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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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의 심야 비상계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기습 선포였다. 언론에 공식 사전 공지하지 않았고, 대통령실 참모와 직원 대부분이 계엄 선포 계획을 사전에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건의와 극소수 라인과의 논의를 거친 뒤 브레이크 없이 선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윤 대통령이 정치적 자충수나 다름없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낸 배경에 대해 의문이 커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까지만 해도 정상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한국을 공식 방문한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즈공화국(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열렸고, 양국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데 합의하고 공동성명도 채택됐다.
평온하던 용산의 기류가 달라진 것은 밤 9시30분께였다. '윤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감사원장·검사 탄핵, 예산 감액안 단독 처리 등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고, 이후 9시 50분께에는 방송사들 사이에 '긴급 정부 발표가 있으니 중계 연결을 바란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공유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쯤 대통령실 일부 참모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대통령실로 긴급 호출된 것으로 전해진다. 언론들은 급박한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관계자들에게 연락을 취하거나 현장에 도착했지만 대부분이 대응하지 않았다. 브리핑룸 역시 잠겨있었다. 밤 10시 23분부터 시작된 6분 간의 비상계엄 선포를 기자들마저 생중계 방송을 통해 봐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긴급 담화 이후 밤 11시가 돼서야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를 배포했다. 이후 국회는 1시 1분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고, 윤 대통령은 4시26분 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45년 만의 비상계엄은 '2시간 천하'로 끝났다.
비상계엄 카드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한 것으로 국방부가 이날 공식 확인했다. 현행 계엄법상 국방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은 대통령에게 계엄 발령을 건의할 수 있다. 건의 시점은 같은 날 오전 열린 국무회의로 추정되나 일각에선 오후에 열린 다른 국무회의에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담화 관련 준비 역시 당일 늦은 오후부터 극비리에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이 가결되자 계엄군이 국회에서 철수하고 있다. 이날 계엄군은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자 헬기 등을 동원해 국회 경내와 본회의장이 있는 본청에 강제 진입했다. 조현호 기자 hyunh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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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대장 출신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할 수 있는 사람은 행안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 두 명인데 모두 충암고 출신"이라고 짚었다. 윤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모두 서울 충암고등학교 동문이다. 그간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계엄령 준비 의혹을 지속해서 제기해왔고, 그 배후로 '충암고 라인'을 거론해 왔다.
김 의원은 "궁지에 몰리면 계엄 발의는 쉽다고 생각했다"면서 "여러 가지 정황 증거들이 있지 않나. 경호처장 공관에 특전사령관 수방사령관 방첩사령관이 비밀 회동을 한다든가, 이상민 장관이 방첩사를 방문한다든가, 그런 것들은 다 비정상적"이라고 부연했다. 김 의원은 그동안 이 장관이 충암고 출신 장교들과 비밀 회동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그 의도에 의구심을 드러내왔다.
특히 전날 계엄사령관에 임명됐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에 대해 "어제(3일) 오후에 용산으로 들어갔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박 총장은) 그 때쯤 알았을 걸로 보인다"고 짚었다.
다만 윤 대통령과 김 장관이 언제부터 이를 계획하고 구체적으로 논의했는지는 진실 규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장관은 9월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계엄 발동을 건의할 생각은 없냐'는 질의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장관은 "계엄을 한다면 어떤 국민이 과연 용납하겠나"라며 "저는 솔직히 안 따를 것 같다"고 단호하게 설명했다. 지난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군사법원 국정감사에선 "(계엄령 발령을 위한) 요건이 정해져 있고 요건을 충족해도 발령되고 나면 국회에서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라고 구체적으로 전했다.
겉으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물밑에선 비상계엄 논의를 해온 것인지, 혹은 최근 계속된 탄핵정국과 예산안 처리 갈등, 김건희 여사 특검법 공세 속에 윤 대통령과 김 장관의 격앙된 감정에서 나온 돌발 카드인지는 밝혀져야 할 대목으로 보인다.
당일 계엄 선포 과정이 합법적이었는지도 확인해야 할 지점이다. 계엄령을 선포하기 위해선 국무회의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국무회의가 성립되기 위해선 국무위원 21명 중 11명 이상이 참석해야 한다. 현재 국무위원들은 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일각에선 참석한 국무위원 중 다수가 계엄 선포에 반대했지만 윤 대통령이 이를 밀어붙였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투데이/김동효 기자 (sorahosi@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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