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고려대학교 중앙도서관 앞에서 고려대학교 교수·연구자들이 긴급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정봉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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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젊은 자식들이 국민에게 총을 겨누도록 만든 윤석열과 그 일당에 분노하며, 이런 말도 안 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막지 못한 지식인으로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을 가눌 수 없다.”
4일 오후 고려대학교 교수·연구자들이 캠퍼스 중앙도서관에서 다급하게 작성한 시국선언문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난달 17일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한 지 보름여 만에,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를 목도하며 두 번째 시국선언에 나선 것이다. 연명을 받기 시작한 지 2시간여 만인 오후 1시30분 기준 고대 교수·연구자 433명이 서명했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허은 교수는 한겨레에 “지식인 집단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이런 것뿐이라, 시국선언이라도 빨리해서 시민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생각해 급하게 준비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 시국선언문을 잇달아 발표하며 대학가에서 2024년 한국사회에 대한 자성과 민주주의 의미를 전해 온 교수·연구자·학생들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를 겪으며, 다시금 긴급 시국선언문을 잇달아 내놓았다. 이들은 믿을 수 없는 사태 앞에 느낀 참담함, 그런데도 놓을 수 없는 희망의 증거를 시국선언문에 적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사퇴를 요구했다.
고대 교수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우리는 윤석열이 전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와 국가의 정상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반국가 세력으로 내모는 모습을 보며 분노했다”고 했다. 다만 이어 “우리는 민주헌정질서를 지키고자 달려간 시민들, 그리고 국회를 지킨 국회의원을 보면서 그간 수많은 독립 열사, 민주 열사의 헌신과 희생이 민주공화국을 굳건하게 만들어 왔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경북 교수들도 비상계엄 사태 앞에 펜을 들었다. 경북대·대구대·영남대 등 교수·연구자로 구성된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대구·경북 교수연구자 연대회의는 이날 성명을 내어 “선배들의 피와 눈물로 지켜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유일한 길은 윤석열의 퇴진과 구속뿐”이라고 했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들도 시국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이화여대 시국선언 준비위원회는 시국선언 초안에서 “평안했던 지난밤,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결코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독재정권의 망령과 다시 마주해야 했다”며 “국가 비상사태가 아닌 상황에서의 계엄령은 그 자체가 위헌이며, 국헌 문란의 목적으로 저질러진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명토 박았다.
학생들도 속속 비상계엄 사태를 비판하는 시국선언에 힘을 보탰다. 동국대학교 학생 108명은 이날 시국선언문을 내어 “우리는 자신의 지지율이 위태로워지자 곧바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정부를 보았다. 군홧발이 국회를 짓밟으려 들이닥치는 것을 보았다. 우리들의 삶을 망가뜨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동안 일구었던 민주주의라는 가치마저 망가뜨리려고 하는 것을 보았다”며 윤 대통령을 향해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위해서, 지금 즉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국립서울과학기술대학교 재학생과 민주동문회도 공동 시국선언문에서 “후퇴하는 역사를 멈춰 세우겠다는 다짐으로, 새로운 세상을 향한 우리의 염원으로 명령한다”며 “계엄선포 내란죄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라”고 선언했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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