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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사설] '돈봉투 사건' 반성 대신 면죄부 주겠다는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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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혐의 관련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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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지난 9월 당내 경선 관련 범죄의 공소시효를 6개월로 줄이는 정당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부칙에는 법 시행 전 발생한 범죄행위에도 소급 적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재명 대표 방탄에 이어 2021년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받은 의원들을 위한 면죄부 입법에 나선 셈이다.

대표 발의자인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정당법 개정 이유에 대해 "공직선거법은 선거사범에 6개월의 단기 공소시효 특례를 두고 있지만, 정당법은 별도의 공소시효 특례가 없다"며 "수사와 처벌이 장기간 방치되거나 수사기관의 선택적 수사나 기소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밝혔다.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된다면 돈봉투를 받은 민주당 전·현직 의원 20명은 공소시효 완성으로 처벌을 면한다. 논란이 일자 김 의원 측은 소급 적용 부칙은 논의 과정에서 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헌법 제46조 1항은 국회의원에게 청렴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검찰의 보복 수사라고 주장하기 보다 당내 선거에서 돈이 오간 사실 자체를 성찰하는 게 우선이다. 돈봉투 수수 혐의를 받는 민주당 현직 의원들이 의정 활동 중이란 이유로 조사에 불응하는 배경에 이러한 무소불위의 입법권에 기댄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사고 있다.

민주당은 이 대표와 자당 의원들이 받는 수사·재판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입법권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 대표가 유죄 판결을 받은 허위사실 공표죄 등을 삭제한 선거법 개정안과 지자체에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은 근거를 신설한 형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국회 법사위가 검사 탄핵 추진에 반발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등의 집단성명에 대해 감사 요구안을 의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회 과방위는 그제 한국방송공사 수신료 통합 징수를 명시한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지난 7월 시작한 분리 징수를 뒤집은 것으로 공영방송을 둘러싼 정부와의 기싸움 성격이 강하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잘해 다수 의석을 차지한 게 아니다. 그런데도 의석수만 믿고 각종 법안을 입맛대로 주무르거나 행정·사법부 압박에만 몰두한다면 심판의 칼날이 언제든 민주당으로 향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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