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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계엄령 해제' 놓고 계엄군-국회 촌각 다툼, 민주주의 역사 바꾼 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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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기습적인 계엄령 발표 이후, 국회가 바로잡을 수 있는 시간은 2시간 남짓이었다. 국회를 통제하기 위해 280여 명 계엄군이 국회 내부로 강제 진입하는 가운데,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 지도부의 발 빠른 대처와 일선 보좌진들의 저지가 최악의 상황을 막았다. 하지만 일부 여당 의원들이 원외에 머물며 표결을 지체시키는 등 위기의 순간이 끊임없이 연출됐다.

'계엄령 해제' 국회 vs '국회 무력화' 포고령
대한민국 헌법 77조 5항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라고 되어있다. 150명 이상의 국회의원이 찬성해 계엄령 해제 요구 건의안을 통과시킬 경우, 대통령이 발표한 비상계엄령이 효력을 잃는다는 의미다.

지난 3일 오후 11시 발표된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은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회가 계엄령을 해제하기 앞서 국회의 활동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계엄사령부의 조치다.

실제 지난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 작성된 국군 기무사령부의 기밀 문건은 국회의 계엄 해제 시도를 사전에 통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요 조치방안'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다수 야당이 계엄령 해제 요구 건의안을 직권상정하기 전에 정치 활동 금지 포고령을 선포하고, 포고령 위반 국회의원을 현행범으로 사법처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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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국군 기무사령부가 작성한 '대비계획 세부자료' 기밀문건의 일부. 정치활동 금지 포고령과 현행범 체포를 통해 국회의 계엄 해제 시도를 무력화할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계엄령을 무력화할 수 있는 국회, 국회의 활동을 무력화할 수 있는 계엄령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계엄군과 국회는 국회 본회의장을 차지하기 위한 촌각의 다툼을 벌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 직후, 국회의장은 즉시 국회의원들을 본회의장으로 소집했다. 여야 지도부도 윤 대통령의 계엄 발표를 반위헌적·반국민적 행위로 규정하며 결의안 표결을 통해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경찰들의 출입 통제 등으로 인해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출입은 한동안 제한됐다.

3일 밤 11시 40분경, 군용 헬기를 탄 계엄군들이 국회 경내로 진입했다. 일부는 직접 국회 담장을 넘어 합류했다. 국회 사무처는 280여 명의 계엄군이 투입됐다고 밝혔다. 이들 무장 계엄군은 망치와 소총 등을 이용해 건물 유리창을 깨고 의사당 안에 난입한 뒤, 의원들이 모여있는 국회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국회의원 보좌진과 국회 방호과 직원들은 계엄군의 진입을 막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쌓고 저지에 나섰다. 한 보좌진은 당시 격렬한 충돌이 벌어지며 보좌진 다수가 부상을 입고, 기물이 파손됐다고 전했다.

계엄군 들이닥치는데 밖에서 지켜본 여당 원내대표
우원식 국회의장은 12시경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 조치 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부 의원들은 계엄군 진입에 앞서 서둘러 본회의를 개의하고 안건을 상정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충분히 의원이 모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탈표 등의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절차는 지연됐다.

이러한 가운데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당 의원들을 국회 본회의장이 아닌 원외 당사로 소집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단체 메시지를 통해 소집 장소를 여러 차례 바꾸는 등 혼선을 일으켰고, 이 때문에 상당수 의원이 국회 밖 당사에 머물며 사태를 지켜보는 상황이 빚어졌다. 이에 대해 추 원내대표는 "물리적으로 여당 의원들이 국회로 갈 수 없으니 상황이 되면 표결과 관련된 절차를 진행해달라고 국회의장에게 말했지만, 의장은 여러 상황 때문에 빨리해야 한다고 해서 표결이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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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4일 새벽 여의도 당사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새벽 1시, 이른바 '친한계'로 분류되는 여당 의원 18명까지 국회 본회의장에 참석하며 본회의장의 재석의원은 총 190명이 됐다. 국회의장은 곧바로 개의와 표결을 진행했고, 190명 전원 찬성으로 계엄령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됐다. 이후 국회의장의 요청에 따라 계엄군은 본회의장 인근에서 물러났고, 1시간 뒤인 2시경 국회 경내에서 전원 철수했다.

결의안 가결 이후에도 의원들과 보좌진들은 본회의장 주변에 머물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새벽 4시 반,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안을 의결하면서 6시간에 걸친 비상계엄 상황이 종료됐다. 여야 지도부는 일제히 계엄령 해제로 끝나선 안되고 관련자가 책임져야 한다고 규탄했다.

6개 야당의 의원 191명 전원은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 제출했다. 야당은 5일 탄핵소추안을 본회의 보고한 후, 6~7일에 표결한다는 계획이다.

뉴스타파 오대양 ody@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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