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애플이 먼저 진출한 시장을 노린다. 확장현실(XR) 시장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3분기 출시를 목표로 XR 기기의 개발 작업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애플이 지난 2월 론칭한 XR 기기 '비전 프로'의 실적이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삼성은 애플이 성공하지 못한 시장에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삼성-애플의 혁신과 추격 두번째 이야기, XR 기기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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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내년에 확장현실(XR) 기기를 출시한다. 11월 19일 중국 리서치기업 '웰센XR'은 삼성전자가 "내년 3분기 출시를 목표로 XR 기기를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 3분기 삼성전자는 콘퍼런스콜에서 "내년에는 제품간 연결성을 강화해 갤럭시 생태계에서 더욱 풍부한 경험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 언급하며 2025년 XR의 출시를 공식화했다. XR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VR·AR을 함께 활용하는 혼합현실(MR)을 망라하는 표현이다.
이를 두고 몇몇 전문가는 의아함을 내비친다. 애플이 지난 2월 XR 헤드셋 '비전 프로'를 출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참 늦은 론칭이어서다. 이유는 '비전 프로'의 부진에서 찾을 수 있다. 당초 올해 연말에 XR 기기를 생산할 예정이었던 삼성전자는 '비전 프로'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자 프로젝트를 다소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지난 2월 2일(현지시간) 비전 프로를 야심차게 출시했지만 시장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상반기 총 판매량은 전망치(30만~40만대)에 훨씬 못 미치는 17만대를 기록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올해 안에 50만대를 판매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부진한 판매량에 애플은 비전 프로의 생산 목표치도 절반으로 줄였다.
■ 긍정론: 단점의 분석 =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XR 기기는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삼성은 '비전 프로'의 단점을 분석해 애플의 전철前轍을 피할 계획인 듯하다. 먼저 기기의 모양을 비전 프로와 같은 헤드셋이 아닌 안경 형태의 '스마트 글라스'로 만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무거워 오래 착용하기 어렵다"는 비전 프로의 단점을 분석한 결과로 보인다.
아울러 삼성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로 이어지는 XR 기기의 호환성도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 역시 앱이 많지 않아 쓰임새가 적다는 비판을 받은 비전 프로를 의식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인공지능(AI) 기능도 탑재한다. 구글의 대형언어모델인 '제미나이'를 활용해 음성 비서 기능과 결제 기능, 제스처 인식 서비스를 장착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이번 기기는 'XR 기기의 대중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 비관론: 가격 논란 = 하지만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가 호환성을 끌어올리든 AI 기능을 탑재하든 '스마트 글라스' 모양의 XR 기기를 론칭한다면 애플과 같은 가격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전 프로의 가장 큰 단점은 가격이다. 애플은 256GB 일반 모델의 가격을 449만원(3499달러)으로 책정했다. 가장 비싼 1TB 모델은 559만원(3899달러)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스마트 글라스'도 이 정도 수준이라면 프로 비전과 마찬가지로 일반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다.
[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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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론의 이유는 또 있다. 애플만이 아니라 메타와도 승부를 벌여야 한다는 점이다. 메타는 2025년에 스마트 글라스 '레이밴' 3세대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아직은 성숙하지 않은 XR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삼성 스스로 애플과 메타 사이에서 '차별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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