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순매도 종료 기대감 후퇴…해외자금 이탈 우려”
“과거 탄핵사례 때 단기적 영향…충격 강도 제한적” 전망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언했다 국회의 의결로 계엄을 해제한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은 비상계엄 사태 영향으로 2% 가까이 하락세를 보이며 출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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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가 블랙스완(Black Swan)을 넘어선 네온스완(Neon Swanㆍ백조가 빛을 내는 것이 불가능하듯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상황 혹은 위협)에 직면했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비상계엄 사태로 단기 변동성 확대가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연말 탄핵정국 진입 가능성이 점증되고 국정 불안 요인까지 잔존하면서 외환·채권·주식 ‘트리플 약세’가 우려된다.
4일 여의도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비상사태였다. 비상계엄 선포ㆍ해제 이후 대통령 탄핵, 하야 가능성이 대두되며 증시 불확실성이 핵폭탄급으로 커져서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대외적으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코멘트를 하지 말라는 사내 공지가 내려왔다.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증시전망 리포트를 안 내거나 관련 멘트를 하지 않겠다는 리서치센터도 있는데, 이는 시장 전망이 너무 부정적이어서 그렇다는 말도 있다”고 전했다.
그나마 시장 전망 의견을 밝힌 전문가들도 정치 불확실성을 해소·완화하기 전까지는 증시의 추세적인 정상화 가능성이 제한될 것이라고 봤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중립이하의 대내외 경기·수요 환경, 트럼프 2.0 정책 불확실성에 이번 계엄령 선포·해제 사태 관련 한국 내부 정치 불확실성이 새로이 가세했다는 점에서 시장 상방 저항 강화와 함께 내부 정치 변수에 의존한 주가등락 흐름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연말연시 코스피가 2400~2600p 박스권 내 일진일퇴 공방전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단기적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당분간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정권의 변화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증시는 이후의 정치 변화 가능성을 프라이싱(가격 반영) 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미 증시는 밸류업 정책 관련 금융주, 원전, 대왕고래 유전 시추 등 정책 관련 주식의 급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단기적 변동성 확대와 한 단계 레벨 다운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외국인 투자자 이탈 가속화다. 비상계엄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거취를 둘러싼 정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외국인 매도세를 자극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14주 연속 코스피를 순매도하고 있다. 그 규모만 약 19조 원에 달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일 외국인 코스피 순매수 금액(5650억 원)은 8월 16일(1조2000억 원) 이후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며 “공격적인 순매도세가 종료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후퇴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라고 지적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00년 이후로 환율과 외국인 매매동향, 주가 수익률을 살펴보면 1400원 이상 국면에선 외국인 순매도와 지수 하락이 동반됐다”며 “특히 원화 약세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경계감에 해외 자금은 국내 증시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주식시장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된 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정치, 경제 불확실성은 중장기적으로 국가신용등급에도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무디스 기준으로 상위 세 번째인 ‘Aa2’ 등급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로 해당 등급에 변화가 발생한다면 한국주식을 보는 해외 투자자 시각도 변할 수 있다.
비상계엄이 해제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5개 야당이 개최한 ‘윤석열 대통령 사퇴 촉구·탄핵 추진 비상시국대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이 윤 대통령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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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가 불가피하다면서도 국내 금융시장의 충격 강도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다수 나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의 하락세는 일시적인 변동성에 대한 포지션 조정의 성격이 더 강하다”며 “약간의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수는 있지만, 머지않아 마무리되면 일상적인 주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나치게 비관적인 전망은 조금 신중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및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 등) 대통령 탄핵 이슈로 접근해 보면 사례가 부족하기는 하나 공통된 변화는 결국 국내 정치 불확실성 영향도 있지만, 대체로 단기적인 영향을 줬다는 점”이라며 “채권 시장에서의 수급은 안정을 보여 문제가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 과거 사례를 참고하면 계엄령과 탄핵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대체로 단기적이었고, 더 중요한 것은 글로벌 경기사이클이었다”며 “이번 이슈로 증시에 단기적 충격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ㄷ.
이경민·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해제되었고, 이 과정에서 환율, 야간 선물 시장 등 낙폭이 축소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시장 충격 강도는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국내 증시와 환율 시장이 극심한 저평가 영역에 있는 만큼 점차 안정을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이투데이/권태성 기자 (tskw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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