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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계엄 선포는 헌법 위반이 다수설… 내란죄 성립 여부는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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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파동] 법조계서 바라보는 ‘탄핵 쟁점’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법률 전문가 다수는 “헌법과 법률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현 상황이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비상계엄을 선포할 정도로 위급하다고 보기 어렵고,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계엄 선포에 위헌·위법이 있었던 만큼 윤 대통령 탄핵 사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계엄군을 동원한 국회 봉쇄는 ‘내란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내란죄는 현직 대통령이라도 소추와 처벌이 가능하다.

◇윤 대통령, 비상계엄 요건·절차 지켰나

헌법 제77조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를 병력으로 대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 발의 22건과 야당 주도의 내년도 예산 4조1000억원 삭감 시도 등을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꼽았는데, 헌법학자들은 이것만으로는 비상계엄 선포 요건인 ‘국가비상사태’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정인성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는 “탄핵이나 예산은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라며 “병력을 동원해 해결한다는 것은 ‘반헌법적’ 사고”라고 비판했다. 김해원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탄핵 소추안 대부분은 이미 헌재에 넘어간 상태이고, 예산안도 여야 협의가 안 끝났고 설령 해가 넘어가도 준예산(전년에 준해서 새로운 비목의 신설 없이 예산안 편성)으로 가능하다”면서 “정말 심각하다고 생각했어도 병력을 활용할 수 있는 계엄을 선포해선 안 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계엄 선포 절차에 하자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논란이 됐던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심의는 거친 것으로 확인됐지만,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계엄 선포 후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通告)’ 절차는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전날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면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게 돼 있는데 하지 않았다”고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비상계엄 선포를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계엄 선포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소지가 있는 만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가 가능하다는 해석이 많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 소추는 재적 의원(300명) 과반 발의와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가결되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직무가 정지되고, 헌재 심리 결과에 따라서는 파면될 수도 있다.

◇내란죄로 처벌 가능한가

계엄 소동 이튿날인 4일 일부 야당과 시민 단체는 윤 대통령에 대해 내란 혐의로 고소·고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헌법을 어기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국회에 군을 동원해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고 하는 등 국헌 문란 행위를 했다는 주장이다. ‘국헌 문란’이란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없애거나,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의 기능을 불가능하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형법상 내란죄는 최대 사형에 처해지는 중범죄다.

윤 대통령에게 내란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법조계 의견은 갈린다. 일부에선 비상계엄 선포 직후 계엄사령부가 발표한 ‘1호 포고령’에서 국회‧지방의회‧정당의 활동을 금지하고 국회에 계엄군을 투입한 데 대해 내란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해석한다. 계엄법에 비상계엄 선포 시 정부(행정부)와 법원(사법부) 권한은 제한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국회(입법부)는 여기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의 기능 행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계엄군을 투입했다고 볼 수 있고, 국회 정치 활동을 금지한 포고령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했다. 허일태 동아대 명예교수도 “국회 장악을 위해 군대를 동원했다고 해석되면 내란미수죄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는 “내란죄가 되려면 고의 이외에 내란을 일으키려는 정치적 목적까지 있어야 한다. (윤 대통령이) 내란을 획책했다고 보긴 어렵지 않을까 싶다”며 “국회 개의를 완전히 막는다거나 했어야 하는데 그런 단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헌재 공보관을 지낸 배보윤 변호사는 “현 상황이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는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국가 기능 장애 상태’인 것은 명백하다”면서 “국회도 계엄 관할 구역이어서 군이 질서 유지를 위해 진입하는 것은 가능하고, 의원들 표결을 막으려는 작전 수행도 없었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내란죄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군의 국회 진입까지는 계엄법상 ‘집회·결사 또는 단체 행동에 대한 특별 조치’에 포함될 수 있고, 대통령이 직접 국회 해산 등을 지시하지 않았다면 내란죄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라고 말했다.

내란죄가 성립되면 현직 대통령이라도 기소되고 처벌받을 수 있다. 다만 누가 수사를 담당할지 분명치 않다. 검찰은 수사권 조정 이후 내란죄가 직접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부패 범죄는 몰라도 내란 범죄는 자기들 소관이 아니라고 하고 있다.

☞내란죄

대한민국 영토를 국가 권력에서 배제하거나 국헌(國憲)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사람을 처벌하는 조항(형법 87조). 내란의 수괴는 사형·무기징역·무기금고에, 주도적인 참여자는 사형·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금고에 처한다. 내란죄가 성립하려면 국헌 문란 목적, 실질적 위험성, 실현 가능성 등이 인정돼야 한다. 미수범은 물론 내란을 목적으로 예비·음모를 하거나 내란을 선동·선전한 사람도 처벌된다. 현직 대통령도 내란 혐의로 재직 중 기소될 수 있고, 유죄가 확정되면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

[유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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