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 '부정선거' 입증해야" 주장
선관위 "계엄군, 서버 압수 안 해"
"尹의 '분노 대상'에 계엄군 보냈나"
유튜브 '이봉규TV'채널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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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에 투입된 이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강성 우파 인사와 유튜버 등이 계엄군의 선관위 투입 이유가 지난 4월 총선이 부정선거였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비슷한 취지의 글을 올렸다.
"계엄선포는 '총선 부정선거' 입증용"주장
구독자 91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이봉규TV'는 5일 '계엄군이 선관위 점령 왜? 尹이 마지막 결정적 카드 쥐고 있다! 부정선거가 계엄선포 이유'란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이 영상의 첫 화면에는 "계엄군 선관위 투입이 결정적...다른 데 다 놔두고 국회·선관위만...부정선거가 계엄선포 이유다"라고 적혀 있다.
채널 운영자 이봉규씨는 영상에서 군 관계자에게 물어봤다고 주장하면서 "계엄군의 선관위 진입은 더불어민주당에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었다. 부정선거로 다수당이 돼 '국회독재'를 하는 민주당을 경고하는 차원이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4월 총선 후 부정선거를 외치던 당시 관악청사에 (선거사무 등에 쓰는) 메인 서버가 있었다"고 연신 강조했다.
이씨의 해당 영상은 게재 5시간 만에 6만5,000회 이상 조회됐다. 누리꾼들은 "부정선거 증거만 확보되면 이번 계엄 목표는 200% 달성", "계엄령이 적절한 조치였고 선관위에 간 것은 신의 한수였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윤 대통령 취임식에도 초청됐던 이씨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가) 자면서도 내 방송을 본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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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전 총리도 이씨와 비슷한 내용의 주장을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그는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이 이번 비상계엄을 통해 각종 선거에서 온갖 패악질을 일삼고도 뻔뻔한 태도로 일관한 선관위 여러 곳에 계엄군을 집중 파견, 관련 조치를 취한 것은 의미심장하다"면서 "부정선거의 기록은 선관위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계엄군이 중앙선관위에서 들고 나온 커다란 박스가 메인 서버 등이길 바란다"고 적었다. 이어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수사해서 민주당이 부정하게 당선돼 국회에 진출했다는 점이 드러나면 정말 좋겠다"고 썼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런 강성 우파 인사나 유튜버의 인식에 적극 동조하는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다수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국회는 연막 작전, 핵심은 민주당 부정선거 증거 확보를 위해 즉시 선관위 병력 300명 투입 후 증거 박스 및 직원 핸드폰 전부 수거해 감"이라는 내용의 글이 확산되고 있다.
5일 온라인 커뮤니티 여러 곳에 올라온 글.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에 계엄군이 진입한 이유에 대해 '부정선거 자료를 얻기 위해서'라고 주장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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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날 선관위에 따르면 계엄군은 선관위의 서버를 압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계엄군은 선관위 진입 당시 야간 당직자들의 휴대전화도 압수했지만 철수하면서 돌려줬다고 한다.
"분노할 대상·인물에 집중한 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와 같은 계엄군의 행선지를 두고 "결론은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당시) 분노하는 대상, 사감을 가진 사람들에게 집중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계엄군이 중앙선관위에 들어간 것을 두고 "선관위 관련해서 소위 부정투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계엄군은) 대형 방송사를 두고 '뉴스공장'을 찾아갔다"고 했다. 이어 "이상하지 않나. 뉴스공장이 메인 언론사인가. 뭘 의미하는 걸까"라며 "체포 대상 중 주요 정치인은 이해가 되는데, 김어준씨가 체포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지난 3일 비상계엄 때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참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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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상임위서도 계엄군 선관위 진입 질의 이어져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현안질의에서도 계엄군의 선관위 진입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계엄군이 선관위 청사에 투입된 것이 3일 오후 10시 30분께였다고 밝혔는데, 이는 오후 10시 23분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성명을 낭독하기 시작한 지 불과 6분 만의 일이다. 김 사무총장은 선관위에 계엄군이 투입된 이유에 대해 "모르겠다"며 "계엄령이 선포된다고 해서 선거관리 업무가 이관되는 게 아니다. 반출된 자료도 없다"고 설명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선관위를 왜 통제했느냐'는 양부남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우발사태 대비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행안위에선 조지호 경찰청장이 3일 밤 여인형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선관위에 경찰과 합동수사본부를 꾸릴 일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의 전달을 받았다"고 말했다. 통상 방첩사령관은 계엄사령부의 수사 업무를 전담하는 합동수사본부장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현종 기자 bell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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