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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1분이면 갈 거리 하세월이네요"...고양 지축~서울 은평 잇는 창릉천 횡단교량은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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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2011년 광역교통개선대책 일환 추진
2018년 도시계획시설 지정 은평구로 일원화
올해 2월 도시계획시설 결정...실시계획 승인은?
한국일보

2011년 광역교통대책 일환으로 추진된 창릉천 횡단교량이 13년 넘도록 설치되지 않아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달 24일 설치돼야 할 교량 대신 직진 가능 교통표지판 아래 건설기계가 입구를 막고 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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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오전 경기 고양시 덕양구 지축동 지축상가주택지구(지축지구) 앞. 지축지구에서 창릉천을 건너 서울 구파발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교통표지판과 50㎞ 속도제한 과속방지카메라가 설치돼 있지만, 교량 예정지 입구는 건설기계가 막고 있었다. 이곳은 당초 지축지구와 은평 뉴타운 10단지 앞 도로를 잇는 ‘(가칭)창천교 횡단교량’이 설치돼야 하는 곳이다.

창릉천 횡단교량은 2011년 5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지축지구 개발에 따른 광역교통개선대책 일환으로 추진된 것으로 총길이 116m(고양구간 55.5m, 은평구간 50.5m), 폭 35m, 왕복 6차선 교량이다. 지축지구와 인근 아파트 단지 거주자들이 우회하지 않고 교량을 통해 통일로로 바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13년이 지나도록 교량 설치는 백년하청이다.

지축지구와 인근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입주한 고양시민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주민 강미영(39)씨는 “교량이 설치된다는 말만 있을 뿐 언제 된다는 말은 없다”며 “(통일로까지) 1분이면 갈 거리를 10분 이상 돌아가야 하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통일로까지는 평일 낮 시간대는 10분 정도 걸리지만, 출퇴근 시간에는 20분 이상 소요될 때도 있다.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 A씨도 “우리도 2020년에 입주했는데 그때 저 교량이 설치된다는 팸플릿을 본 거 같다”며 “교량이 설치되면 ‘서울 접근성이 더욱 좋아진다’고는 하지만 언제 될지 몰라 매매 계약할 때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중개업소에 부착된 지축지구 주변 개발계획지도에는 ‘창릉천 횡단교량’이 표시돼 있다.

교량 건설이 지체되는 이유는 교통량 증가에 대한 은평구의 우려 때문이다. 사정은 이렇다. 2018년 서울시와 경기도, LH는 ‘시설물 유지관리 및 인허가 주체 결정 회의’를 통해 교량의 도시관리계획 결정 절차를 서울 은평구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LH 경기본부(현 경기북부본부)가 수차례 인허가를 신청했지만 은평구는 ‘교량 설치 시 은평뉴타운 교통정체가 우려된다’며 승인을 미뤘다. 은평뉴타운에서 서울역 방향으로 출퇴근 시간에 극심한 교통정체를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경기 고양시와 은평구를 잇는 창릉교 횡단교량 설치 예정 위치도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축지구 및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인근 지축교로 우회해 북한산로를 거치는 ‘ㄷ’ 자 형태로 통일로에 진입해야 하거나 은평뉴타운 8단지와 9단지 내 도로를 관통해 ‘구파발 사거리’로 진입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산로는 평소에도 교통량이 많아 신호대기가 길고, 뉴타운 단지 내 도로는 편도 1차로에 버스 정거장이 많아 통과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이렇게 되자 고양시는 2022년 국민권익위원회에 수차례 공문을 보내 권익위-고양시-은평구-LH 간 실무자 협의회 개최 및 은평구에 사업 추진을 촉구했다. 그 결과 올해 2월 교량이 ‘도시계획시설’로 확정되면서 공사가 착공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교량 설치를 위한 실시계획 및 그린벨트 미반영시설 협의 절차에 은평구가 미온적으로 나오면서 공사는 10개월째 지지부진하다. LH 경기북부본부 관계자는 “도시계획시설 결정이 오래 걸리는 것은 맞지만 이후 절차는 빠르게 진행되는 게 통상적인데 많이 늦어지는 것 같다”며 “창릉천 횡단교량이 완성돼야 지축지구 개발사업이 완료되는 거라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은평구 관계자는 “올해 도시계획시설 결정 후 지난달 초 서울시로부터 실시계획 신청서를 접수해 현재 공람공고를 통한 의견 수렴 중”이라며 “도시계획시설 결정이 오래 걸린 것일 뿐 이후는 절차대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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