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도시계획시설 지정 은평구로 일원화
올해 2월 도시계획시설 결정...실시계획 승인은?
2011년 광역교통대책 일환으로 추진된 창릉천 횡단교량이 13년 넘도록 설치되지 않아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달 24일 설치돼야 할 교량 대신 직진 가능 교통표지판 아래 건설기계가 입구를 막고 있다. 임명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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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오전 경기 고양시 덕양구 지축동 지축상가주택지구(지축지구) 앞. 지축지구에서 창릉천을 건너 서울 구파발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교통표지판과 50㎞ 속도제한 과속방지카메라가 설치돼 있지만, 교량 예정지 입구는 건설기계가 막고 있었다. 이곳은 당초 지축지구와 은평 뉴타운 10단지 앞 도로를 잇는 ‘(가칭)창천교 횡단교량’이 설치돼야 하는 곳이다.
창릉천 횡단교량은 2011년 5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지축지구 개발에 따른 광역교통개선대책 일환으로 추진된 것으로 총길이 116m(고양구간 55.5m, 은평구간 50.5m), 폭 35m, 왕복 6차선 교량이다. 지축지구와 인근 아파트 단지 거주자들이 우회하지 않고 교량을 통해 통일로로 바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13년이 지나도록 교량 설치는 백년하청이다.
지축지구와 인근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입주한 고양시민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주민 강미영(39)씨는 “교량이 설치된다는 말만 있을 뿐 언제 된다는 말은 없다”며 “(통일로까지) 1분이면 갈 거리를 10분 이상 돌아가야 하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통일로까지는 평일 낮 시간대는 10분 정도 걸리지만, 출퇴근 시간에는 20분 이상 소요될 때도 있다.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 A씨도 “우리도 2020년에 입주했는데 그때 저 교량이 설치된다는 팸플릿을 본 거 같다”며 “교량이 설치되면 ‘서울 접근성이 더욱 좋아진다’고는 하지만 언제 될지 몰라 매매 계약할 때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중개업소에 부착된 지축지구 주변 개발계획지도에는 ‘창릉천 횡단교량’이 표시돼 있다.
교량 건설이 지체되는 이유는 교통량 증가에 대한 은평구의 우려 때문이다. 사정은 이렇다. 2018년 서울시와 경기도, LH는 ‘시설물 유지관리 및 인허가 주체 결정 회의’를 통해 교량의 도시관리계획 결정 절차를 서울 은평구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LH 경기본부(현 경기북부본부)가 수차례 인허가를 신청했지만 은평구는 ‘교량 설치 시 은평뉴타운 교통정체가 우려된다’며 승인을 미뤘다. 은평뉴타운에서 서울역 방향으로 출퇴근 시간에 극심한 교통정체를 보이기 때문이다.
경기 고양시와 은평구를 잇는 창릉교 횡단교량 설치 예정 위치도 |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축지구 및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인근 지축교로 우회해 북한산로를 거치는 ‘ㄷ’ 자 형태로 통일로에 진입해야 하거나 은평뉴타운 8단지와 9단지 내 도로를 관통해 ‘구파발 사거리’로 진입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산로는 평소에도 교통량이 많아 신호대기가 길고, 뉴타운 단지 내 도로는 편도 1차로에 버스 정거장이 많아 통과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이렇게 되자 고양시는 2022년 국민권익위원회에 수차례 공문을 보내 권익위-고양시-은평구-LH 간 실무자 협의회 개최 및 은평구에 사업 추진을 촉구했다. 그 결과 올해 2월 교량이 ‘도시계획시설’로 확정되면서 공사가 착공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교량 설치를 위한 실시계획 및 그린벨트 미반영시설 협의 절차에 은평구가 미온적으로 나오면서 공사는 10개월째 지지부진하다. LH 경기북부본부 관계자는 “도시계획시설 결정이 오래 걸리는 것은 맞지만 이후 절차는 빠르게 진행되는 게 통상적인데 많이 늦어지는 것 같다”며 “창릉천 횡단교량이 완성돼야 지축지구 개발사업이 완료되는 거라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은평구 관계자는 “올해 도시계획시설 결정 후 지난달 초 서울시로부터 실시계획 신청서를 접수해 현재 공람공고를 통한 의견 수렴 중”이라며 “도시계획시설 결정이 오래 걸린 것일 뿐 이후는 절차대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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