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옥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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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한밤 긴급 담화를 통해 계엄령을 선포한 것은 정기국회 막바지 예산을 둘러싸고 정국의 긴장이 가팔라진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국회를 놓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감사원장·검사 탄핵 추진과 내년도 감액 예산안 강행 등을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 기도'로 규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기반이 돼야 할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검찰·감사원·경찰 등 3대 사정 기관의 특정업무경비·특수활동비(특경·특활비) 678억원과 대통령실 특활비 82억원 전액을 삭감하고, 정부 비상금 예비비(4조8000억원)를 반쪽으로 줄인 감액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당초 예산안(677조4000억원)에서 4조1000억원을 감액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감액 예산안을 두고 "예산 폭거"라며 "대한민국 국가 재정을 농락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특별활동비 삭감에 대해선 "국가 예산 처리도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하여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 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특별활동비 삭감=민생 치안 공황 상태'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예산까지도 오로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러한 민주당의 입법 독재는 예산 탄핵까지도 서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감사원장·검사 탄핵 표결 등을 앞두고 있던 상황도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이 주도하는 '감사원장·검사 탄핵소추안' 본회의 표결은 "사법·행정부 마비'라고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국회는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를 발의하였으며,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째 탄핵을 추진 중"이라며 "판사를 겁박하고 다수의 검사를 탄핵하는 등 사법 업무를 마비시키고, 행안부 장관 탄핵, 방통위원장 탄핵, 감사원장 탄핵, 국방 장관 탄핵 시도 등으로 행정부마저 마비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액 예산안이나 탄핵안 표결은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하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그간 야당 발(發)로 주장된 내용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은 지난 8월 "대통령 탄핵 상황이 오면 계엄을 선포하는 것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9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회담 중 '계엄령 준비 의혹'을 거론했다.
야당이 제기한 계엄 준비 의혹은 지난 9월 김용현 국방부장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더욱 커졌다. 김 장관은 윤 대통령의 경호실장 출신이다. 당시 야당은 김 후보자의 임명 배경 이유를 놓고 "계엄령 대비를 위한 친정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계엄은 김용현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엄 선포에 따라 각 군 주요 직위자들과 당국자들이 급거 부대로 복귀해 경계 및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국방부는 3일 "김 장관이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개최하고 전군에 비상경계 및 대비태세 강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 윤석열 대통령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대통령으로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립니다.
지금까지 국회는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를 발의하였으며,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째 탄핵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이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건국 이후에 전혀 유례가 없던 상황입니다.
판사를 겁박하고 다수의 검사를 탄핵하는 등 사법 업무를 마비시키고, 행안부 장관 탄핵, 방통위원장 탄핵, 감사원장 탄핵, 국방 장관 탄핵 시도 등으로 행정부마저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국가 예산 처리도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하여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 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에서 재해대책 예비비 1조원, 아이돌봄 지원 수당 384억원, 청년 일자리,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등 4조1천억원을 삭감하였습니다.
심지어 군 초급간부 봉급과 수당 인상, 당직 근무비 인상 등 군 간부 처우 개선비조차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러한 예산 폭거는 한마디로 대한민국 국가 재정을 농락하는 것입니다.
예산까지도 오로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러한 민주당의 입법 독재는 예산 탄핵까지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국정은 마비되고 국민들의 한숨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탄핵과 특검, 야당 대표의 방탄으로 국정이 마비 상태에 있습니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이 되어야 할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된 것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저는 이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만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습니다. 이는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입니다.
저는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국가를 정상화 시키겠습니다.
계엄 선포로 인해 자유대한민국 헌법 가치를 믿고 따라주신 선량한 국민들께 다소의 불편이 있겠습니다마는, 이러한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조치는 자유대한민국의 영속성을 위해 부득이한 것이며,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기여를 다한다는 대외 정책 기조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습니다.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저는 오로지 국민 여러분만 믿고 신명을 바쳐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입니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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