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김 최고위원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야6당을 두고 ‘친북·친중 세력의 반란’이라는 표현을 썼다. 탄핵소추안 중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적대시해 전쟁의 위기를 촉발했다’는 대목을 집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 땅에는 친미와 친북, 친중 간의 대결이 일어나고 있고 탄핵소추문에는 바로 그들의 반란이 있다”는 것이다.
김병관 정치부 기자 |
그는 “국민 여러분께서 부족하지만 저희를 좀 잘 지켜주십사 부탁드린다”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발언을 마쳤다. 그러나 위헌적인 비상계엄에 불안한 밤을 보낸 국민들은 김 최고위원이 읍소하는 모습을 보고 심각한 2차 가해를 당했다고 느낄 것 같다. 김 최고위원이 “비상계엄이 잘했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 이 발언들은 윤 대통령이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내놓은 말들과 판박이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계엄 선포 담화에서 야당의 연이은 정부 관료 탄핵과 예산안 삭감이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며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윤 대통령의 철 지난 냉전적 대결 인식은 ‘탄핵소추안에 친북·친중 세력의 반란이 있다’는 김 최고위원의 발언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대통령실을 방문한 한동훈 대표와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에게 “민주당의 폭주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역시 민주당의 무도함을 잘 알리지 못한 게 계엄으로 이어졌다는 김 최고위원의 발언과 겹친다.
김 최고위원만이 아니다. 친윤 인요한 최고위원도 이날 “노동계에서 세 사람이 실형을 받고 북쪽에서 지시받는다는 게 확인이 됐다”, “지난 정권은 중국한테 (사드 관련) 비밀을 넘겼다”고 색깔론을 펼쳤다. 5선 중진인 나경원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22번째 탄핵을 자행하며 국가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며 이를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공개 의총을 제안했다고 한다. 여당 지도부와 중진이 비상계엄이 부적절했다고 하면서 윤 대통령의 인식과 쏙 빼닮은 주장들을 내놓는 걸 보며 비상계엄 6시간 동안 느꼈던 불안이 되살아나는 건 지나친 걱정일까.
김병관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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