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AP/뉴시스]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총리가 2일 하원에서 연설하고 있다. 바르니에 총리 내각이 4일 실시되는 불신임 표결로 붕괴할 전망이다. 2024.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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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프랑스의 미셸 바르니에 총리 정부가 4일 밤(현지시각) 하원서 불신임 투표 가결로 무너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통령의 권한이 강한 프랑스에서 대통령은 총리를 의회 인준 없이 그대로 임명하고 총리가 추천한 장관들을 역시 즉시 임명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에서 뽑힌 577석의 하원은 재적 과반수로 총리 및 내각을 불신임투표 가결로 어느 때라도 무너뜨릴 수 있다. 그래서 대통령은 총리를 임명할 때 불신임을 안 당할 인사를 골라야 한다. 물론 대통령의 직속 여당이나 우호 세력이 과반을 점하면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그런 편한 처지가 못되는 소수파 정권이다.
이날 오후 4시(한국시간 자정)부터 모든 문제의 원인인 내년 예산안이 제출되고 이 토의 결론으로 이미 제기된 2건의 정부 불신임안의 투표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바르니에 총리는 의원들이 막판에 나라의 혼란을 막기 위해 부결시킬 것을 믿고 있다고 이날 아침에도 말했다. 그러나 여러 상황과 의회 세력 판도로 보아 바르니에 총리와 내각은 무너지고 마크롱 대통령은 또 3개월 만에 '임시 총리' 정부 신세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마크롱은 초임 대통령 5년 동안에는 여당 연합 의석이 350석이나 되어 제왕적 힘을 구사할 수 있었으나 재선 성공 직후 치른 2022년 총선서 과반선 아래의 250석으로 밀려났다. 조기 총선의 도박인 올 7월 초 총선에서 165석으로 더 쪼구라들었다.
190석이 넘는 의석으로 제1당이 된 좌파 연합 '새 대중전선'이 자파 의원을 총리로 임명해서 좌파적 정부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으나 마크롱이 이를 거부해 두 달 넘게 가브리엘 아탈 임시총리 정부가 이어졌다.
우파 공화당 소속의 바르니에 전 외교장관을 총리로 임명했는데 공화당(LR) 의석 수와 여당 연합(앙상블)을 합해야 210석에 그쳐 과반선 288석에 크게 뒤진 판도는 어쩌지 못했다. 즉 바르니에 정부는 언제라도 불신임 당할 약체인 것이다.
그럼에도 바르니에 총리는 예산안 성안에서 불신임 위험을 무릅쓰고 소신을 밀고 갔다. 좌파 연합 그리고 마린 르펜의 극우 성향 '국민집결'의 감세 및 정부 지출 확대의 요구를 무시했다. 바르니에는 560억 유로(84조원) 규모의 증세 및 예산지출 삭감의 예산안을 의회에 내놓았다.
좌파 새 대중전선(NFP)과 극우 국민집결(RN)이 각기 불신임 안을 제기했다. 이 중 좌파 불신임 안에 국민집결이 동조할 의사를 확실해 이날 밤이 바르니에 정부의 마지막날이 될 것으로 예측되는 것이다. 극좌 성향의 불굴의 프랑스당, 사회당, 공산당 및 녹색당 연합의 NEP 190석에 RN 주도 극좌 연합 140석을 더하면 330석으로 과반선을 쉽게 넘는다.
불신임 안이 가결되면 유럽연합 브렉시트 합의특사인 바르니에 총리는 1962년 이후 62년 만에 이런 의회 불신임 투표로 거꾸러진 첫 총리가 되고 바르니에 내각은 사를 드골이 1958년 시작한 프랑스 제5공화정에서 최단명 내각이 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불신임 당한 바르니에를 다시 총리에 임명할 수도 있다는 의중을 비쳤다. 그러나 바르니에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마음이다.
다른 것 아닌 예산안 기조에 대한 고집으로 내각이 무너진다고 말할 수 있는 만큼 프랑스 내각 붕괴의 파장은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사임을 적극 고려해야 할 의무는 없으며 정식 예산 없이도 미국처럼 연방정부가 셧다운되는 일도 없이 최소한 굴러갈 수 있다.
그러나 바르니에가 몇 달 간 계속할 수 있는 임시총리 과도내각은 국무회의도 하지 못하며 새 법안이나 규정을 제의하거나 마련하지 못한다. 임시 정부는 공무원 월급이나 은퇴 연금이 제대로 나가도록 하는 데 그친다.
경제 규모가 비록 유로존 2위에 세계 7위라 하더라도 그런 나라의 신인도와 투자 매력이 좋을 리 없다.
☞공감언론 뉴시스 k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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