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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저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1979년 10·26 사태 이후 45년 만의 계엄령이다. TV 생중계를 통해 발표된 이 소식은 즉각 국내외 금융시장과 여론을 강타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총 16번의 계엄이 선포됐다. 그중 이번처럼 비상계엄은 12번째다. 계엄법상 비상계엄은 전시나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또는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과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선포된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북한에 동조하고 반국가 활동으로 정부를 마비시키고 있다"고 날선 비난을 쏟아냈다. 이는 국내 정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금융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뉴욕 NDF 시장에서 원화 가치는 달러당 1423원까지 급락했다. 2022년 11월 이후 최저치다. 한때 1430원까지 치솟은 환율은 한국 경제의 불안정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미국 증시에서는 한국 주식시장 ETF가 프리마켓에서 2.7% 급락했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계엄령의 여파는 실물 경제로도 빠르게 번졌다. AA급 국가 신용등급을 보유한 대한민국에 막대한 정치적 리스크가 발생했다는 신호다. 기업들의 외화 조달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신규 발행은 물론 리파이낸싱까지 제한될 수 있어,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해외 언론들의 반응도 즉각적이었다. AP통신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여당의 국회 내 고립, 김건희 여사 관련 스캔들 등을 계엄령의 배경으로 분석했다. BBC는 북한 공산 세력과 반국가 세력 척결을 강조한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아시아의 친서방 국가에 충격을 안겼다"며, 이번 계엄령이 정치적 계책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CNN 역시 윤 대통령이 제1야당을 향해 '북한 및 반국가 세력과의 결탁'이라는 강력한 비난을 제기했음을 주목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보수 성향의 윤 대통령이 늦은 밤 비상계엄령을 선포해 국회를 통제하는 좌파 집단이 북한을 추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며, 특히 '강경한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윤 대통령의 이력을 강조했다.
45년 전 10·26 이후의 계엄령이 그랬듯, 이번 결정 역시 한국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길 가능성이 크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이 극단적 조치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지만, 이번에는 글로벌 금융시장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더해졌다.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시장의 불안감은, 45년 전과는 또 다른 차원의 도전을 한국 경제에 안기고 있다. 정부 수립 이후 16번의 계엄, 그리고 12번의 비상계엄. 숫자만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무게가 있다. 각각의 계엄령은 그 시대의 아픔이자 상처였다.
이번 계엄령이 또 다른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과욕일까. 하지만 이미 시작된 경제적 혼란이 쉽게 잦아들 것 같지는 않다. 우리는 또다시 그 질곡의 한가운데 서 있다.
글 : 손요한(russia@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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