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관계에도 ‘후폭풍’
미국 정부는 한국 국회에서 진행 중인 대통령 탄핵소추 절차를 염두에 둔 듯 “한국의 민주적 절차가 승리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한국 정국의 혼란상으로 인해 안보·통상 ‘퍼펙트스톰’이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대응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한 일정 보류한 미 국방장관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
블링컨, 탄핵소추안 관련 언급
“한국 민주적 절차 승리 기대”
불확실성 증대·현안 대응 차질
‘트럼프 2기’ 대응력 약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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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는 5일(현지시간)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왼쪽 사진)이 7일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포럼 참석 뒤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오스틴 장관은 당초 한국도 함께 방문하는 방안을 추진해오다가 막판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미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오스틴 장관이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으로 방한 계획을 보류했다고 전했다. 오스틴 장관의 상대인 김용현 한국 국방장관 면직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1차 도상연습(TTX)도 무기한 연기됐다. 계엄발 외교 일정 취소 사태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미국의 핵우산 제공과 관련해 유사시 핵 억제 및 핵 기획 관련 협의를 진행하는 NCG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완성한 후 처음으로 북한의 핵 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해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향후에도 미국 행정부 교체기를 틈탄 북한의 도발과 북·러 군사협력 고도화 등 안보 위협에 대비하는 한·미 간 대응이 삐걱거릴 여지가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해 러시아 측이 “한국의 예측 불가능성을 보면 북한이 왜 그렇게 안보를 강화하는지 분명해진다”(5일 마리야 자하로바 외교부 대변인)며 북한의 핵개발을 두둔하는 등 북·러는 더욱 밀착을 과시하고 있다.
사태 초기부터 “민주주의는 한·미 동맹의 근간”이라고 강조해 온 조 바이든 행정부도 한국 상황에 대해 연일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결정을 둘러싼 많은 의문이 남아 있다면서 “계엄령 발동과 그러한 조치가 개인의 권리와 자유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매우 심각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은 전날 윤 대통령이 “심한 오판”을 했다면서 계엄 선포에 대해 “매우 불법적”이라고 표현하는 등 강한 어조를 동원하기도 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오른쪽)은 이날 조태열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민주적 회복력에 대한 신뢰를 전달하고 한국의 민주적 절차가 승리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고 국무부는 전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한국 국회가 논의 중인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 등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는 언급으로 풀이된다.
미국 언론 등이 이번 한국 상황을 2021년 1월6일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와 비교하는 상황에서, 당시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을 선동했던 트럼프 당선인 측은 아직까지 명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정국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곧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관계 구축이나 각종 현안 대응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실제 계엄 여파로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인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의 방한이 취소되면서 트럼프 당선인 측과의 ‘핫라인’을 다질 절호의 기회가 불발됐다.
특히 이번 윤 대통령의 행동이 동맹 방위에 회의적인 트럼프 당선인 측의 인식을 강화하고, 각종 통상 압박에 대비해야 할 한국의 대외 입지를 취약하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시나 체스트넛 그레이텐스 텍사스대(오스틴) 행정대학원 교수는 카네기국제평화재단에 실은 글에서 “윤 대통령이 대북 억제를 위해 배치된 주한미군이나 한미연합사령부에 사전 통보 없이 군 병력을 계엄령 실행에 동원한 것은 동맹 관리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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