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퍼민트] 트럼프 2.0의 리스크와 중국의 기회 (글 : 이종혁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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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엄선해 전하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스프에서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 배경과 맥락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한국 밖의 사건, 소식, 논의를 열심히 읽고 풀어 전달해 온 경험을 살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글 : 이종혁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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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을 한창 준비하는 가운데 외교 무대에서 미국과의 관계가 어떻게 설정되고 흘러갈지 가장 큰 관심을 받는 나라는 역시 중국입니다. 관세를 비롯한 무역 분야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에 관해 내놓은 공약만 보면, 트럼프 행정부는 1기 때보다도 훨씬 더 강력하게 중국을 봉쇄하고 압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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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타임스 칼럼 보기 : "시진핑, 국가 명운 달린 상황 내몰릴 수도"... 트럼프식 '닥공'의 결말은?
워싱턴 D.C.에 있는 민주주의 수호재단의 크레이그 싱글턴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에서 이런 트럼프식 '닥공'이 중국을 상대로 마침내 결실을 볼 수 있을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오늘은 정말 그럴지, 중국이 오히려 미국과의 경쟁 또는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만한 요인이나 카드는 없을지 살펴보겠습니다.
트럼프식 '닥공'에 대비한 중국
싱글턴 연구원은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 때문에 2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큰 부담이 될 거라는 전제 위에서 논지를 전개합니다. 그러나 이 전제에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중국은 트럼프의 경제적 압박과 관세 중심의 제재 전략을 충분히 예측하고 오랜 시간 대비해 왔습니다. 실제로 중국 학자, 관료들과 대화해 보면 세상 모든 것을 거래의 관점에서 인식하는 트럼프의 성향이 외교, 국제 정치 무대에서는 오히려 다루기 쉽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트럼프의 정책은 명확합니다.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분명히 제시합니다. 그래서 공격을 받는 이도 대비하고 대응하기가 덜 어렵죠. 오히려 중국 입장에서 어떻게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웠던 건 바이든 행정부였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서서히 압박하면서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을 전략적으로 고립시키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에) 첨단 기술의 수출을 규제하고, (동맹국과) 인프라 투자 협정을 강화했으며, 쿼드(Quad) 등 다자 안보 협력체를 활성화해 중국의 영향력을 계속 견제했습니다. 이런 점진적인 접근 방식은 중국으로서는 무엇을 요구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지점투성이라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트럼프는 국제 무대에서도 비즈니스맨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냅니다. 돈이면 돈, 조약이면 조약 등 협상 가능한 요소들을 명확하게 설정합니다. 선을 분명히 긋고 협상에 임하는 트럼프의 미국과 상대할 때는 중국에도 어느 정도 대응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예를 들어 관세를 인상하면 어디에 얼마를 인상할 것이며, 미국에 무엇을 제공하면 관세를 덜 올리거나 다시 내려줄 수 있는지 분명히 제시하고 협상이 시작되는 식이죠. 중국으로서는 미국을 상대하는 전략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 때가 더 편했을지도 모릅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한, 대중 정책을 법으로 정해 일관성을 유지하려 했습니다. 이는 효력이 길지 않은 행정명령을 토대로 중국을 상대하던 트럼프식 접근법과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매우 신속하게 집행됐지만, 동시에 쉽게 뒤집히거나 무효가 될 가능성이 늘 있었습니다. 트럼프 시대 미국은 대중국 압박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했고, 주변국은 물론 동맹국도 미국을 신뢰하기 어려웠습니다. 국제 협력의 효용을 믿지 않는 미국 정부가 독단으로, 그것도 행정명령을 기반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정책을 편들 그걸 따라갔다가 나중에 행정명령이 취소되거나 무효가 된다면 그 책임과 비용은 고스란히 그 나라가 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신설하거나 인상하는 관세 대상은 비단 중국뿐 아니라 모든 국가입니다. 당연히 동맹국에도 부담이 되고, 동맹국들은 미국의 정책을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지 심각하게 재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관세 정책과 방위비 분담금, 그리고 불안정한 북미 관계가 불안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이 좇는 기회와 위기의 실상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글로벌 개발/안보/문명 이니셔티브"를 통해 국제 사회에서 미국이 발을 빼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려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트럼프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으며, 최근에는 한국과 일본에 비자 면제를 제공하며 한미일 동맹에 균열을 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또한, 호주와의 무역 재개, 영국을 비롯한 여러 유럽 국가와의 고위급 회담 등을 통해 트럼프 2.0 시대를 불안한 시선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는 동맹국들의 처지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습니다. 결국, 중국의 이러한 행보로 인해 전략적 선택을 내리기 어려워진 건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적 고립주의는 중국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합니다. 동맹국조차 신뢰보다 거래의 득실을 바탕으로 대하는 트럼프의 미국이 돌아오는 상황에서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중국과의 협력에 더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이러한 정치·외교적 접근을 "인류 운명 공동체"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다극(multipolar) 체제를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의 외교적 고립주의와 대비돼 중국이 국제 사회에서 더 많은 협력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대만 문제는 가장 큰 리스크입니다. 물론 미국이 대만을 노골적으로 포기할 리는 없습니다. 그러나 대만을 향한 트럼프의 공격적인 언사와 부정적인 태도는 대만 내에서 (중국에 대한) 항전 의지를 저하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즉, 대만 내부의 분열이 심화하고, 반미 친중 세력들이 대만 내에서 더 많은 발언권과 영향력을 얻게 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가 지금처럼 대만 반도체 산업에 더 많은 것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국방비도 GDP의 10% 이상 분담하도록 증액하라고 줄기차게 요구하는 한 대만 사회 내의 반미 감정은 고조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대만은 점점 더 중국의 군사적, 비군사적 압박에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취약한 상태로 내몰리게 됩니다.
중국 경제가 위기라는 말은 주기적으로 등장하지만, 자세한 내막을 들여다보면 일부는 과장된 측면이 있습니다. 중국 경제가 만성적인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트럼프가 부과하는 관세가 당장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에 의존하는 모델을 졸업한 지 오래됐습니다. 이미 전기차, 환경,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급격한 성장을 이뤄 기술적으로 선도적인 위치에 오른 분야가 많고, 이런 산업 대부분에서 다른 개발도상국과 경쟁하기보다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구축했습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중국만 배제하고 견제하는 게 아니라, 글로벌 사우스와 브릭스(BRICs) 국가들에도 예외 없이 적용됩니다. 미국이 친 높은 관세 장벽에 부딪힌 많은 나라가 미국 대신 중국과 협력해 수출품을 다변화하고,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며 소비를 다국적으로 분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건 당연한 대응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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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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