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앙골라를 방문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앙골라 루안다 대통령궁에서 조앙 마누엘 곤칼베스 루렌코 앙골라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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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은 3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국회의 해제 결의안을 수용해 6시간 만에 해제한 데 대해 “안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미 현지 언론은 “한ㆍ미관계가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시험에 직면할 수 있다”(뉴욕타임스)고 보도하는 등 양국 외교안보 관계 등 전반에 상당한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한국의 계엄 해제와 관련된 중앙일보 질의에 “우리는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에 대한 입장을 번복하고 국회의 계엄해제 결의안 가결을 존중한 것에 안도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민주주의는 한ㆍ미동맹의 근간이며 우리는 상황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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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한국 계엄, 사전 통보 없었다”
앞서 미 정부는 “한국의 계엄 선포에 대해 미국은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고도 했다. 백악관 NSC 대변인은 계엄 해제 발표가 있기 전인 이날 오전 “미 정부는 윤 대통령의 비상 계엄령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느냐”는 중앙일보 질의에 “미국은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 우리는 한국 현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국무부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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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부대변인도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은 한국의 계엄령 선포와 관련해 사전에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우리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현지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이 문제가 법치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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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부 “국회 계엄해제 결의 준수돼야”
파텔 부대변인은 한국 국회가 계엄해제 결의안을 통과한 데 대해서는 “특정 국가의 법과 규칙은 해당 국가에서 준수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자 기대”라고 말했다. 이어 “거기에 한국 국회의 계엄해제 결의 표결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그것도 같은 경우”라고 답했다.
국회가 여야 재석 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시킨 계엄해제안을 윤 대통령이 법대로 수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됐다. 이와 관련해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도 이날 ‘일본 오사카 엑스포 2025’ 관련 행사에서 “한국 상황을 심각한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며 “모든 정치적 분쟁이 법치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해제 결정을 내렸지만 이번 사태가 워싱턴 조야에 미친 충격파는 상당하다. NYT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놀란 것으로 보였다며 “민주주의 촉진을 최우선 순위로 삼아온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한국의 이번 사태가 특히 뼈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ㆍ중국ㆍ북한 등 권위주의 국가 그룹에 맞서 민주주의를 강화한다는 취지로 2021년 제1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최했고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지난 3월 서울에서 개최됐다.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미국 밖에서 열린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페루 리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1.16/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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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尹, 바이든 해외방문 시점 골랐나”
한국이 수십 년간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 중 하나였던 이유는 한국이 역내 ‘민주주의의 등대’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인데, 윤 대통령이 ‘종북 반국가 세력 척결’을 주장하며 계엄을 선포함으로써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다룰지 어려운 선택을 하게 됐다는 게 NYT의 진단이다. 아프리카 앙골라를 방문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계엄 선포와 관련된 취재진 질의에 “막 브리핑을 받았다”며 “밤사이 상황에 대해 자세한 내용은 보고받지 못했다”고만 했다.
미 현지에선 윤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계엄 선포를 한 시점을 놓고 이런저런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고 바이든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 있는 시점을 윤 대통령이 선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워싱턴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NYT는 국내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야당을 국정 방해 세력으로 규정한 윤 대통령의 행동은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연상시킨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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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아직 침묵…머스크는 “와우”
평소 국내외 현안에 대해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입장과 견해를 곧잘 밝혔던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 계엄 소식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국회가 재석 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는 내용의 소셜미디어 엑스(Xㆍ옛 트위터) 글과 국회 사진에 “와우(Wow)”라는 댓글을 올렸다. “지금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라는 다른 이용자 댓글에는 “그렇다. 이것은 충격적이다”는 답글을 달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3일(현지시간) 한국 국회가 재석 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는 내용의 소셜미디어 엑스(Xㆍ옛 트위터) 게시물에 “와우(Wow)”라고 올린 댓글. 사진 엑스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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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이 차기 국무장관에 지명한 마르코 루비오 연방 상원의원(공화당)은 “한국은 분명히 우리의 가까운 동맹국”이라며 “한국은 입법부를 통해 자신들의 길을 갈 것이다. 우리는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계엄 선포는 약 2만8500명의 주한미군을 둔 미 국방부에도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인도태평양사령부 산하의 주한미군은 한국군과 협력해 작전을 수행하고 바이든 정부는 중국·북한에 대한 억지력 강화를 위해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을 구축해 왔는데 한국의 불안정한 정세 속에 미 국방부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는 얘기다.
다만 미 국방부 팻 라이더 대변인은 주한미군의 대비 태세에 바뀐 것은 없다고 했다.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의 계엄 선포 이후 주한미군 태세에 변화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내가 아는 한 없다. 기본적으로 (주한) 미군에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계엄 선포를 지지하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즉답을 하지 않고 “우리는 상황을 계속 면밀히 주시할 것이다. 양국 동맹과 한국 방어에 대한 우리의 공약은 철통 같다”고만 했다.
지난달 5일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미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앤디 김 연방 하원의원(민주당)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한국의 이번 계엄 선포는 국민의 통치라는 근본적 기반을 약화하고 한국의 취약성을 극적으로 증가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계엄 해제를 결의한 것은 긴장 완화를 위한 중요한 조치이며 존중받아야 한다”고 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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