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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나뭇잎으로 쓴 일기·세월호 10년의 기록...시간을 엮는 편집의 힘 [한국출판문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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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올해의 편집 10종

편집자주

한국출판문화상의 65번째 주인공을 찾습니다
한국일보

편집 부문에서는 출판사와 편집자의 참신한 기획력이 돋보이는 책들을 발굴하는데 주력했다. '한국 여성문학 선집'은 한국 근현대 여성문학의 계보를 정리하고 가치를 부여한 최초의 작업으로, 작품들의 초간본 원문을 우선 수록해 학술 자료 측면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인정 받았다.

도편수의 30년 넘는 현장 경험을 집대성한 '목업'은 전통 건축물의 해체와 보수 작업의 체계를 정리하고 기준을 제시해 한식 목수들의 길잡이가 될 교본이라는데 이견이 없었다. '시학,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존 한국어 번역본과 달리, 엄밀한 학술 번역과 함께 그리스어 원어를 한국어 대역본 형식으로 출간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다소 무거운 주제인 민주주의와 인권의 의미를 그림책으로 풀어낸 '민주인권 그림책 시리즈', 속담과 관용구를 삽화와 낱말 풀이를 이용해 한 눈에 이해하게 정리한 '보리 속담 사전'도 어린이와 어른 모두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책을 만든 편집자의 노고가 돋보이는 저작이었다.

'해금의 세계'는 풍성한 시청각 자료, 국문과 나란히 배치한 영문 번역을 통해 국내외 독자에게 해금의 모든 것을 충실히 소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뭇잎 일기: 열두 달의 빛깔'은 작가가 연필로 눌러쓴 손글씨 일기를 그대로 살린 정성스러운 편집이 돋보이는 작업이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구술집인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와 세월호 참사 10주기 공식 기록집 '520번의 금요일'은 여러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두 참사가 한국 사회에 남긴 것을 다각도로 들여다봤다는 평가가 나왔다.

'나, 블루칼라 여자'는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여성 베테랑 노동자들의 삶을 생동감 있게 포착한 흥미로운 기획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국일보

나뭇잎 일기: 열두 달의 빛깔·허윤희 지음·궁리·172쪽·1만9,800원.


▦나뭇잎 일기: 열두 달의 빛깔

허윤희 지음·궁리 발행

화가인 저자는 2008년 봄 집 근처 산책길에서 만난 나뭇잎 하나를 채집해 그림으로 옮기고 하루의 단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뭇잎 2,000여 장을 봄부터 겨울까지 열두 달 흐름에 맞춰 한 권의 책으로 담아냈다. 폭염으로 타들어간 나뭇잎을 본 작가의 손길은 멸종위기식물과 사라져가는 빙하에까지 닿고 있다.
한국일보

나, 블루칼라 여자·박정연 지음·한겨레출판사·232쪽·1만8,000원.


▦나, 블루칼라 여자

박정연 지음·한겨레출판사 발행

사회부 기자인 저자가 전국 각지의 현장을 돌며 '험한 일' 하는 블루칼라 여성 10명을 만나고 쓴 인터뷰집. 화물차 기사, 용접공, 목수, 철도차량정비원, 주택 수리 기사 등 남성 중심의 일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여성 노동자의 삶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기록된 적 없는 이들의 자부심과 용기, 투쟁의 면면을 담은 책.
한국일보

목업·신효선 지음·궁편책·480쪽·6만8,000원.


▦목업

신효선 지음·궁편책 발행

저자는 한국 전통 목조 건축물을 고치는 데 평생을 바친 문화재 수리 기능자이자 도편수(목공 총책임자)다.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을 작업에 7개월을 할애하는 등 신념에서 비롯된 자신만의 작업 방식을 고수하는 장인이다. 전문서인 만큼 독자가 실제 작업 과정을 하나하나 지켜보듯 지면의 절반을 현장 사진을 충분히 수록하는 데 할애했다.
한국일보

민주인권 그림책(전8권)·정진호 지음·사계절·532쪽·13만6,400원.


▦민주인권 그림책 시리즈(전8권)

정진호·권정민·장재은·이명애·조원희·최경식·오소리·홍지혜·서현·소복이·한성민 외 지음·사계절 발행

차별과 불평등, 이주노동, 성역할, 폭력의 감수성 등 민주주의와 인권을 다룬 8권의 논픽션 그림책 시리즈.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기획과 저작 지원을 맡고, 권윤덕 작가가 프로젝트를 지휘했다. 유일한 해외 작가로 요안나 올레흐가 쓰고 에드가르 봉크가 그린 '두 점 이야기'는 해묵은 성역할 고정관념을 짚어낸다.
한국일보

보리 속담 사전·보리 사전 편집부 엮음·보리출판사·1,304쪽·6만 원.


▦보리 속담 사전

보리사전편집부 지음·보리 발행

속담과 관용 표현 7,300여 개, 읽을거리와 낱말 풀이 1,600여 개를 담은 사전. 올해 6월 기준으로 초등학교 국어 교과에 나오는 속담과 관용 표현이 실렸다. 같은 속담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어휘력과 표현력을 풍부하게 기르고, 다양한 비유와 풍자를 통해 문해력과 사고력도 키울 수 있게 했다. 삽화도 덧붙여 이해를 돕는다
한국일보

시학·아리스토텔레스 지음·이상인 옮김·길·340쪽·3만3,000원.


▦시학

이상인 옮김·길 발행

고대 그리스 철학 전공자인 저자가 인류 최초의 문학 이론서로 불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그리스어-한국어 대역본으로 출간했다. 저자는 '시학'을 단순한 예술 창작론으로 보는데 비판적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을 통해 당시 수강생들에 자연이나 존재, 정치나 도덕의 원리를 학문적으로 성찰하기를 요구했다.
한국일보

520번의 금요일·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온다프레스·452쪽·2만3,000원.


▦520번의 금요일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온다프레스 발행

세월호 참사 10주기 공식 기록집. 세월호 참사 이후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가야할지 고민하던 인권활동가들이 모여 2022년 봄부터 2년간 단원고 피해자 가족 62명과 시민 55명을 총 148회 인터뷰했다. 피해자의 시선으로 참사 관련 기록들을 검토해 종합한 명실상부 '세월호 10년의 총결산'이다.
한국일보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10·29 이태원참사 작가기록단, 김혜영 지음·창비·404쪽·2만2,000원.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

10·29 이태원참사 작가기록단 지음·창비 발행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21명의 인터뷰를 담은 구술집. 각자의 사연뿐 아니라 반복되는 참사에 무력한 개인과 정부의 무능한 대응을 유가족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전달한다. 가족을 잃은 슬픔에다 관련 소식과 단절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외국인 유가족의 목소리도 담겼다. 위험이 일상화된 오늘날, 나침반이 되어줄 중요한 기록이다.
한국일보

한국여성문학선집(전7권)·여성문학사연구모임 엮음·민음사·3,256쪽·10만4,000원.


▦한국여성문학선집(전 7권)

여성문학사연구모임 엮음·민음사 발행

한국 근현대사 100년을 시대별로 구분하고, 시대마다 독자적인 개성으로 문학적 성취를 이룬 여성 문학작가와 작품을 선별해 담았다. 시, 소설, 희곡, 에세이, 비평뿐 아니라 수기, 창간사, 좌담 등 여성문학의 발전에 토대를 이룬 다양한 글쓰기를 조명한다.
한국일보

해금의 세계·노은아 지음·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220쪽·3만9,000원.


▦해금의 세계


노은아 지음·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발행

해금의 역사부터 연주법까지 상세하게 소개한 이론서이자 실용서다. 해금 연주자이자 서울대 국악과 교수인 저자가 "더 많은 이들과 해금을 함께 연주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썼다. 70여점의 사진, 그림 등 풍성한 자료와 국문과 나란히 배치한 영문 번역으로 해금의 세계로 가는 문턱을 낮췄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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