따르면 마약류 사범 단속 건수는 2019년 1만6044명에서 지난해 2만7611명으로 급증했다. 검찰 관계자는 “마약 범죄가 급증하는 상황을 타개할 특별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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