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5 (목)

계엄군, 무장했지만 소극적 움직임…끝난 후엔 머리 숙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尹대통령은 공식일정 연기

세계일보

사진=허재현 페이스북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에 무장한 채 투입된 계엄군이 국회 보좌진 등과 곳곳에서 몸싸움을 벌였지만 우려와 달리 적극적인 물리력 행사를 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계엄군은 물리력을 행하하지 않고 소극적 움직임만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상황이 해제된 뒤에는 머리 숙여 인사하며 자리를 떠났다.

밤늦게 갑작스럽게 비상계엄이 선포되다 보니 명확한 임무 지시가 내려지지 않는 등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긴급 투입됐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4일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에는 특수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병력이 투입됐다. 소총으로 무장한 계엄군은 본청 진입이 막히자 창문을 깨고 들어가는 모습도 포착됐고 경내 곳곳에서 보좌진과 대치했다.

계엄군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가결을 막기 위해 투입된 것으로 여겨졌지만, 본회의장에 진입하거나 본회의에 출석하려는 국회의원을 체포하지는 않았다.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은 약 280여명으로 알려졌다. 기무사 계엄문건에 '계엄군은 기계화 6개 사단, 기갑 2개 여단, 특전사 6개 여단 등이 맡는다'고 적시한 것에 비해 병력 규모도 크지 않았다.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 중에는 탄창이 장착된 총기를 소지한 병력이 있는가 하면 탄창이 제거된 총기를 소지한 병력도 있었다. 일사불란한 움직임과는 거리가 있었던 셈이다.

탄창 박스로 추정되는 물건도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지만, 실제 계엄군이 실탄이 들어간 탄창을 장착하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육군 대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비상계엄 선포를 전후로 한 군의 동향과 관련, "준비가 잘 안된 상태에서 몇몇이 비밀리에 움직인 걸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수방사의 특임부대와 (특전사 소속) 공수부대, 707부대가 움직였고 전방 부대들은 움직이지 않았다"며 "수방사도 사실 퇴근하고 저녁에 일상적인 업무를 하는데 윤 대통령의 계엄 발표한 이후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수방사 투입 병력도 우왕좌왕한 상태"고 전했다.

실제 전날 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당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의 주요 인사들도 사전에 선포 계획을 알지 못해 당황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국회 본청 건물에 투입된 무장 계엄군 청년이 시민에게 고개 숙인 뒤 철수한 모습이 포착됐다. 이들은 조용히 사과하며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4일 오전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는 고개 숙인 한 계엄군인의 사진을 올리고 "오늘 항의하러 국회 앞으로 몰려온 시민들에게 허리 숙여 '죄송합니다' 말해주고 간 이름 없는 한 계엄군인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한눈에 봐도 너무나 반듯하게 생긴 그 계엄군 청년. 안경 너머 비치는 맑은 눈동자에 그만 저는 모든 분노가 사라지며 한없는 안쓰러움과 고마움을 함께 느꼈다"고 덧붙였다.

그는 "쫓아오는 저에게 한 번, 두 번, 세 번 거듭 절을 하며 '죄송합니다' 말하던 그 짧은 순간, 당신의 진심을 느꼈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같은 편'이라고 말하는 듯한 그 진심을"이라며 "제가 당신의 인사를 받은 한 시민이자 취재 기자였다"고 했다.

한편 3일 오후 10시 28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4일 0시 27분 계엄군이 국회 본관 정문 진입을 시도하며 야당 의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오전 0시 38분 무장 계엄군 일부가 국회 본관 진입을 시도하면서 의자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친 국회 보좌진들과 대치했다.

일부 무장 병력은 창문을 깨고 국회 본관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고, 이들이 본회의장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 직원들이 소화기를 뿌리기도 했다.

이후 국회의 계엄령 해제 요구안이 의결된 후 오전 1시 14분 국회 본관에 진입했던 군인들은 전원 경내 밖으로 철수했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해제 이후 첫 공개 일정이던 마약류 대응상황 점검회의를 연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에서 열릴 예정이던 마약류 대응상황 점검회의가 순연됐다”고 전했다.

당초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대통령실에서 이 회의를 주재하고 마약 범죄 관련 발언을 할 예정이었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이 공식 일정은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서는 정진석 비서실장 등을 포함한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들이 사의를 표명했다.

수석비서관 이상 참모진은 이날 오전 정진석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일괄 사의를 표명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의 표명 이후 수리가 곧바로 될지는 미지수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