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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정부·국회 뭐 했나? 4.3조원 삼성반도체 인력유출 브로커 잡아놓고도 ‘솜방망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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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도체 업체 엔지니어 출신 인맥 이용해 핵심 인력 알선
피해 기술의 경제적 가치 최소 4조3000억원대
그러나 기술유출 브로커 처벌 규정 아직 없어, 직업안정법으로 구속


파이낸셜뉴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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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 핵심 기술 인력의 중국 이직을 알선한 브로커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넘겨졌다. 유출 기술의 경제적 가치만 최소 4조3000억원에 달한다. 다만 우리 법에서 기술 브로커 처벌 규정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직업안정법 위반 혐의만 적용했다. 피해 규모에 비해 형벌이 가벼워 법 개정에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인력 포섭해 투자 시간 4분의 1로 단축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이 같은 행위를 한 컨설팅업체 대표 A씨(64)를 직업안정법 위반 혐의로 3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헤드헌팅업체 대표 2명과 법인을 불구속 상태에서 검찰로 보냈다.

A씨는 지난 2018년 고용노동부장관 허가 없이 국내 반도체 전문 인력을 중국 현지 반도체 제조업체인 청두가오전(CHJS)에 이직을 알선, 인력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업체 엔지니어 출신인 A씨는 퇴사 후 컨설팅 회사를 설립하고 기존에 알고 지내던 반도체 핵심 인력들에게 접근했다. 청두가오전으로 이들을 포섭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 과정에서 고액 연봉과 주거비, 교통비 지원 등을 '당근'으로 제시하며 유혹했다.

경찰 관계자는 "직업안정법상 국외 유료직업소개업은 고용부장관에게 등록을 해야 하지만, A씨는 등록 없이 국내 인력을 해외에 알선하며 거액을 받아 챙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청두가오전 설립 초기 고문으로 활동했다. 청두가오전은 A씨와 같은 브로커를 한국 내에 여러 명 두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핵심 인력을 지속적으로 영입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청두가오전은 이런 수법으로 빼돌린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 인력을 통해 중국 현지에서 D램 반도체 연구와 제조 공장 건설에 착수했고, 1년 3개월만인 지난 2022년 4월 시범 웨이퍼까지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통상 반도체 제조회사가 D램 반도체 관련 시범 웨이퍼 생산 기간에 최소 4~5년의 시간을 투자하는데, 4분의 1 가량 단축시킨 것이다.

청두가오전은 국내 반도체 업체 임원 출신이 중국 지방정부와 합작해 만든 회사다. 이들은 국내 반도체 핵심인력을 집중 영입해 삼성전자 기술로 20나노급 반도체 생산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행히 청두가오전은 경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반도체 양산 단계까지 진입하지 못한 채 공장 운영을 중단시켰다고 경찰은 전했다.

■기술인력 유출 브로커 ‘솜방망이’ 한계
그러나 경찰은 이들 브로커의 덜미를 잡고도 상대적으로 처벌이 가벼운 직업안정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밖에 없었던 한계도 보였다.

현재까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 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술인력 유출 브로커를 처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산업기술보호법은 국가핵심기술 탈취를 위한 소개·유인·알선에 관한 처벌 규정 신설하는 내용으로 개정안이 마련됐으나, 지난달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하는데 그친 상태다. 부정경쟁방지법은 올해 10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고도화되는 기술유출 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유출 브로커'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신설한다고 발표한 뒤에도 정부와 국회의 의견이 달라, 법률 문구를 놓고 여전히 의견 조율만 하고 있을 뿐이다.

기술 유출 사범의 경우 산업기술보호법은 '3년 이상의 징역과 15억원 이하의 벌금을 병과'토록 규정한다. 또 부정경쟁방지법은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을, 형법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적시해 놨다.

하지만 직업안정법은 '징역 5년 이하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불과하다. 결국 법령 미비로 천문학적인 액수의 경제 가치를 지닌 기술 유출됐음에도 '솜방망이' 처벌 밖에 할 수 없는 셈이다.

경찰이 같은 날 국가핵심기술을 유출하고 부정 사용한 청두가오전 임직원 21명에 대해 산업기술유출방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것과 대조된다.

특허청 관계자는 "의원 입법 형태로 일부 발의 됐는데 몇 개 문구에 대한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어 간단하게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며 "결과가 나오면 국회와 문구를 가다듬을 예정이기 때문에 이르면 내년 상반기, 늦어도 하반기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찰은 기술인력 알선업자에 대해 직업안정법을 적용, 수사단계에서 구속한 첫 사례라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기술인력 유출사안에 대해 관련 법 개정 등을 대비해 보다 적극적이고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며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앞서 경찰은 청두가오전의 대표인 삼성전자 상무와 하이닉스반도체 부사장 출신 최모씨, 청두가오전 공정설계실장인 삼성전자 전직 D램 메모리 수석여구원 오모씨를 산업기술보호법·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각각 구속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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