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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의원들 국회 출입 막은 경찰에 '내란죄 공범' 적용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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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내란 혐의 인정되면 따져볼 수 있어
"출입 통제는 국회 권한행사 방해" 적용 가능
"단순 통제라 폭동으로 보기 어려워" 의견도
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경찰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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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해제한 행위에 대해 내란 혐의로 고소·고발되면서,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막은 경찰들이 내란 혐의 공범으로 처벌 받을 수 있을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입증이 전제돼야 한다면서도, 공범을 폭넓게 인정하는 내란 혐의 특성상 불법 행위를 지시한 경찰 지휘부도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민관기 전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 등 전현직 경찰 3명은 4일 오후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청장, 오부명 서울청 공공안전차장, 주진우 서울청 경비부장 등 4명을 내란과 직권남용, 직권남용에 의한 체포·감금, 직무유기, 군사반란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이들은 조 청장 등 경찰 수뇌부와 서울청 경비계통 지휘라인이 부당한 계엄령 선포 및 집행 과정에서 국회의원의 직무를 물리적으로 방해하고 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원천 봉쇄해 헌법이 규정하는 국회의원의 직무수행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형사처벌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전제가 필요하다. 윤 대통령에게 내란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면, 계엄사령부의 지시를 받은 공범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막거나 회의 소집을 막으면 그 자체가 내란죄 성립"이라며 "대통령의 명으로 국회 기능을 불능케 하는 자(군경)는 모두 공범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창민 법률사무소 창덕 변호사도 "위법한 명령을 내린 경찰 수뇌부는 내란 혐의 공범에 해당할 수 있다"라며 "출입을 막은 건 국회 권한행사 방해로 직권남용, 업무방해 혐의도 적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진규 법률사무소 파운더스 변호사는 "내란죄는 혼자보다는 다수가 실행하는 걸 전제로 만들어졌다"며 "공범의 범위가 넓어 출입 통제는 불법 행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윤 대통령에게 내란 혐의 적용이 어려운 만큼 경찰에 대한 처벌도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란은 '폭동', 즉 집단적 폭력 행위와 이에 따른 사회 안녕과 질서를 어지럽게 하는 일이 있어야 하는데 출입 통제는 폭동으로 보기 어렵다"며 "경찰이 내란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것은 소모적인 갈등을 양산하는 정치적 주장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경찰 수뇌부가 언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계획을 인지했는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조 청장 등 경찰청 최고위 간부들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여부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조 청장도 대통령실 지시로 계엄 선포 4시간 전에 사무실에서 대기했을 뿐, 선포 사실은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군경 핫라인을 통해 계엄사령부가 경찰청을 건너뛰고 서울청에 직접 협조를 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울청이 4일 오전 1시를 기해 경찰 비상근무 중 두 번째로 높은 단계인 '을호비상'을 발령하자, 상급 기관인 경찰청이 이를 보류하는 등 '엇박자'를 보였기 때문이다. 서울청 국회경비대가 계엄 선포 직후 국회 출입을 차단하고 본회의 출석 의원 출입을 통제한 것도 논란이 됐다.

다만 경찰은 대통령 긴급담화 직후인 3일 오후 10시 28분 조 청장이 김봉식 서울청장에게 국회 주변 안전조치 강구를 지시했고, 총괄 지휘권자인 김 청장이 18분 뒤인 오후 10시 46분 일시적으로 국회 출입통제를 지시하는 등 지휘계통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의원들의 국회 출입이 불가능했다가 허용됐고, 다시 통제됐다는 현장 혼선 지적에 대해서도 오후 11시 6분 의원 등을 대상으로 신분확인 후 출입을 허가하다가, 비상계엄 포고령 발령 직후인 오후 11시 37분 경찰청 지시로 다시 통제에 나선 거라는 게 경찰 설명이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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