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0.1%포인트 내린 2.1%로 제시했다. 1%대 성장률 전망이 줄을 잇던 가운데 나온 ‘그나마 낙관적인’ 숫자다. 그러나 대외 불확실성은 계속되고, 대내적으로 극심한 정치 불안까지 겹치며 한국의 경제 전망은 어둠 속에 들어간 상태다. 이와 함께 OECD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3%로, 직전 전망인 2.5%에서 0.2%포인트 낮췄다.
4일 OECD가 내놓은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다른 기관이나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보다 높다. 한국은행은 내년 경제가 1.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고, 내후년은 더 낮은 1.8%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JP모건·노무라 등은 내년 전망치로 1.7%를 제시했다.
OECD가 한국에 대한 전망을 상대적으로 낙관하는 데는 앞으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계속해서 낮출 것이라는 전제가 있다. OECD는 내년 한은이 기준금리를 2.5%까지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지금의 내수 부진이 일부 해소될 것이란 예측이다.
OECD는 “낮아진 금리와 실질 임금 상승으로 올해 말부터 민간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플레이션은 단기적으로 목표치(2% 상승률)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높은 금리로 가처분소득 증가가 둔화할 경우 성장률은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했다.
OECD는 민간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고 봤지만, 국내에선 아직 내수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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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한국 수출 약화 조짐” 올 성장률 0.2%P 낮춰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계엄 사태로 인해 이미 좋지 않았던 내수 심리가 얼어붙을 수 있다는 점 등이 향후 전망에 반영돼야 할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 신뢰도가 타격을 받아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가 더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 성장의 또 다른 축인 수출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OECD는 수출에 대해 “약화 조짐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국의 제조업 상품에 대한 세계적인 수요가 강세를 보이며 최근 경제 성장을 주도했지만, 제조업 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게 OECD의 분석이다. OECD는 “지난 3분기 수출이 감소하는 한편, 수입은 크게 늘었다”고 언급했다.
OECD는 한국의 수출과 관련해 미국의 ‘트럼프 2기’ 리스크에 대해서는 따로 강조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 등은 한국 경제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인이다. 다니엘 모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앞서 3일 “(최근 경제 전망을 내놓은) 한국은행은 무역 긴장이 심화하는 것에 대해 이례적으로 솔직하게 입장을 밝혔다”며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40%를 차지하는 한국은 확실히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이 암울한 나날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성장이 정체되고 무역 갈등은 눈앞에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OECD는 한편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3.2%)보다 높은 3.3%로 제시했다.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는 3.2%로 유지했다. 세계 무역이 상승하고 있지만, 많은 국가에서 가계소득 증가율보다 음식·에너지 가격 상승률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내년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 요인으로는 ▶중동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험 ▶주요국 간 확대된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무역정책의 불확실성 등을 꼽았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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