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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성노동자 연금·출산휴가 보장…벨기에 세계최초 '성매매 노동법'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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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20년 11월 3일 벨기에 앤트워프의 한 성 노동자 부스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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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에서 성매매 종사자들에게 연금·출산 휴가 등을 보장하는 세계 최초의 '성매매 노동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2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5월 벨기에 의회에서 가결된 '성 노동자를 위한 보호법'이 전날부터 발효됐다.

세계 최초의 '성매매 노동법'으로 평가받는 이 법률은 성매매 종사자가 고용주와 근로계약서를 체결하고 각종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성매매 종사자도 일반 근로자처럼 연금·실업수당·건강보험·연차와 병가 및 출산휴가 등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또한 법률에는 원하지 않는 고객을 거부할 권리와 성행위를 언제든 중단할 권리, 고용주의 일방적 해고와 같은 불리한 처우를 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울러 법률에는 성매매 종사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에 대한 자격도 규정했다. 고용주는 성폭행·인신매매 등 범죄 전력이 없어야 하며,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에게만 정부가 사업 허가증을 발급한다. 고용주는 성매매 종사자에게 콘돔과 깨끗한 침구, 작업실 내 비상 버튼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점도 명시됐다.

벨기에의 성노동자 관련 단체들은 법률 시행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성노동자 연합인 'UTSOPI'의 멜 멜리셔스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업계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이 훨씬 더 많은 보호를 받게 될 것이고, 이 업계에서 일하게 될 사람들 역시 그들의 권리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법률에 '사각지대'가 있다고 지적한다. 온라인 등을 통해 자영업 방식으로 일하는 성매매 종사자들은 이 법률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벨기에의 성노동자 옹호단체인 '이스페이스 피'의 홍보 담당자 쿠엔틴 델투어는 이번 법률은 "첫발을 뗀 것"이라며 "문이 열렸고,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위해서도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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