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3일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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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제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더욱 위기에 빠졌다. 최악의 경우 대외 신인도에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 3일 밤 대한민국은 큰 혼란에 빠졌다. 윤 대통령은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후 4일 오전 1시께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지 결의안이 가결되고 6시간 만에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를 발표하면서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비상계엄 사태 이후 우리나라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계엄 선포 직후 원·달러 환율은 1440원을 돌파했다가 내려오는 등 시장이 요동쳤다. 이번 사태로 내수시장 위축뿐만 아니라 침체 우려가 있는 우리나라 경제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모든 수단 동원하겠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개최해 대응을 논의했다. 최 부총리는 “시장 불안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모든 가능한 금융·외환 시장안정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4일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 후에는 “실물경제 충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24시간 경제·금융 상황 점검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고 수출에도 차질이 발생하지 않게 관계기관과 철저하게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한은도 이날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비상계엄 직후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가 해제 이후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인다”면서 “금통위는 당분간 금융·외환시장의 불안요인이 잠재해 있는 만큼 임시 회의를 개최해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단기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비정례 환매조건부증권(RP) 매입을 시작했다. 필요시에는 전액공급방식의 RP매입을 실시하고 채권시장과 관련해 국고채 단순매입, 통안증권 환매를 충분한 규모로 실시할 예정이다.
◆대외 신인도 타격 우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로 금융시장에서 한국물의 변동성은 크게 높아졌다. 채권시장에서 우리나라의 10년물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는 등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정치 불안이 이어진다면 국가신용등급에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신용평가 시 정치적 안정성을 중요한 평가 요인 중 하나로 꼽는다. 정부는 국제신용평가사와 글로벌 금융시장 등과 소통을 긴밀히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외국 유력 매체들은 한국의 계엄 상황을 앞다퉈 보도했다.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김건희 여사 논란 등 정치적 갈등을 부각했다. 한밤중 시내로 이동하는 계엄군, 국회 앞 대치 등 사진·영상 등도 전파를 탔다. 글로벌 투자처로서 한국의 매력을 반감시킬 수 있는 요인들이다. 외국 투자자들도 윤 대통령의 리더십에 의문을 가지며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더해졌다. 다행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번 사태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미칠 여파에 “실질적 영향이 없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경제침체 현실이 될까
우리나라 경제는 최근 침체 우려에 빠져있다. 한은은 지난달 발표한 내년 경제성장률을 1.9%, 2026년 성장률은 1.8%로 전망했다. 내년 우리나라 경제가 잠재성장률(2.0%)을 밑도는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고금리·고물가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내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구조적인 문제도 겹쳤다. 반도체와 같은 수출 주력업종에서 주요국과의 경쟁이 심화돼 수출 증가세가 둔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으로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보편 관세를 무기로 중국뿐 아니라 동맹국까지 옥죄며 보호무역과 자국 우선주의를 내걸었다. 대내외 여건이 불안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까지 더해지면서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도 타격이 생길 전망이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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