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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깜짝 놀란 시민들 “웬 계엄?” “北이 쳐들어왔나”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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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선포에 곳곳서 혼란

조선일보

3일 밤 광주광역시 서구의 한 주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시민들이 놀란 표정으로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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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심야에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일반 시민들은 “도대체 이게 뭐냐” “북한이 쳐들어온 것이냐”며 일대 혼란에 빠졌다. 이날 오후 10시 40분쯤 서울 명동에서 회식을 하다가 윤 대통령 기자 회견 생중계를 접한 한 30대 회사원은 “저게 실화냐, 딥페이크 아니냐”고 했다. 식당과 술집 여기저기서 “계엄?” “계엄이 뭐야?”라고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엔 윤 대통령 계엄 선포 직후 시민 수천 명이 몰려왔다. 이들은 출입 통제를 하는 경찰들에게 “들어가게 해달라” “문을 열라”고 했다. 주요 포털과 소셜미디어 등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령 발동으로 서울 도심에서 군(軍) 장갑차 등 병력이 이동하는 모습이 일제히 공유됐다.

한밤 계엄 선포에 시민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표출했다. 서울 성동구 아파트에서 아이를 돌보던 회사원 서모(33)씨는 “갑자기 비상계엄이라는 뉴스가 나와 꿈을 꾸나 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동안 서울 서울역·광화문·강남역 등 주요 도심에선 “전쟁이 난 것이냐” “지금 무슨 일이냐”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서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유모(30)씨는 “밤늦게 TV를 틀었더니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 있더라”며 “잠을 자야 하는데 잠을 못 자겠다”고 했다. 서울 지하철에서 소식을 접한 시민들도 소란에 빠졌다. 2호선에서 귀가 중이던 박모(28)씨는 “이게 지금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서초구에 사는 취업준비생 이모(28)씨도 “도대체 계엄의 합당한 근거가 무엇이냐”고 했다.

시민 장모(57)씨는 “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데 대통령이 밤늦게 왜 저런 기자회견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1990년대 북한의 ‘서울 불바다’ 협박 등을 겪었던 기성 세대 일부는 불안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은퇴자 정찬수(66)씨는 “늦은 시간인데 지금 편의점에 라면이라도 사러 가야 하는 것이냐”며 “어떻게 해야 할지, 지금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가상 자산에 투자한 2030세대는 윤 대통령을 향해 “우리 경제를 망치려고 작정을 한 것이냐”며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23일 오후 11시 국내 업비트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오전 9시 대비 32.6% 하락했다. 리플은 43.2%, 도지코인은 32.7% 하락했다. 회사원 최모(29)씨는 “대통령이 경제를 망치려고 작정한 것이냐. 도대체 한밤에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것이냐”고 했다.

군·검·경과 행정부·지자체도 혼란에 휩싸였다. 육해공군의 상당수 장교들은 “계엄이라니, 금시초문이다” “이게 무슨 일이냐”고 했다. 경찰 지휘부 역시 윤 대통령의 계엄 발표에 긴급 회의를 소집하는 등 당황한 낌새가 역력했다. 한 현직 검사는 “당황스럽다”며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고 이런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다른 검사는 “윤 대통령이 이성을 잃은 것은 아닌가 걱정된다”며 “이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행안부의 한 간부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고 했고, 서울시 고위 관계자도 “공무원 입직 후 처음 겪는 일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각 지자체 관계자들도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사법부도 뒤숭숭했다. 한 현직 판사는 “1987년 현행 헌법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비상계엄은 군사 조치를 동반하는데 어떤 맥락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부장 판사는 “온갖 탄핵 사태로 정부가 마비되고 있기에 윤 대통령이 이런 행위를 한다고 볼 수는 있다”며 “하지만 비상계엄이라고 하면 북한의 침략 등 긴급한 상황이 있어야 하는데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주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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