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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한방병원서 줄기세포 주사맞고… 보험사엔 도수치료비 청구 [‘실손 빼먹기’ 전락한 비급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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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누적 비급여 실손지급 4조
작년 같은 기간보다 8.7% 늘어
전체 보험지급비용의 58% 차지
실손 누수 주범 비급여 도수치료
한방병원 등으로 진료 확대 추세


파이낸셜뉴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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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부관리 목적으로 경남 창원의 A한방병원을 찾은 B씨는 상담실장으로부터 실손 청구가 불가능한 300만원 상당의 줄기세포 치료를 권유받았다. 해당 병원은 실손 청구가 가능한 관절·피부·안과질환(근막통증·두피지루·안구건조증) 등으로 진단서를 발급, 피부미용 비용을 도수·증식치료 등 질병치료 비급여 비용으로 둔갑시켰다. 해당 병원은 에너지도수와 라페라도수(각각 25만원 상당) 등이 포함된 '도수치료 패키지' 결제 시 리프팅 레이저 치료를 함께 시행하고, 도수치료 비용으로 서류를 발행해 실손보험금 청구를 유도하기도 했다.

과거 도수치료는 정형외과 등을 가야만 받을 수 있었지만 요즘은 한방병원에서도 이뤄진다. 한방병원에 추나요법이 있음에도 도수치료가 늘어나는 이유는 '실손보험' 때문이다. 정형외과 등에서 도수치료와 같은 비급여 진료를 권해 수익을 얻으려는 영업형태가 한방병원에서도 늘고 있다. 이에 비급여 실손보험금도 갈수록 늘면서 올해 9월까지 누적 4조원을 넘긴 상태다.

■늘어나는 비급여 도수치료

3일 손해보험 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손해보험사(삼성·현대·KB·DB·메리츠)의 올해 1~9월 한방병원 비급여 실손보험금(누적 기준)은 1615억2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증가한 수치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으로도 지난해 수치(2082억2000만원)를 뛰어넘을 것이 유력하다.

한방병원의 비급여 진료가 증가하는 이유는 전통적 치료방법인 침 치료나 추나요법 대신 도수치료를 시행하는 사례 때문이다. 의료법상 도수치료를 처방할 수 있는 것은 의사뿐이지만 일부 한방병원에서는 협진의사를 고용, 도수치료를 처방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한 달간 시행된 비급여 진료항목 중 도수치료 진료비는 122억원으로, 약침술(33억원)과 추나요법(2억원)을 제치고 1위에 오른 바 있다.

이미 도수·체외충격파 치료가 이뤄지는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통증의학과 등은 비급여 진료가 급증하면서 실손보험 누수의 주요인이라는 오명을 듣고 있다. 여기에 한방병원까지 비급여 진료에 가세한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도수치료 등 비급여 물리치료비가 실손보험금의 20%를 차지하는 실정"이라며 "여기에 한방병원에서는 '자가골수 무릎주사'도 실손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과잉치료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9개월 동안 비급여 진료만 4조원

특정 비급여 진료에 규제가 이뤄지면 다른 진료나 병원으로 비급여가 옮아가는 현상이 유행처럼 나타나면서 비급여 실손보험금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올해 3·4분기까지 누적된 비급여 실손보험금은 4조3105억4000만원으로 전체(7조4536억6000만원)의 57.8%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비급여 실손보험금 3조9639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8.7% 늘었다. 현재 추세로는 지난해 연간 수치(5조3523억6000만원)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

또 전체 진료과(29개) 중 비급여 지급보험금 비중이 평균(57.8%)보다 높은 진료과(16개)가 절반을 넘는다. 이 가운데 비급여 과잉의료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진료과는 가정의학과(71.5%), 정형외과(71.2%), 재활의학과(68.7%), 한방병원(63.8%), 피부과(60.8%) 등이다. 이들 5개 진료과에서 누수된 비급여 지급보험금은 전체 진료과 비급여 보험금의 42.9%에 이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 의료행위·가격에 대한 관리 기제 부재가 도수치료 등 과잉의료를 부추기고 있다"며 "근원적으로 과잉의료를 유발할 수 있는 의료시장 구조에 대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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