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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심장 철렁’ 중장년, 헛웃음 터진 청년들…세대별 비상계엄 엇갈린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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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4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의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계엄 규탄’에서 한 시민이 한겨레에서 발행한 호외를 읽어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44년 만의 계엄을 선포했지만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면서 비상계엄은 해제됐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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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기습적으로 선포한 비상계엄에 시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이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은 세대에 따라 갈렸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45년 만에 선포된 비상계엄이다 보니 실제 계엄을 경험했던 세대와 계엄을 책으로 배운 세대가 다른 반응을 보인 것이다.



과거 계엄령이 자주 발동됐던 1960∼1970년대를 직접 경험한 중장년층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보인 첫 반응은 ‘두려움’이었다. 윤 대통령이 계엄을 해제할 때까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는 자영업자 박아무개(63)씨는 4일 한겨레와 만나 “뉴스에서 ‘비상계엄’이라는 속보를 보자마자 심장이 철렁해서 밖에 군인이 돌아다니는지 살폈다”며 “아무래도 우리는 계엄을 실제로 겪었던 세대라 그런지 더 심각하게 들린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손아무개(58)씨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결의한 것까지 보고 잤는데도, 중학생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한 뒤 온 동네에 무섭게 사이렌이 울렸던 게 꿈에도 나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이전 가장 최근의 사례는 1979년 10월27일,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직후 최규하 대통령 권한대행이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발령한 비상계엄이었다.



반면 계엄을 역사 교과서에서만 본 청년층은 황당함과 분노 사이에서 헛웃음을 터트렸다. 경기 하남시에 사는 김아무개(32)씨는 “처음엔 꿈인가 싶었는데 비장한 얼굴로 계엄을 선포하는 윤 대통령 담화를 보고 있자니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기기까지 했다”며 “시민들을 얼마나 무시했으면 이런 일을 꾸몄을까 싶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정아무개(34)씨도 “계엄 선포 기사를 보고 너무 화가 나서 당장 국회로 나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부모님이 너무 심각하게 걱정해서 놀랐다”고 했다.



계엄령에 따른 기본권 침해보다 ‘주식시장 걱정’ 등 실리적 반응이 앞서는 청년들도 있다.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 김아무개(36)씨는 “이미 국장(한국 주식시장) 상황이 말이 아닌데 대통령이 앞장서서 망하라고 고사 지내는 것 같아 한숨만 나왔다”며 “고작 이딴 해프닝에 업비트나 빗썸 같은 코인 거래소까지 마비되니까 너무 당황했다”고 말했다.



간밤의 혼란은 컸지만 윤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가 2시간30여분 만에 진압된 뒤 시민들은 세대를 가리지 않고 ‘격노’를 표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계엄 해제를 지켜본 대학생 김아무개(21)씨는 “윤 대통령이 국민을 위한 계엄이라고 했지만 자기가 탄핵당할까 두려워 계엄령을 선포한 것이 투명하게 보여서 어이가 없다”며 “대통령에게 이렇게 시민들 많이 모였다, 어쩔래, 하고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김아무개(58)씨도 “국회에서도 (계엄은) 절대 안 된다고 하고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 시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 믿고 있었다”며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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