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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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3일 오후 10시 23분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정치권은 혼돈에 빠졌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조차 사태를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이른바 ‘윤핵관’ 의원은 담화 직후 통화에서 “나도 방금 TV를 보고 알았다”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고 되물었다. 익명을 요구한 영남 중진 의원은 전화를 받자마자 “이건 미친 짓”이라고 했다.
여야 지도부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이를 따라야 한다는 헌법 77조 조문이 공유됐다. 민주당 의원 단체 텔레그램 방에선 “국회로 모이자” “원내지도부가 지침을 달라”는 의견이 잇따랐다. 계엄 선포 10여분이 지난 10시 39분 강유정 의원은 “국회 도착했다. 담을 넘는 방법밖엔 없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어 3분 뒤, 민주당은 소속 의원 전원에게 국회로 모여달라며 긴급 소집령을 내렸다.
오후 10시 51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페이스북 메시지는 계엄 저지의 1차 분수령이 됐다. 여당 대표가 계엄 반대에 동참하며 계엄측 힘이 빠졌다. 5분 뒤 10시 56분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위헌적이고 반국민적인 계엄 선포”라며 “국민 여러분은 국회로 와달라”고 호소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지난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담을 넘어 경내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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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음 경찰 소속 국회 경비대가 국회 출입문을 폐쇄하기 시작했다. 오후 11시 무렵 우원식 국회의장조차 담을 넘어 국회 경내로 진입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지켜보던 일부 시민은 월담을 시도하는 의원의 다리를 올려주거나, 발을 받쳐주었다. 민주당 의원 단체방엔 “2문과 3문 사이 경계가 허술하다” “온라인 국회 (본회의는) 안 되느냐” 등의 말이 오갔다.
국민의힘은 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의 메시지가 엇갈리며 혼선을 빚었다. 한 대표와 20명 전후의 의원들은 국회로 향했다. 국회 경비대가 출입증을 가진 사람에 한해 잠시 출입을 허가하는 사이 대부분 들어갔지만, 일부 의원과 당직자 및 보좌진은 역시 월담을 하거나 경계가 허술한 국회 쪽문을 이용해 경내 진입에 성공했다. 반면 비상의원총회 장소가 국회에서 당사로 변경되며 40명가량의 여당 의원은 원내지도부의 지시를 기다리며 당사 3층에 머물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오후 11시 17분 국회 경내 진입에 성공했다. 8분 뒤인 11시 25분,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사령관을 맡은 계엄사령부는 대한민국 전역에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의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을 발효했다.
국회사무처가 계엄군의 국회 본관 진입 과정이 담긴 CCTV를 4일 공개했다. 김민기 국회사무총장은 국방부가 헬기로 24차례에 걸쳐 무장한 계엄군 230여 명을 국회 경내로 진입시켰다며 0시 40분에는 계엄군 50여 명을 추가로 국회 외곽 담장을 넘어 진입시켰다고 전했다. 사진은 계엄군이 탄 헬기가 국회 내에 착륙하는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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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오후 11시 40분엔 국회 상공에서 헬기가 포착됐다. 8분 뒤 국회 뒤편 공터에 착륙한 헬기에서 내린 계엄군들이 국회 경내 진입을 시작하며 국회 경내에 머물던 여야 의원과 당직자 및 보좌진의 불안감은 커졌다. 일부는 “체포될 수도 있다”며 가족에게 연락을 취하는 모습이었다. “계엄군 포착 위험을 줄이자”며 SNS 상황 공유를 자제하자는 말도 의원 사이에서 퍼져 나갔다.
자정 무렵 국회 인근에 계엄군이 탄 버스가 나타나자 시민들이 주변을 에워쌌다. 일부 시민은 버스 아래에 누워 항의했다. 4일 오전 0시 7분, 국회 경내에 들어온 계엄군이 본청 진입을 시도하자 국회 직원과 여야 당직자 및 보좌진들이 극렬 저항하며 막아섰다. 의자와 책상 등 각종 물품을 이용해 여러 출구를 봉쇄하기도 했다. 그러자 일부 계엄군은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실 창문을 깨고 본청 내부로 들어갔다.
우 의장은 0시 22분 입장문을 내고 “국회는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 조치하겠다”며 “모든 국회의원께서는 지금 즉시 본회의장으로 모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별히 군ㆍ경은 동요하지 말고 자리를 지켜줄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집결하는 사이 계엄군에 맞선 국회 관계자들은 소화기를 뿌리는 등의 방법으로 계엄군의 진입을 막았고 이러한 대치상황은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결국 계엄군은 본회의장이 위치한 본청 3층엔 진입하지 못했다.
신재민 기자 |
오전 1시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00명 중 출석 의원 190명 만장일치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되자 표결에 참여한 여야 의원들은 일제히 손뼉 치며 환호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50분가량 지난 시점이었다. 표결에 참여한 여당 의원은 모두 18명이었다. 표결 전 본회의장에 머물던 한 대표가 이 대표의 손을 맞잡는 모습도 카메라에 포착됐다.
계엄해제 요구안이 통과된 지 10여분 뒤 계엄군은 국회 경내에서 철수를 시작했다. 오전 2시 무렵 우 의장은 “윤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앞으로 계엄해제 요구 통지를 보냈다”며 “지체없이 계엄령 해제 절차를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두시간 넘게 윤 대통령의 반응이 나오지 않자 국회 인근에 모인 시민들의 “윤석열 탄핵” “윤석열 체포하라” 구호는 갈수록 커졌다.
결국 윤 대통령은 오전 4시 27분 용산 대통령실에서 계엄 해제 담화를 발표했다. 이어 3분 뒤인 4시 30분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 안이 의결됐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여 지난 시점이었다.
김기정·윤지원·강보현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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