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한동훈 면담에서 대국민 사과조차 미루며 변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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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요인 체포 대통령 직접 지시 논란까지 불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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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선 후퇴 등 납득할 만한 조치 안 나오면 파국 불가피
‘계엄 파동’으로 나라를 난장판으로 몰아넣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국회 표결을 하루 앞둔 6일, 국민의힘은 탄핵 찬반으로 갈려 ‘내전’ 상태에 돌입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요지부동인 모양새다.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 정지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뒤 대통령을 면담한 한동훈 대표는 “내 판단을 뒤집을만한 말을 못 들었다”고 말했다. 또 한 대표는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국민에) 직접 설명해야 한다고 요청드렸으나 대통령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당일 주요 정치인들의 체포를 지시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체포 지시를 직접 하지 않았다”며 “현재로선 특별한 조치를 안 할 것”이란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한 대표가 언급한 ‘직무 정지’는 윤 대통령이 시대착오적 계엄 선포도 모자라 ‘제2의 계엄’까지 획책한 정황이 여당 지도부에게 포착되면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수습책은커녕 계엄 선포의 자초지종을 국민에 설명하고 사과하는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라면 안 그래도 높은 탄핵 여론이 범국민적 차원으로 번져나가지 말란 법이 없다.
전날까지 ‘탄핵 반대’ 당론에 찬성했던 한 대표가 ‘대통령 직무정지’를 요구하며 탄핵 찬성 의사를 내비치게 된 이유를 뜯어보면 기가 막힌다. 6일 국회에 출석한 홍장원 국정원 1차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직후 홍 차장에게 전화해 “이번 기회에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하라”고 지시했다. 홍 차장은 “윤 대통령이 ‘국정원에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방첩사령부를 무조건 도우라’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후 윤 대통령 고교 동문인 여인형 방첩사령관은 홍 차장과 통화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한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주요 정치인 10여 명의 명단을 불러주며 검거를 위한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고 한다. 홍 차장이 불응했기에 망정이지 까딱했으면 여야 주요 정치인들이 야밤에 잡혀가 구금된 80년 ‘서울의 봄’ 이 재연될 뻔했다. 게다가 홍 차장은 “비상계엄 같은 군 개입이 이번으로 끝나지 않으리란 생각을 강하게 하고 있다”고까지 말했다.
홍 차장 진술의 진위는 더 따져봐야겠지만, 국정원 2인자 입에서 이런 얘기가 나온 것만으로도 들끓는 탄핵 여론에 기름이 부어진 셈이다. 이미 6선 조경태 의원이 탄핵 찬성을 공언했고, 안철수 의원도 같은 입장을 시사해 탄핵 반대 당론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난 2년 반 동안 여당이 전하는 민심을 외면하고 참모진의 고언을 일축하며 일방통행으로 폭주한 윤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다.
국민의힘에 달렸다. 한 대표가 전한 독대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에게는 앞으로도 기대할 게 없으리라는 예측이 설득력을 갖는다. 따라서 한 대표와 여당 의원들이 국민이 납득할 수습책을 윤 대통령에게 요구해 이행을 담보해내지 못한다면 보수 정부 사상 두 번째로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비극을 막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이재명 대표에게 정권을 헌납할 것이란 우려가 있긴 하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명백히 헌법을 어겼어도 감싸고 가겠다는 논리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정권 붕괴의 악몽을 정말 막고 싶거든 막무가내로 “탄핵은 안된다”만 되뇔 게 아니라,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이나 2선 후퇴·거국 내각 등 국민이 납득할 적극적 수습책을 제시하고 실현하는 것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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