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비상계엄령이 발표되자마자, 선관위엔 군인들이 들이닥쳤습니다. 그 순간이 포착된 CCTV 영상을 저희가 단독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국회와 달리 선관위에는 앰뷸런스와 빈 트럭이 함께 출동했다는 점입니다. 체포와 물리적 충돌, 그로 인한 유혈 사태를 대비한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김지윤 기자입니다.
[김지윤 기자]
지난 4일 밤 자정을 넘긴 시각.
군용 차량이 서울의 한 골목길에 들어옵니다.
주택가 한복판에 위치한 선거관리위원회 관악 청사로 향하는 겁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등이 있는 곳입니다.
대한민국 육군이라 적힌 대형 버스 두 대도 연이어 지나갑니다.
군인이 열을 맞춰 지나가자 길거리를 지나던 시민은 깜짝 놀랍니다.
차에서 내린 군인들은 청사를 둘러싸고 출입을 통제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선관위에 투입된 차는 군용차만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뒤로 구급차 한 대가 지나갑니다.
구급차가 청사 주변으로 다가오자 군인들이 달려와 주차를 안내합니다.
이 구급차는 주택가 한 켠에서 군이 빠질 때까지 함께 대기했습니다.
과천 청사에서도 소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태운 차량들이 도착하고, 바로 뒤에 구급차 한 대가 함께 도착했습니다.
선관위 주차장 안에서 버스와 함께 대기합니다.
무장한 계엄군을 투입하면서 물리적 충돌과 이로 인한 유혈 사태를 대비한 정황입니다.
계엄군은 아무 것도 담지 않은 텅 빈 대형 트럭도 갖고 왔습니다.
관악청사에 텅 빈 트럭이 도착하자 군인들이 일제히 달려가 주차를 안내합니다.
과천 청사에도 트럭이 들어갔지만 계엄군이 철수한 새벽 2시쯤 함께 철수했습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한 언론에 '부정선거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선관위 시스템과 시설을 확보하고자 했다'고 말했습니다.
텅 빈 트럭에 선관위의 각종 시스템과 자료 등을 담으려했던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선관위에 따르면 계엄군이 압수한 건 5명의 휴대폰이 전부입니다.
선관위는 오늘(6일)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에 대한 계엄군의 점거 행위는 헌법과 법률에 근거가 없다"며 "계엄군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습니다.
[앵커]
이날 계엄군은 중앙선관위 건물 세 곳을 전부 장악했습니다. 완전 무장을 한 군인들은 경계총 자세로 건물 전체를 에워쌌습니다. 전자장비를 매고 가는 군인들도 포착됐는데 선거 관련 데이터를 빼가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국회의원을 가두기 위해 선관위 건물을 봉쇄하는 모습도 저희가 확보한 CCTV영상에 담겼습니다.
김휘란 기자입니다.
[김휘란 기자]
< 중앙선관위 과천청사, 3일 오후 10시 34분 >
검은색 승합차가 멈춰 섭니다.
군인 10여 명이 내려 선관위로 진입합니다.
계엄령이 선포되고 채 5분도 안된 때입니다.
경찰버스는 선관위 정문을 막아버립니다.
군용 승합차에선 소총을 든 완전군장 계엄군들이 우르르 내려 들어갑니다.
무장군인들을 태운 군용 대형버스도 도착합니다.
경찰차량에서 내린 경찰은 소총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 중앙선관위 관악청사, 4일 오전 0시 14분 >
계엄군은 주택가 한복판에 위치한 중앙선관위 관악청사도 장악했습니다.
소총과 투시경 등 완전군장을 한 계엄군들이 주차장에 가득합니다.
곧바로 계엄군들은 경계총 자세로 건물 벽을 따라 줄지어 섰습니다.
경계총 자세를 한 계엄군들은 주택가와 맞닿은 측면 등 건물 전체를 에워쌌습니다.
장교들끼리 웃으며 인사를 나누기도 합니다.
전자장비를 등에 멘 군인들도 투입되고, 계엄군들이 군용 배낭에 무엇인가 가득 담아 옮기기도 합니다.
계엄군들이 철수하자 두려움에 떨며 숨죽이고 있던 주민들이 그제야 문을 열고 나와봅니다.
[송일우/서울 남현동 : 처음엔 전쟁이 난 줄 알고 되게 당황했거든요. 새벽에 주택가고…군인들이 무리 지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좀 두려웠고, 되게 긴장됐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 중앙선관위 수원연수원, 4일 오전 1시 8분 >
경기도 수원에 있는 선거연수원도 계엄군이 장악했습니다.
연수 일정이 없을 땐 텅 비어있는 건물입니다.
국회의원 구금 장소로 검토되었던 장소입니다.
이곳 역시 경찰 버스가 입구를 막았습니다 이날 투입된 계엄군은 300명에 이릅니다.
전쟁하듯 선관위를 장악했지만 당직자 5명의 휴대전화만 압수했습니다.
선관위 서버실도 둘러봤지만 휴대전화로 사진만 찍어갔습니다.
선관위를 장악해 부정선거를 확인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명령을 계엄군들이 따르지 않은 겁니다.
[앵커]
저희가 단독 입수한 선관위 CCTV 전해드렸는데요. 이를 입수한 정인아 기자와 좀 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 기자,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직접 부정선거 수사하려 한 거라고 말했다고요?
[정인아 기자]
김용현 전 국방장관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부정선거 증거를 찾아내라고 선관위로 보냈다는 겁니다.
[앵커]
CCTV에서도 그런 정황들이 잡힌 거죠?
[정인아 기자]
네, 계엄이 선포되면 영장이 필요없으니 즉각 선관위를 압수수색하려 한 걸로 보입니다. CCTV를 보시죠.
계엄군이 도착하자마자 방호실로 들어가 마구 뒤지는 모습입니다.
방금 전 리포트에서도 보셨을 텐데요.
계엄군은 선관위 과천청사와 관악청사에 아무 것도 실려있지 않은 텅 빈 대형 트럭도 몰고 왔습니다.
선관위에서 대규모로 자료를 갖고 나오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각종 전자장비로 보이는 장비를 들고 들어가는 모습도 여러차례 잡혔습니다.
[앵커]
그래서 실제 뭘 갖고 갔나요?
[정인아 기자]
요란하게 선관위를 장악한 것 치고 압수한 건 당직자 휴대전화 5대 뿐이었습니다.
계엄군이 선관위 서버실에 들어가긴 했는데요.
서버 장비를 전체적으로 훑고 다니면서 휴대전화로 사진만 찍어갔습니다.
[앵커]
'부정선거' 주장, 극우 인사들이 해온 건데 수사기관이 늘 아니라고 결론 내리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계엄군을 보낼 만한 부정선거와 관련한 새로운 정황이 확인됐던 건가요?
[정인아 기자]
그렇게 보기 힘듭니다.
다만 최근 한 극우인사가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조작됐다고 고발했는데요.
지난 8월 경찰은 부정선거 근거가 없다고 무혐의 종결했고, 검찰도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21대 총선, 22대 총선 때도 부정선거라는 고소고발이 잇따랐지만 모두 무혐의 종결됐습니다.
수사기관이 매번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내온 허무맹랑한 부정선거 의혹을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믿고 있던 걸로 보이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어쩌다 대통령이 근거 없는 '부정선거 의혹'을 믿게된 걸까요?
[정인아 기자]
윤 대통령이 즐겨 봤다고 알려진 극우유튜버들이 자주 주장해온 게 바로 이 부정선거 의혹입니다. 한번 들어보시죠.
[A씨/유튜버 : 윤석열 정부는 심각성을 인식하고 선관위의 썩은 환부를 도려내는 대수술에 지금이라도 착수해야 한다. 부정선거 의혹도 제대로 파헤쳐주길 바란다.]
[B씨/유튜버 : 여차하면 부정선거 수사, 지금 다 잡고 있으니까. 그냥 니들 다 날리겠다 까불지 말아라 하는 경고용…]
'반국가세력' '종북세력' 등 윤대통령이 즐겨 쓰는 단어들도 다 이 극우유튜버들의 극단적 세계관에서만 많이 쓰이는 표현입니다.
조사를 더 해봐야 알겠지만 이런 세계관을 이해해야 국회보다 더 많은 계엄군을 선관위로 보낸 이상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옵니다.
[화면제공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영상취재 김재식 이경 김대호 / 영상편집 정다정 백경화 / 영상디자인 최수진 / 취재지원 양빈현 구영주]
김지윤 기자, 김휘란 기자, 정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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