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한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시민들이 윤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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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전날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이 한때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시민, 경찰, 군인이 뒤엉킨 가운데 계엄군이 탑승한 헬기가 여의도 상공을 떠다니고, 무장 계엄군 230여명이 국회로 진입하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전해지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고조됐다. 이후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고 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 계엄은 선포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갑작스러운 사태에 놀란 시민들은 밤새 불안 속에서 뜬눈으로 지새웠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안에서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과 시민들이 대치하고 있다. 사진=정원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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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모인 수천명의 시민들…아수라장 된 현장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앞은 국회 진입을 시도하는 시민들과 이를 저지하는 경찰들로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전날 오후 10시 30분께부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국회 앞에 모여들었지만, 국회 출입이 전면 통제되면서 분노가 폭발해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시민들은 "국회는 국민의 것인데, 무슨 권리로 막느냐"며 경찰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한 시민은 "오밤중에 뭐 하는 거냐. 2024년에 계엄령이 말이 되냐"고 외쳤다.
시간이 지날수록 국회 앞에 모인 인파는 더욱 늘어났다. 경찰은 국회 인근에 약 4000명의 시민이 모인 것으로 비공식 추산했다. 시민들은 시위를 이어가며 출입을 막는 경찰을 향해 "당장 나와라, 가만두지 않겠다", "계엄이라니 말이 되냐. 문을 열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국회 출입문은 굳게 닫혀 시민들의 진입이 완전히 차단됐다. 이에 일부 시민들은 국회 담을 넘으려 시도하다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한 시민은 경찰 제지에 막힌 뒤 "국민들을 다 잡아넣을 거냐. 장난하냐"며 "국민들 생각 좀 해라"고 울부짖었다. 또 다른 시민은 경찰에게 "선생님 뜻이 아닌 거 안다. 시키는 일이란 것도 안다"며 "우리와 같은 마음이지 않냐"며 문을 열어줄 것을 호소했다.
이후 오전 12시께 총을 든 무장 계엄군이 국회 안으로 진입하면서 시민들의 항의는 더욱 커졌다. 현장에서 군인과 일부 시민들 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시민은 군인들에게 "역사의 죄인 되지 말라"고 소리쳤다.
이에 국회대로 일대에는 한때 군용차량이 줄지어 배치되며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를 본 시민들은 차량을 둘러싸고 "너희 쿠데타는 실패했다", "폭력은 안 된다", "명령다운 명령을 따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국회 정문 앞에 모인 시민들 역시 "비상계엄 탄핵하라", "윤석열을 체포하라", "윤석열을 탄핵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이날 자정이 넘은 12시 48분,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자 국회 앞 분위기는 급변했다. 결의안 통과 소식에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리며 깃발을 흔들고 박수로 기쁨을 표출했다. 현장에서는 "계엄령이 해제됐다", "대한민국 만세"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이후 오전 4시 20분께 윤 대통령이 국회 요구를 수용하면서 선포 6시간 만에 계엄은 완전히 해제됐다. 상황이 진정되자 국회 앞에 모였던 시민들도 대부분 자리를 떠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시민들이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에 환호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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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만에 선포된 계엄령…“뜬눈으로 밤새”
하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시민들 대다수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이날 본지가 만난 시민들은 계엄 선포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979년 10·26 사태 당시 선포된 비상계엄령 이후 45년 만에 다시 계엄령 선포를 보게 될 줄 몰랐다는 것이 시민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이모씨(31)는 "역사책에서만 보던 비상계엄령이 2024년에 선포돼 너무 놀랐다"며 "당장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밤잠 설쳤고, 유튜브로 국회 본회의를 지켜보며 마음을 졸였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씨(30)도 "어젯밤에 비상계엄령 선포 속보를 보면서 두 눈을 의심했다"며 "45년 만의 계엄령이라는데 그 이유가 너무나 빈약했고, 2024년에 가당키나 한 일이냐"며 화를 감추지 못했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주부 채모씨(63)는 계엄령 소식을 듣자마자 주변인에게 안부 전화를 돌렸다. 채씨는 "어제 뉴스를 보고 너무 놀라 딸과 친한 지인들한테 '괜찮냐'고 바로 전화했다"며 "TV로 상황을 계속 지켜보다가 잠들었는데 이게 무슨 난리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구모씨(28)는 "아직 계엄령이 선포될 만한 나라인 줄 몰랐다"며 "고등학교 졸업하고는 계엄이란 단어를 들어보지도 않은 것 같은데, 살아생전 이런 상황을 접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며 당황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비상계엄은 선포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윤 대통령을 향한 시민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60대 박모씨는 "뉴스를 보니 대통령 주변에서도 계엄령 선포하는지 잘 몰랐다고 하는데,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이렇게 엄청난 일을 주변 이야기도 안 듣고 하냐"며 "무슨 생각으로 계엄령을 선포했는지 모르겠다. 진짜 대통령이 탄핵당해야 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0대 직장인 양모씨는 "비상계엄령이 실제로 내려질 수 있다는 거에 한 번 놀랐고, 대통령 혼자 판단을 내려서 군인이 국회를 점령할 수 있다는 사실에 두 번 놀랐다"며 "혼란을 어떻게 책임지려고 이런 사태를 일으킨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50대 이모씨는 "우리나라가 진짜 큰 위기에 빠졌다는 게 실감 났다"며 "과거 군사정권 때로 가는 건 아닐까 염려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가도 떨어지고 환율도 오르는 걸 보면서 경제도 걱정되고 나라가 아주 큰일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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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fnnews.com 장유하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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