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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기자수첩]소상공인 무너지는데 대통령은 '뒷북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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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너무 나빠져 어떨 때는 숨쉬기도 어렵습니다.”

2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충남 공주시 아트센터 고마에서 열린 소상공인 정책 민생 토론회장. 공주에서 떡과 연잎밥을 만들어 판매하는 중년 여성 소상공인은 이날 토론자로 참석해 "먹고살기가 너무 어려워졌다"며 윤 대통령에게 소상공인 지원을 호소했다. 발언 중 그의 손과 목소리가 간절함에 덜덜 떨리는 장면이 토론회를 중계하는 TV 화면에 생생히 잡혔다.

'다시 뛰는 소상공인·자영업자, 활력 넘치는 골목상권'을 주제로 열린 이날 민생 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은 여러 가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직접 발표했다. 3년간 영세 상인 배달 수수료 부담을 30% 이상 덜어주는 정책, 음식점 노쇼(예약부도) 방지를 위한 예약보증금제 도입, 민간 상권기획자를 육성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키운 예산시장 같은 지역 명소를 확대하겠다는 정책 등이 골자였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 중계를 지켜본 소상공인들은 윤 대통령의 발표 내용에 새로운 것이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가장 강조한 배달앱 수수료 인하를 보더라도 그렇다. 이는 정부 주도로 지난 7월 출범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에서 5개월 동안 12번의 회의를 통해 논의된 내용이고, 모든 언론은 회의 때마다 비중 있게 보도했다. 수수료를 최소 2% 인하하겠다는 합의가 이뤄진 지난달 14일 마지막 회의 결과는 아시아경제를 비롯한 모든 언론이 가장 중요한 경제 기사의 하나로 다뤘다. 대통령의 발표는 이 내용의 되풀이였다.

노쇼 방지책에 대한 대통령 발표도 이미 2018년 정부가 발표한 내용이다. 정부는 당시 예약 취소 시 이용금액의 10% 이내의 예약보증금을 위약금으로 지급하도록 법제화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새로 나온 내용은 관련법을 개정해 내년 상반기까지 업종별 특성을 반영하겠다는 것 정도였다. 노쇼로 인한 소상공인의 피해는 계속 늘어나 최근엔 연간 4조500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이 있다. 6년간 이어진 피해를 이미 나온 정책으로 해결하겠다는 발표에 안심할 식당 주인이 몇 명이나 될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기 지표는 날로 악화해 역대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은 2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연체율도 9년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대통령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선제적 방향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담당 부처가 체계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민생 토론회에선 이런 방향성이 보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나온 소상공인 정책을 종합 점검하고, 그들에게 희망을 줄 새로운 방향을 정부에 제시하기를 바란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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