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국회 병력 투입 작전 등을 주도한 ‘육사 3인방’을 직무에서 배제했다. 군 검찰단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 육사 46기·대장)을 비롯한 현역 장교 10명에 대한 긴급 출국금지 신청을 했지만, 박 총장을 직무 배제하지는 않았다.
국방부는 6일 오후 4시 20분쯤 문자 메시지 공지를 통해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육사 48기·중장)과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육사 48기·중장),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육사 47기·중장) 등 3명을 직무 정지를 위해 분리 파견한다”고 밝혔다. 이들을 각각 국방부와 지상작전사령부, 수도군단으로 대기 조치했다고 국방부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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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육사 3인방’은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개별 지시를 받고 국회 병력 투입과 여야 국회의원 등 주요 인사 체포 작전을 실행했다. 올해 3월 대통령 경호처장이었던 김 전 장관의 서울 한남동의 공관에서 회동해 ‘계엄 사전 모의’ 의혹이 불거진 장본인들이기도 하다.
국방부는 이들의 직무대리로 수방사령관에 김호복 육군 중장(3사 27기), 육군 특전사령관에 육군 교육사령부 교육훈련부장 박성제 육군 소장(학사 17기), 방첩사령관에 방첩사 참모장인 이경민 육군 소장(육사 50기)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이중 이경민 소장을 제외하곤 비(非)육사 출신인 게 눈에 띈다. 이는 1979년 군부 쿠데타인 12·12 사태와 같이 육사 출신 군 엘리트들이 이번 국면을 주도했다는 야권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김 전 장관이 계엄사령관으로 발탁했던 박안수 육참총장은 직무 정지 대상에서 빠져 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계엄령 선포 이후 국회 병력 투입 등은 김 전 장관이 지시한 것으로 보이지만, 전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계엄 포고문 1호’가 그의 이름으로 발령됐다는 점에서 계속 직무를 수행하게 두는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육참총장은 병력을 움직일 수 있는 ‘군령권’이 없어서 당장 시급한 인사는 아니라고 봤다”고 해명했다. 우선은 ‘2차 계엄’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는 데 중점을 둔 조치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실제 국방부는 비상계엄이 해제(4일 오전 4시 27분)된 지 이틀 만에야 부랴부랴 문제된 이들을 인사 조치했는데, 이는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의 추가 계엄령 선포설이 급속도로 확산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복수의 육군 부대가 지휘관 비상소집 대비 지시를 내렸다”면서 “윤 대통령이 탄핵이 부결될 시 2차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이 정보지(지라시)로 퍼지며 2차 계엄설이 일파만파 번졌다.
불안감이 커지자 김선호 국방부 차관(장관 직무대행)은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입장 발표를 통해 “일각에서 제기된 2차 계엄 정황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또 김 차관은 각 군과 국방부 직속 부대·기관에 “앞으로 병력 이동 시엔 김명수 합참의장 승인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국직 부대는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김 차관)의 승인을 받았을 때만 가능하다”는 지시를 하달했다.
또 비상계엄 관련 원본 자료는 보관하고, 폐기·은폐·조작 행위를 일절 금지한다는 지시도 내렸다. 이번 일이 향후 ‘은폐 의혹’까지 번지는 걸 사전에 차단한다는 의미에서다.
야권에 의해 내란죄 등으로 고발되거나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10명에 대한 출국 금지 신청도 이뤄졌다. 군 검찰단은 이날 오후 “당시 계엄사령관 등 10명에 대한 긴급 출국 금지를 법무부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출금 대상은 직무 배제된 여인형·이진우·곽종근 등 3인방과 이들의 지시를 받고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이끌고 간 육군 특전사 예하 1·3·9공수여단장 3명, 기타 대령급 지휘관 3명 등이라고 군 검찰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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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맨' 김용현 빠져나가자 일제히 폭로전
한편 육사 3인방은 이날 공개 인터뷰에 응하며 각자도생에 나선 모습이었다. 곽종근 사령관은 이날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박선원 의원과의 유튜브 공개 인터뷰에서 “김 전 장관이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지만 내가 따르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진우 수방사령관도 두 의원의 인터뷰에 응하면서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탄약을 두고 총기는 차량에 둔 채 빈 몸으로 국회에 진입하라고 내가 지시했다”고 밝혔다. 여인형 방첩사령관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장관 지시로 국회·선관위에 병력 170명을 투입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계엄 사태의 ‘키 맨’인 김 전 장관은 앞선 5일 윤 대통령의 사의 재가로 비판 여론의 집중 포화에서 홀로 빠져나갔다. 이후 그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했던 장군들이 서로 폭로전을 벌이는 모양새가 됐다는 지적이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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