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에 전력을 공급하고자 남측이 지어줬던 송전탑을 지난달 24일부터 철거하고 있는 가운데 송전탑이 붕괴된 장면을 통일부가 3일 언론에 공개했다. 통일부 제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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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개성공단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2006년 한국이 건설해 준 경의선 일대 송전탑들 중 일부가 무너지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3일 공개됐다. 북한이 지난달 말부터 송전선 제거 작업을 진행하면서 지지 기반이 약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가 이날 공개한 군사분계선(MDL)과 개성공단 사이 경의선 도로 영상을 보면, 북측 지역에 세워진 송전탑 중 36번과 37번이 전선이 절단된 후 균형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 있다. 35번 송전탑은 전선이 제거된 후 최상단 부분이 무너져 내린 모습이었다. 이 영상은 지난달 30일 군 감시장비로 촬영된 것이다.
2006년 12월 한국전력이 건설한 송전탑은 군사분계선 북쪽 지점부터 개성공단까지 연결되는 경의선 도로에 수백미터 간격으로 세워졌다. 해당 구간에는 총 48기의 철탑이 있으며 남측에 33기, 북측에 15기가 설치된 상태다. 이 송전탑은 남북 사이에 설치돼 개성공단에 전기를 공급해왔으나,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 실험으로 그해 2월부터 전력공급이 중단됐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송전탑 전선 제거 작업을 시작해 지금도 진행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에 있는 송전탑 가운데 남측과 가장 가까운 34번은 그대로 남아 있고 35번은 윗부분이 구부러졌으며, 36∼38번은 쓰러졌다”며 “34∼39번 송전탑은 전선이 제거됐으며 나머지는 여전히 전선이 달려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송전탑이 무너진 이유에 대해서는 “절단한 전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송전탑이 쓰러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나머지 송전선과 송전탑들도 제거·철거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가 이날 공개한 영상에는 송전탑에서 전선 제거 작업을 하던 인부가 그대로 추락하는 장면도 그대로 담겼다. 이 영상도 지난달 30일 군 감시장비로 촬영됐다. 추락한 북측 작업자는 10m 높이로 보이는 송전탑 중간 지점에 있다 아래로 떨어졌다. 또 추락 과정에서 송전탑 하단 부위와 충돌하기도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없이 무리하게 작업을 하는 북한 노동자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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