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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일문일답] 노벨문학상 한강 "나 아닌 문학에 준 상…부담없이 계속 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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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韓 표현의 자유' 우려엔 "언어의 힘 변하지 않을 것"

연합뉴스

기자회견하는 한강 작가
(스톡홀름=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6 superdoo82@yna.co.kr


(스톡홀름=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황재하 기자 = 아시아 여성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은 6일(현지시간) "이 상은 문학에 주는 것이고 그것을 이번에 제가 받은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강은 이날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수상자 공식 기자회견에서 "저는 계속해서 부담을 느끼지 않고, 글을 쓸 준비가 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 내 언론이나 작가들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우려가 있느냐는 외신 기자 질문에는 "언어에는 강압적으로 그걸 눌러서 길을 막으려 한다고 해도 잘되지 않는 속성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어떤 일이 있다고 해도 계속해서 말해지는 어떤 진실이 있을 것이고, 그런 언어의 힘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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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 기자회견에 참석한 내외신 취재진
(스톡홀름=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6 superdoo82@yna.co.kr


-- 이번 주 벌어진 한국의 정치적 혼란 상황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됐다. 어떤 한 주였나.

▲ '소년이 온다'를 쓰기 위해 1979년 말부터 진행됐던 계엄 상황에 관해 공부했는데,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2024년 겨울의 상황이 다른 점은 모든 상황이 생중계돼서 모두가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껴안으며 제지하려고 하는 모습도 보았고, 총을 들고 다가오는 군인들 앞에서 버텨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았다. 마지막에 군인들이 물러갈 때는 마치 아들에게 하듯이 '잘 가'라고 소리치는 모습도 보았다. 그분들의 진심과 용기가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젊은 경찰분들, 군인 분들의 태도도 인상 깊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판단하려고 하고, 내적 충돌을 느끼면서 최대한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명령을 내린 사람들 입장에선 소극적이었겠지만 보편적인 가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던 적극적인 행위였다고 생각한다. 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 현재 한국은 극단적인 혼란에 서 있다. 어려운 상황 속 문학의 의미는.

▲ 문학이란 것은 끊임없이 타인의 내면으로 들어가고, 그러는 과정에서 자기 내면에 깊게 파고 들어가는 행위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런 행위를 반복하면서 내적인 힘이 생긴다. 어떤 갑작스러운 상황이 왔을 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최선을 다해서 결정하기 위해 애쓸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문학은 언제나 우리에게 여분의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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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 스톡홀름에서 취재진과 첫 만남
(스톡홀름=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6 superdoo82@yna.co.kr


-- 몇 년 전 많은 작가가 한국 정부가 만든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언론의 자유 혹은 작가들의 표현의 자유가 우려할 만한 상황인가.

▲ 정확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몰라서 상황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언어에는 강압적으로 그걸 눌러서 길을 막으려 한다고 해도 잘되지 않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어떤 일이 있다고 해도 계속해서 말해지는 어떤 진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언어의 힘은 변화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 한국에서 '채식주의자'가 학생들이 읽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에 대한 견해는.

▲ '채식주의자'는 질문으로 가득한 소설이다. 제목은 주인공을 지칭하는데 주인공은 스스로를 채식주의자로 명명한 적이 없다. 제목부터 아이러니가 들어있는 소설이다. 신뢰할 수 없는 화자가 이야기할 때 문장마다 아이러니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런 걸 생각하면서 읽어주시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 '채식주의자'를 고통스럽게 공감하면서 읽어주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오해도 많이 받고 있는데 그게 이 책의 운명이란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이 소설에 '유해 도서'라는 낙인을 찍고, 도서관에서 폐기하는 것은 책을 쓴 사람으로서 가슴 아픈 일이었다.

-- '채식주의자'의 주된 메시지는.

▲ 이 소설에서 중요한 장면은 가족들이 (고기를 안 먹겠다는) 영혜에게 억지로 고기를 먹이는 장면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세 파트에 반복해서 썼다. 정말 이상한 장면이지 않나.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광기인가에 대한 질문도 하고 싶었다. 영혜의 우주 속에서 영혜는 어쩌면 아주 제정신인 존재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인물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인류의 일원이 더 이상 되지 않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앞으로 나가는 인물이다.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이 세상의 폭력이 더 미쳐있을 수도 있는 것,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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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 남기는 한강 작가
(스톡홀름=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박물관에서 '소장품 기증식', '의자 서명'을 마친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2024.12.6 superdoo82@yna.co.kr


-- 고향인 광주가 작품과 인생에 끼친 영향은.

▲ 제가 1970년 11월 광주에서 태어났고 1980년 1월 서울에 올라왔으니 약 9년 2개월간 광주에서 살았고, 나머지 40여년은 서울에서 지냈다. 저는 광주 사람이기도 하고 서울 사람이기도 하다. 하나의 정체성으로 규정하기 어려운데 고향이란 곳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광주는 '소년이 온다'를 썼기 때문에 제게 중요한 장소이자 이름이다. 그리고 '소년이 온다'를 쓰는 과정이 저를 많이 변화시켰다. 제게 굉장히 중요한 책이기 때문에 광주는 제게 의미가 있다.

-- 한국 문학계에서 '제2의 한강'이 나오려면.

▲ 문학을 잘 교육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어릴 때부터 1년에 최소한 문학 작품을 학교에서 서너권은 읽고 그걸 토론하고 다각도로 이야기 나누면 좋겠다. 문학 작품 읽는 근육을 기를 수 있게, 문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게. 예를 들어 문학은 장르별로 읽는 독법이 다르다. 에세이, 시, 희곡, 소설 등 각자 다른 방법을 음미하고 다르게 읽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내면과 자기 내면으로 들어가 보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을 어릴 때부터 하면 좋을 것 같다. 특히 입시 때문에 멈추지 않고 중고등학교를 통과하며 그런 교육을 한다면 독법도 풍요로워질 것 같다.

-- 노벨주간(6∼12일) 참석 계기와 가장 기대되는 것은.

▲ 처음에는 제게 쏟아지는 개인적 관심이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근데 (수상 뒤) 한 달 넘게 생각해보니 이 상은 문학에게 주는 것이고 그 상을 이번에 제가 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저는 계속해서 부담을 느끼지 않고, 글을 쓸 준비가 돼 있다. 이번 노벨 주간에 너무나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기자회견을 하는) 오늘이 가장 어려운 날일 것이고, 이후에는 노벨주간을 즐길 것이다.

-- 처음 수상자로 선정됐을 때 '축하'할 기분이 아니었다고 했는데 오늘 기분은.

▲ 축하하고 싶지 않다는 게 아니라, 축하했는데 좀 조용히 한 것이다. 제 가족이 너무 크게 잔치하겠다고 해서 그러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그게 와전돼 축하를 안 하고 싶다고 전해져 좀 당황했다. 요즘은 이 세계 속에서 살아가며 많은 질문을 하게 되는 시기라고 생각된다. 때로는 '희망이 있나'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근데 몇 달 전부터, 아니면 그 전부터일지도 모르겠는데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희망하는 것도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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