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분쟁 복합위기 대응위해 "글로별 연대 대폭 강화해야"
트럼프 당선에 위기감 더해…"올해 요청액 73조원중 달성률 43%"
'글로벌 인도주의 개관 2025' 계획 |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유엔이 분쟁과 기후위기 등에 따른 인도적 구호를 위해 내년에 474억 달러(66조9천억 원)의 원조를 회원국들에 요청했다.
그러나 올해 요청액 515억 달러(72조7천억원)의 달성 비율이 지난달까지 43%에 불과한 등 모금 실적이 저조하며 내년에도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4일(현지시간) 30여개국과 난민을 수용하는 9개국에서 1억8천950만명에게 지원을 제공하려는 계획이 담긴 '글로벌 인도주의 개관 2025' 보고서를 공개했다.
OCHA는 전세계 1천500여개 구호단체들과 함께 조사한 결과 구호가 필요한 인원은 이보다도 훨씬 많은 3억510만명에 이르지만 모든 이들에게 도움을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OCHA 수장으로 지난 10월 임명된 톰 플레처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불평등 심화, 분쟁 격화, 기후위기에 따른 재난이 겹치면서 '복합위기'가 왔으며, 그 대가를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치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플레처는 제네바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계가 불타고 있다"며 2025년을 맞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계획에 따르더라도 1억1천500만명에게는 도움을 제공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그는 전세계에서 인도주의 활동에 대한 '공여자 피로감'이 심각하다며 '현실적' 계획을 세워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우선순위를 정하고 "정말 어렵고 힘든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톰 플레처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 |
유엔은 올해 자금 부족 탓에 시리아에서 식량 지원이 80% 감소했으며 미얀마에서 보호 서비스가 삭감됐고 콜레라에 취약한 예멘에서는 식수 및 위생 지원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유엔은 무력 분쟁에 처한 사람들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벽을 단 하나 꼽자면 '광범위한 국제법 위반'을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에 전세계에서 숨진 인도주의 활동가 수는 280명이었다.
올해는 연말까지 시간이 남았는데도 지난달 22일 발표 기준으로 사망자가 이미 281명에 이르러 연간 역대 최다다.
플레처는 글로벌 인도주의 시스템이 "업무가 과다하고 자금도 부족하며 문자 그대로 공격도 받고 있다"며 "글로벌 연대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세계 최대의 인도주의 원조 공여국인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재집권하면서 내년에 원조 기구 예산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축소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플레처는 앞으로 몇 달 동안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교류하기 위해 "워싱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엔에 따르면 2024년 중간시점을 기준으로 집을 떠나서 살고 있는 이재민이 1억2천300만명으로 역대 최다에 이른다.
또 전세계로 따져 어린이 5명 중 1명이 분쟁지역에서 살고 있거나 분쟁지역에서 탈출해 지내고 있다.
플레처는 "위기가 오래 지속될수록 전망은 더 어둡다"며 "기대 수명이 줄어들고, 예방 접종률이 급락하고, 교육이 악화되고, 모성 사망률이 급증하고, 기근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 걱정스러운 점으로 플레처는 무력분쟁 발생 지역과 기후 재난을 겪는 지역이 중첩되는 경향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점을 꼽았다.
그는 "빈곤을 일으키는 그 두 개의 거대한 동인이 지금 결합하고 있다는 점이 두렵다"고 말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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