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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김상미의감성엽서] 새를 사랑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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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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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날아간다. 옆으로 V자를 그리며 새떼가 날아간다. 보는 것만으로도 역동적이고 생동감이 넘친다. 공중에서 이뤄지는 최고의 군무다. 어디로 가는 걸까? 따라가고 싶을 정도로 힘차고 자유로워 보인다. 어떤 종류의 새일까? 너무 높아 알 순 없지만, 이 삭막하고 단조로운 일상에서 아직도 새들의 비행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어릴 땐 새와 나비는 하늘정원에서 내려온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그들은 신비하고 경이로웠다. 마당에서 폴짝폴짝 뛰는 참새조차도 귀여운 요정같이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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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박구리, 까치, 박새, 딱따구리, 비둘기, 까마귀, 두견새, 소쩍새, 노고지리…를 입속으로 부르니 문득 몇 개월 전에 본 자크 루엘 감독의 영화 ‘새를 사랑한 화가’가 떠오른다. 19세기 조류학자인 동시에 뛰어난 화가였던 존 제임스 오듀본(1785~1851)이 12년간에 걸쳐 완성한 역작이자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비싼(무려 100억원이 넘는) 도감이라 평가받는 ‘북미의 새’를 스크린에 옮긴 프랑스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 영화 속엔 오듀본이 새들의 서식지, 생태, 이동경로를 직접 발로 뛰면서 그린 453점의 놀라운 감동, 그 자체인 그림들이 생동감 있게 담겨 있으며, 그의 주 활동지역인 미시시피강 유역에 살던 북미 원주민들의 초상화를 오듀본 못지않게 정성스레 그린 미국 화가 조지 캐틀린(1796~1872)의 소중한 그림과 미국 제7대 대통령인 앤드루 잭슨. 그가 얼마나 잔인하고 냉혹한 인종차별주의자, 인디언과 원주민을 대몰살시켰는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 시애틀 원주민 추장이 조상들의 땅을 빼앗으려는 백인들에게 경고한 “모든 동물이 사라진다면, 인간은 고독한 영혼으로 죽을 것이다. 백인들도 사라질 것이다. 아마 다른 부족들보다 빠르게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원주민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그의 기억은 대초원의 구름에 새겨질 것이며, 강과 숲은 여전히 내 사람들의 영혼을 품을 것이다. 이 세계는 인간으로부터 창조된 것이 아니며, 인간도 이 세계를 이루는 일부일 뿐이다. 이 세상에 범하는 모든 일은 인간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다.”라는 메시지엔 눈물이 핑 돌았다. 180년 전의 메시지이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너와 나, 우리에게 아직도 유효한 질문인 동시에 답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새를 그리고, 연구하고, 찾아다니고 사진을 찍는 조류 연구가들을 만날 때마다 ‘대단하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일반인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새 종을 알아보기가 정말 어렵다. 자세히 보기도 전에 새들은 마치 놀리기나 하듯 포르르 날아가 버린다. 관찰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그래도 괜찮다. 새들의 이름을 몰라도 매일매일 내 창으로 날아와 노래하는 그들을 보는 건 언제나 즐겁고 고마운 일이니까.

김상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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