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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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에도 인공지능(AI)을 포함한 디지털 기술 혁신은 쉼 없이 일어나고 있다. 디지털 주도권 선점을 위한 기술패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며, 국가와 기업의 생존이 연구개발(R&D) 혁신에 달려있다.
R&D 프로세스를 어떻게 개선하고 혁신하며, 어떻게 성공적인 사업화로 이끌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혁신 성공사례는 우리의 방향 설정에 있어 중요한 참고가 될 것이다.
◇기술 혁신의 아이콘, DARPA의 비결
1958년 설립된 DARPA는 인터넷, 자율주행, 드론 등 세상을 바꾼 첨단 기술의 대명사다. 세상에 없는 기술을 향한 담대한 도전을 보여준 그랜드 챌린지 대회를 기억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 인물로 인터넷의 전신인 'ARPANet'을 기획한 조셉 리클라이더, 기획 체계화를 제시한 조지 하일마이어, 그리고 AI와 자율주행 같은 미래 기술로 확장시킨 아르티 프라바카 등이 있다.
그 중 하일마이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하일마이어 교리문답(Heilmeier Catechism)이라는 질문 체계로 프로젝트의 본질을 끊임없이 재정의하고 실행 가능성을 극대화했다.
성공 이면에는 철저한 기획과 관리, 그리고 하일마이어 교리문답 중심의 혁신 프로세스가 있었다.
R&D는 수요 조사, 기획, 평가와 관리, 성과활용 및 확산 등 프로세스로 이뤄진다. 우수 기술을 사업화, 산업화로 발전시키기 위해 프로세스별 활동을 혁신하고, 시장에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또 후속 지원 사업과 적극 연계하도록 시스템 전반의 혁신이 필요하다.
◇ 수요, 기획 첫 단추부터 바로 끼워야
기술 수요는 신규 사업이나 과제를 기획할 때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최적의 수요를 위해서 제안자가 직접 기획 방향과 방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맞춤형 제안도 가능하다.
아울러 집중 기간에 신규 사업이나 과제 수요를 제안하고, 동시에 학계와 산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현장밀착형 수요를 꾸준히 발굴해야 한다. 산업 현장이 요구하는 최적의 수요 발굴이 첫걸음이다.
기획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명확한 정부의 R&D 투자 방향을 바탕으로 수요자가 원하는 사업과 과제를 기획해야 한다.
최신 기술 동향을 충실히 반영해 시장이 요구하는 골든타임에 R&D를 지원해야 한다. 매년 상시 기획과 함께 상황에 따라 집중적인 기획도 필요하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올해부터 기획할 때 DARPA의 하일마이어 핵심 질문을 중점 활용하고 있다. 기술 이전과 상용화를 미리 고민하도록 산학연 협력체계, 후속 연구나 기술사업화 방안을 충실히 제시하도록 제안요구서(RFP)에 필수 요소로 반영했다.
연구 내용에 대한 문제 인식과 착안 사항 등을 연구자가 스스로 질문하고 계획서에 반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해당 분야 최고 수준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평가위원회에서는 공정하고 전문성 있는 평가를 위한 연구 목표나 내용, 방법뿐만 아니라 학교와 기업 간 연구 협력 체계와 사업화(commercialization) 관점도 집중적으로 검토해 사업화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IITP가 제시하는 ICT R&D 혁신 프로세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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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아니라 '함께 달리는 R&D'로
나 홀로 연구는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R&D가 R&D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연구자와 수요자, 투자자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 방향을 모색하도록 협력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수요기업·투자자에게는 중간 결과를 미리 선보이고, 상용화를 위한 R&D를 병행해 선행주자(기술공급자)와 후행주자(기술수요자)가 함께 달리는 '바톤존'을 마련함으로써 사업화를 한걸음 앞당길 수 있다.
연구 초기에 R&D 과제협의체를 구성해, 프로젝트 리더가 중심이 돼 유사 분야의 과제들이 상호 연계하며 시너지와 사업화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다.
연구 시작 2~3년 후에는 기술성과교류회(Peer Review)를 통해 잠재적인 수요기업·투자자에게 개발 기술을 사전에 설명하고 더불어 수요처 연계 방안을 모색하도록 지원한다. 이해관계자가 모두 참여해 기술 교류, 기술개발 성과, 사업화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개선사항을 도출할 것이다.
◇기술개발 마지막은 END 아닌 AND가 돼야
R&D가 끝난 후 R&D로만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후속 연계 시스템 마련이 매우 중요하다. 우수 연구 과제를 대상으로 특성에 맞게 후속 연구개발 기회(R&D 이어달리기)나 실증 ·사업화 지원, 창업, 표준화 등 폭넓은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
이를 위해 해당 분야 전문성을 가진 유관 기관들이 긴밀히 협력해 창업이나 해외진출을 위한 인큐베이팅, 펀딩, 표준화, 제도개선 등 후속 지원 프로그램과 연계가 필수적이다.
◇DARPA를 넘어, 새로운 디지털 혁신으로
DARPA의 혁신 사례에서 보듯이 성공적인 R&D는 수요 중심의 철저한 기획과 상용화를 향한 체계적인 접근, 그리고 치열한 질문들로 이뤄진다.
우리 역시 이런 원칙을 철저히 지킬 때 비로소 디지털·AI 혁신의 게임체인저로 거듭날 수 있다. 혁신은 일회성의 기술 개발에 머무르지 않고, 현장에 지속적으로 변화를 일으키고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과정이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DARPA를 넘어서는 새로운 디지털 혁신을 만들어갈 시기다. 이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우리의 디지털·AI 기술이 새롭게 도약하길 기대한다.
홍진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 jbhong09@iitp.kr
〈필자〉1996년 38회 행정고시로 정보통신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영국 맨체스터대 기술경영학 박사로 30년 가까이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서 통신정책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 네트워크정책실장을 역임했다. 지난 2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으로 부임. 정보통신기술(ICT) 연구개발(R&D)과 인재양성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003년 대통령 표창, 2021년에는 대통령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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